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 이스턴 켄터기대 명예교수)

 

현재 한반도 주변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미 3국이 ‘강 대 강’ 맞대응 전략을 고수한다면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필자에게는 전쟁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동해에서 지난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한미 연합해상 군사훈련이 미 핵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동원된 5년 만에 최대 규모의 한미 해상훈련이 시행되었다. 이어서 30일에는 한미일 대잠수함전 연합훈련이 시행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불만과 항의로 9월 25일, 28일, 29일과 10월 1일 연속으로 네 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 미사일 7발을 발사하였다. 북한과의 무력충돌 없이 한미 연합해상훈련과 한미일 대잠수함전 연합훈련이 무사히 성공적으로 종결된 것은 다행이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식(10.1)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했고, 한미연합 훈련은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과 우리 군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과 연습을 보다 강화하여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강력히 대응하는 '행동하는 동맹'을 구현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형 3축 체계 전략들을 영상에서 보여주었고 극비인 괴물 미사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고위력 현무 탄도 미사일모습도 공개했다.

이러한 남북 간 강 대 강 맞대응이 지속된다면 한반도 전쟁으로 가는 길이며 남북 간 무기 경쟁뿐 아니라 필자가 주장하는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인한 핵전쟁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감히 장담하겠는가? 몹시 우려된다.

이런 대규모 한미 연합해상 군사훈련과 한미일 대잠수함전 연합훈련은 남북미 3국 간 한반도 평화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독(毒)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김정은 위원장 참수작전 계획이 2017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참수작전 훈련을 한미 연합군사훈련 때마다 시행한 바 있고, 만약 미국의 참수작전이 성공하려면 북한의 제2 타격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선제로 파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하여 한민족의 공멸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과연 미국이 북한의 제2 타격력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필자는 미국의 대북 참수작전 계획이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으로 몰고 갈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어, 미국이 북한과 핵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묻는다.

지난 9월 8일에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핵무력 정책의 법제화에 따르면, 만약 유사시에 북한이 조건부 전술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한민족의 공멸과 북한체제의 자멸을 가져오는 핵전쟁이 발생하게 될 개연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과연 북한이 한민족을 말살하는 이런 핵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필자는 다시 한 번 김정은 위원장에 묻는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의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핵전쟁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와 협조에 나서지 않는다면 북미 관계는 개선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북한지도부도 미국과의 조건부 대화를 완화하고 유연성을 갖고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여 북미 간 협상테이블에 나오는 것만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하고 북한이 고립에서 탈피하여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알고 있다.

남북미 3국은 무력시위를 자제해야!

현재 남북미 3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강 대 강 맞대응으로 전쟁 분위기를 방불케 하는 군사훈련을 전개하고 있어 유감이다. 그러므로 북미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미연 합군사연습과 북한의 무력시위는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몰고 올 개연성이 높아 남북미 3국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시점에서 한미 양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어 7차 핵실험이나 인공위성/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임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보다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김정은 참수작전 계획이나 보다 강력한 추가 제재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한미 양측의 일부 논객들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군사도발'을 환영하거나 오히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줘서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인공위성 발사, 그리고 ICBM 발사를 한다고 가정하자. 이는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가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은 단독으로 더욱 강력한 어떤 대응책을 결정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를 반대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북한과 미국이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인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은 7차 핵실험으로 야기되는 한반도에서 위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주권국가인 북한이 핵강국 건설을 위한 전략적 고려에서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개연성이 높아져 대단히 염려스럽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핵실험을 자제하는 것이 북한의 국익이 될 것이고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미 양국이 해야 할 일은?

한미 양측이 한반도에서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를 해소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북한을 어떻게 하면(how to) 대화로 유인할지, 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한다면 북미 간 대화는 재개될 것이다. 미국도 이 점에 관해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가 문제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라고만 하지 말고 위에서 제시한 대화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이다. 북한과의 건설적인 대화 없이 남북미 간 핵심쟁점을 어떻게 풀겠는가? 남북미 3국 간 강 대 강 맞대응은 결코 대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전쟁으로 이어지는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남북미 3국은 즉각 "무력시위"를 중단하고 한반도 문제 해법을 위해 어떻게 하면 대화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방안을 모색하길 촉구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건부 ‘조선(한)반도 비핵화’ 제안에 대해 한미 양국은 심각하게 고려해 주길 바란다. 그의 제안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김 위원장이 조건부 조선(한)반도 비핵화를 2018년 3월 초에 제안한 후 4년 반이 지났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무시 정책(benign neglect)으로 일관했다. 그러면 북한이 어떤 조건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관해 재(再)조명해 보길 촉구한다.

김 위원장은 9월 8일 시정연설에서 북한체제 보장 없이 절대로 먼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하였다. 그러면 김 위원장이 제안한 조선(한)반도 비핵화의 두 개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김 위원장이 제안한 두 개의 전제조건은 첫째,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이고, 둘째, 북한체제의 보장이다. 이 두 개의 조건만 충족되면 그는 북핵을 포기할 것으로 전 세계에 확약했다. 만약 미국이 두 개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북한은 핵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2003년 리비아 독재자 무하마드 카다피가 핵무기 포기를 선언한 뒤 2011년 붕괴한 사례 교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김 위원장은 이미 제안한 두 개 조건이 충족되어 체제보장을 받아야만 핵을 포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미 양측은 이런 김 위원장의 조건부 비핵화 제안에 관해 심층적인 연구와 검토를 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한다면 김 위원장의 두 개 조건을 심각히 고려해 주길 강조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내용은 무엇인가? 북한 외무성 발표(2022.2.2)에 의하면,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내용을 3가지로 정리하여 밝혔다: (1) 대북제재 해제, (2) 한미 연합훈련 중단, (3) 전략적 자산 한반도 반입금지 등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발표하였지만, 이는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요구에 대해 북한이 북미 대화의 조건을 제시한 것이며 적어도 북한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국제정치적 함의를 가진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적대시 정책 내용의 일부분이라도 수용한다면 꽁꽁 얼어붙은 북미 관계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건의: 안보 딜레마 해소방안은 없는가?

필자는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최고의 가치를 강조하고자 한다. 미국의 북한지도부 참수작전 계획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 때문에 접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본 칼럼에서 남북미 3국 간 대화 재개를 위해 먼저 안보 딜레마 해소방안에 대한 필자의 구상을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 개념은 국제정치학의 핵심개념으로, 한 국가의 안보를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면 다른 국가의 안보위협과 안보불안을 일으켜 역시 군사력 증강으로 대응하게 되어 오히려 안보위기를 조성하게 되는 안보 딜레마 현상을 자초하게 되는 개념이다. 이처럼 안보 딜레마는 각국의 방어적인 목적으로 자국의 안보를 위해 새로운 무기 경쟁의 악순환으로 몰입하게 되어 오히려 자국의 안보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그것이 핵심개념이다.

구체적으로 한반도에 이 개념을 적용해 보자. 남과 북이 상대방의 안보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쟁억지력과 자위력 차원에서 새로운 무기 개발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남북 간 무기 경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안보 딜레마의 전형이다. 이러한 무기 경쟁은 궁극적으로 적대적인 쌍방의 안보 불안감이 커진다는 개념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 양측은 자국의 군사력은 방어용으로, 상대방의 군사력은 공격용으로 규정하면서 안보 딜레마는 더욱 심화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안은 적대국 간에 건설적인 대화를 통한 상호 신뢰 구축이라고 강조하고자 한다. 따라서 남북미 3국 간 상호양보와 타협을 통한 신뢰 구축이 급선무다. 남북미 3국 간 상호불신이 팽배하고 안보 딜레마는 더욱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 남북 간 군비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여 우호적인 대화를 통해 '적대적인 상호불신'을 감소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북 최고지도자가 다시 함께 ‘한반도 비핵-평화’ 대화가 재개될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019.2) 결렬 이후 중단된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어 한반도 안보 딜레마 해소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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