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톸'에 출격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 [사진-미 공군 홈페이지]
한미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톸'에 출격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 [사진-미 공군 홈페이지]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10월 29일 저녁 8시 30분께 156명(11월 1일 오전 11시 현재)의 젊은이들이 압사하는 대참극이 벌어졌다.

아직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참사를 당한 이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책임질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건 분명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전적으로 근본적인 사고의 책임은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와 정부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담화를 통해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대통령은 사고 수습책과 함께 지역축제와 민간 행사까지 취소 내지 긴급 점검을 실시할 것을 지시했고, 그런 결정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긴급하고 슬픈 상황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전례없는 사건에 대해 사건 발생 3일이 지난 11월 1일이 되어서야 여론의 눈치를 살피던 경찰청장과 용산구청장, 서울시장 등이 사과의 뜻을 밝힌 건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더욱 뜻밖이고 놀라운 건 10월 31일부터 계획된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강행된 사실이다.

대다수 국민이 초유의 대참사에 직면해 일상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의구심과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과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일까?

모든 국가행사와 지방자치단체 행사는 물론 민간행사까지 취소하거나 긴급 점검하라는 지시는 진심일까라는 의문까지 든다.

다름 아니라 한반도 군사적 갈등과 격화가 뻔히 예상되는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10월 31일 강행되었기 때문이다.

6.15남측위원회와 전국민중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며칠전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를 감안해 최소한의 항의행동으로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에 정부가 나서서 정작 대결적 군사행동을 벌일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북측도 조심스러운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1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지속적인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하여 조선반도와 주변지역 정세는 또 다시 엄중한 강대강 대결국면에 들어섰다"며, 이날부터 시작된 비질런트 스톰을 계속 강행할 경우 초래되는 모든 결과는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위협으로 겨냥할 뿐 참사에 처한 남측을 일부러 거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일 "북한이 한반도 긴장고조의 원인이 마치 우리의 연례적·방어적 훈련 때문인 것으로 오도하고 있으나, 정부는 현 정세가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언급했다.

평화와 통일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접근은 사라지고 관성적인 적대만 앙상하게 남은 것은 아닌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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