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톺아보기 10에서 북이 기후 위기를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로 인식하고 환경보호 사업 강화, 재생에너지 개발 및 이용 확대, 유기농법 도입, 절약형 생산방식 확산 등을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북의 재생에너지(북에서는 ‘자연에네르기’라고 함) 개발 및 이용 현황을 살펴본다. 

생활 전력 확보에 적극적
 
먼저 북은 살림집, 학교, 공공기관 등에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 기술을 도입해서 생활 전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아래 왼쪽 사진은 북의 과학기술 보급 거점인 과학기술전당을 상공에서 찍은 사진이다. 여기서 원자 모양의 본관 건물 오른쪽 아래에 끊어진 선처럼 놓여있는 것이 모두 태양광 패널이며, 아래 사진이 이를 가까이서 찍은 것이다. 과학기술전당은 이와 같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이용해서 전당 운영에 필요한 전기를 충당한다고 알려졌다. 

과학기술전당의 태양광 발전 설비 (내나라, 2021.12.31.)
과학기술전당의 태양광 발전 설비 (내나라, 2021.12.31.)
과학기술전당의 태양광 발전 설비 (로동신문, 2020.5.2.)
과학기술전당의 태양광 발전 설비 (로동신문, 2020.5.2.)

려명거리에 각종 친환경 기술 도입

2016년 4월 초 건설이 시작되어 2017년 4월 완공된 평양의 려명거리를 보면 북이 생활 에너지 확보를 위해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개발, 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은 원래 있던 70여 동의 공공건물과 살림집을 개보수했고, 여기 더해 70층, 55층 아파트를 포함한 살림집 44개 동 4천여 세대와 탁아소, 유치원 등 40여 동의 건물을 새로 지었다. 

그런데 려명거리 사진을 보면 건물 외부 색깔이 대부분 녹색이다. 이는 려명거리가 “에너지 절약형, 녹색형 거리”임을 보이기 위해 북이 의도적으로 택한 색이다. 북은 려명거리를 건설할 때 “영(0) 탄소 건축”을 표방하고 당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친환경 기술을 대거 도입했다. 

려명거리 (민주조선, 2021.5.26.)
려명거리 (민주조선, 2021.5.26.)

예를 들어 려명거리 건물 옥상마다 태양열 가열기를, 각 세대에 태양광 패널을 부착했다. 집광기, 알루미늄을 붙인 태양빛 유도관, 산란기를 이용하여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 차고나 지하 상점 등에 자연 채광을 할 수 있는 ‘태양빛 유도 조명기술’도 도입되었다. 

태양빛 유도 조명기술의 집광기(좌)와 산란기(우) (elufatv, 2017.8.16.)
태양빛 유도 조명기술의 집광기(좌)와 산란기(우) (elufatv, 2017.8.16.)

‘지열-환기 폐열 이용 기술’도 여러 건물에 설치되었다고 알려졌다. 이 기술은 땅속 깊이 묻은 PVC 관을 벽과 천정에 설치된 환기관과 연결하여 외부 공기가 이 관들을 순환한 다음 실내에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여름에는 공기를 식히고 겨울에는 공기를 덥힘으로써 냉난방 전력 소비를 줄여준다. 

빛 선반 냉방부하 감소 기술 설명 패널 (메아리, 2017.5.4.)

40층 이하의 아파트들에는 ‘얇은 층 지붕녹화 기술’을 도입해서 여름철 70℃까지 치솟는 지붕의 온도를 30℃ 정도로 낮춰준다고 한다.

또 려명거리 내에 있는 유향림소학교의 남향 교실들에는 ‘빛 선반 냉방부하 감소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는 창틀에 붙인 빛 차단판으로 여름철 햇빛을 차단해서 냉방 전력 소비를 90% 이상 줄이는 기술이다. 

생산 현장에도 친환경 기술 도입

북은 재생에너지와 각종 절약 기술을 생산 현장에도 도입해서 절약형 생산체계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이 “신발 공업 부문의 본보기, 표준공장”으로 내세우는 류원신발공장은 2015년 1월부터 약 2년 반 동안 현대화를 진행하면서 국가과학원이 개발한 400kW급 태양광 발전 체계, 원유공업성이 개발한 ‘분산형 수원 냉난방체계’를 도입했다.

또 건물에 단열 창문을 설치하고 태양열 옥상 온실도 만들어서 전력 소비를 줄였다고 알려졌다. 북의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은 신발 생산, 사무실 조명, 탁아소 난방, 식당 운영 등 공장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자체적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류원신발공장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조선의 오늘, 2020.7.31.)
류원신발공장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조선의 오늘, 2020.7.31.)

신의주화장품공장과 함께 북의 대표적인 화장품공장인 평양화장품공장도 지붕에 설치한 백수십 개의 태양광 패널로 조명용 전기를 자체 생산하고, 9대의 태양열 물 가열기를 이용해서 공장 연구소와 탁아소에 온수를 공급한다. 건물 지하에는 냉각수 탱크를 설치해서 화장품 생산에 쓰인 냉각수를 재순환하여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전기를 절약한다. 평양화장품공장은 이러한 기술과 설비를 이용해서 2017년 10월 현대화 완료 당시 생산을 포함해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의 70% 정도를 자체 해결한다고 알려졌다.

평양화장품공장 전경. 빨간 타원 표시한 부분이 태양광 패널들이다. (조선의 오늘, 2018.4.15.)
평양화장품공장 전경. 빨간 타원 표시한 부분이 태양광 패널들이다. (조선의 오늘, 2018.4.15.)
평양화장품공장의 태양광 패널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 (로동신문, 2021.11.17.)
평양화장품공장의 태양광 패널을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 (로동신문, 2021.11.17.)

3중 발전체계를 확립한 927닭공장

927닭공장은 북이 농수축산 부문 에너지 절약형 생산체계의 모범사례로 꼽는 곳이다. 이곳은 처음에 사무실 조명과 컴퓨터 전원을 충당하려고 작은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했다가, 점차 규모를 늘려서 800kW까지 용량을 확대했다.

또 이 공장에서 키우는 수십만 마리의 닭이 매일 배출하는 15톤의 배설물로 1,000㎥ 이상의 메탄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연료로 이용해서 매일 2,000㎾h의 전력을 얻는다. 이뿐 아니라 국가과학원 자연에네르기연구소와 협력해서 공장 운영 과정에서 나오는 벼 껍질, 즉 벼겨를 이용한 벼겨 가스 발전공정도 만들었다. 

927닭공장의 태양광 발전 시설 (내나라, 2020.12.7.)
927닭공장의 태양광 발전 시설 (내나라, 2020.12.7.)

북의 보도에 따르면 927닭공장은 태양광, 메탄가스, 벼겨 가스의 3중 발전체계를 이용해서 양수설비, 먹이 가공장, 고기 가공장 등 모든 설비를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공장은 닭 배설물로 대용 사료도 만들어서 메기 먹이 100%, 돼지 먹이 80%, 오리 먹이 50%를 충당한다고도 알려졌다.

대규모 자연에너지 발전소 건설

북은 대규모 자연에너지발전소도 건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가 대표적인데, “신의주시건설총계획”에 따라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약 2km 구간에 수천 개의 태양광 패널과 30여 대의 풍력발전기로 구성된 자연에너지발전소를 건설하였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신의주시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쓰인다고 한다. 

신의주 자연에네르기발전소 (조선의 오늘, 2020.12.22.)
신의주 자연에네르기발전소 (조선의 오늘, 2020.12.22.)
신의주 자연에네르기발전소 (조선의 오늘, 2020.12.22.)
신의주 자연에네르기발전소 (조선의 오늘, 2020.12.22.)

북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매년 체계적으로 높이기 위해 입지 조건이 좋은 곳들에 순차적으로 대규모 자연에너지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업은 국가계획위원회, 전력공업성,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이 주도한다고 한다. 

계통 병렬형 태양광 확대 시도

북은 최근 들어 독립형 태양광 발전을 계통 병렬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독립형은 생산한 전기를 기존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은 별도의 축전지에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계통 병렬형은 기존 전력망과 연결되어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서 연계형이라고도 한다.

북은 축전지가 100% 충전된 뒤에는 전기를 더 만들어도 버릴 수밖에 없는 독립형과 달리 계통 병렬형은 초과 생산된 전력을 기존 전력망에 공급할 수 있고, 게다가 축전지가 필요 없어 원가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계통 병렬형을 선호한다. 

북의 첫 계통 병렬형 태양광발전소는 2017년 개건된 남포시 와우도정양소로서, 외벽 전체에 박막형 태양빛 전지판이 부착된 건물 일체형이다. 비슷한 시기에 인민군 산하 금산포젓갈가공공장에도 계통 병렬형 태양광발전소가 만들어졌다. 

남포시 와우도정양소 (조선의 오늘, 2017.7.21.)
남포시 와우도정양소 (조선의 오늘, 2017.7.21.)

목란광명회사가 선두 주자

위 발전소들을 만든 곳은 목란광명회사이다. 이곳은 다양한 영상물 및 재생기기, 3D 영화/게임, 가상현실(VR) 안경, 시뮬레이션 기기 등을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회사인데, 자신들의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려고 2013년부터 다결정 태양빛 전지판 개발 및 생산을 시작했다.

이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박막형 태양빛 전지판 개발에도 성공하고 생산공정을 확립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정밀 측정설비와 검사설비를 갖추어 엄격한 품질검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태양빛 전지에 대한 국가품질시험기관 역할도 한다. 

목란광명회사는 계통 병렬형 역변환기도 자체 기술 역량으로 개발했고, 이를 와우도정양소와 금산포젓갈가공공장, 그리고 회사 청사에 도입해서 효율성을 확인했다. 즉, 이 회사는 그 자체로 벽면에 7천여 장의 박막형 전지판이, 지붕에는 1천여 장의 다결정 전지판이 설치된 800kW 용량의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소이다. 

목란광명회사 청사 (내나라, 2000.6.5.)
목란광명회사 청사 (내나라, 2000.6.5.)
목란광명회사의 태양광 패널 생산라인 (내나라, 2000.6.5.)
목란광명회사의 태양광 패널 생산라인 (내나라, 2000.6.5.)

북의 보도에 따르면 목란광명회사는 연간 수십만 kWh의 전력을 생산하여 생산 및 회사 운영에 이용하고, 남는 전기를 국가 전력망에 송전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2019년 10월 17일자 조선의 오늘 기사에 따르면 2017년 봄부터 약 2년 반 동안 100만kWh를 생산하여 20만kWh를 국가전력망에 넣어주었다고 한다. 

릉라인민유원지 태양빛발전소가 모범 사례

북 당국이 2018년부터 계통 병렬형 발전의 신설, 독립형 시스템의 계통 병렬형 전환을 본격적으로 독려함에 따라 계통 병렬형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2020년 평양시 중구역 릉라인민유원지에 만들어진 대규모 계통 병렬형 태양빛발전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릉라인민유원지의 계통 병렬형 태양빛발전소 (조선의 오늘, 2020.6.18.)
릉라인민유원지의 계통 병렬형 태양빛발전소 (조선의 오늘, 2020.6.18.)

이 발전소는 릉라인민유원지 단독이 아니라 주변 100여 개 단위가 공동으로 설립해서 운영한다. 2022년 10월 19일자 로동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는 평양시와 중구역인민위원회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태양광 패널을 이미 설치했지만 입지가 좋지 않아 발전 능력이 낮은 단위들, 태양광 패널은 없지만 발전소 능력 확장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를 가진 단위들을 설득하여 각자가 보유한 태양광 패널, 자재, 설비를 태양빛발전소로 집중하게 한 것이다. 

북의 보도에 따르면 릉라인민유원지의 태양빛발전소는 각 단위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할 때보다 유지관리가 훨씬 효율적이고 발전량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또 이곳처럼 여러 개별단위와 주민들이 공동으로 설립, 운영하는 경우 각자가 투입한 노력과 자금 정도에 따라서 생산된 전력을 공급해준다고 한다. 

문제와 한계는 있지만 재생에너지 개발은 계속

북은 재생에너지 개발 및 이용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모범사례’뿐 아니라 문제점이나 한계도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7월 유엔에 제출한 VNR에서 북은 재생에너지 소비량이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국가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4.5%에서 2019년 11.4%로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단위와 간부들이 여전히 재생에너지 개발과 도입에 소극적이거나 형식적이고, 풍력발전 설비와 태양광전지판의 용량과 효율성도 당국의 기대와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그래도 북은 ‘조수력, 풍력, 태양광 등 풍부한 자연에너지 자원만 제대로 활용해도 생태환경 보호와 경제발전을 모두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개발과 이용, 나아가 절약형 경제 전환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박사.

대학에서 미생물학, 대학원에서 북한 과학사를 전공했고,

북의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 전략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북한의 '과학기술 강국' 구상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2018) 등이 있고,

공저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10년의 변화 10개의 키워드』(블루앤노트, 2022), 『김정은의 전략과 북한』(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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