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화국 창건 74돌’을 맞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 ‘공화국 창건 74돌’을 맞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통일뉴스]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무력 정책 법령화' 외에 '동서해 연결 대운하건설'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동서해 연결 대운하건설' 구상은 1950년대 김일성 주석이 처음 제기했으며, 반세기 넘도록 실현되지 못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부흥전략의 일환으로 이번에 다시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은 '동서해 연결 대운하건설'을 통해 대규모 수자원 개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와 '사회주의 전면발전과 새시대 농촌혁명'의 추진력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황진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발간된 온라인시리즈 보고서 '김정은의 동서해 연결 대운하 구상의 발표배경 및 예상경로 추정'을 통해 북의 동서 대운하 건설 구상이 이미 1952년 김일성 주석 당시에 있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1960년대부터 운하건설에 관심을 표했다고 하면서 김 위원장의 이번 공식발표로 미루어 사업구간 등에 대한 내부검토는 이미 마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나라의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건설을 비롯한 전망적인 경제사업들에 대한 과학적인 타산과 정확한 추진계획을 세우며 일단 시작한 다음에는 국가적인 힘을 넣어 반드시 성공을 안아와야 한다"고 밝혀 구상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전망적인 대건설작전들을 끊임없이 펼치고 성과적으로 완결하는 투쟁을 통하여 인민의 세기적 숙원이 하나하나 빛나게 실현되어 나가는 우리 국가의 발전상과 양양한 전도를 과시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동서해 연결 대운하건설'을 언급했다. 

바로 이어 "현시기 공화국정부가 힘있게 추진해야 할 중대사는 국토관리사업과 재해방지를 위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재해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북에서도 해마다 재난이 발생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치수사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사업방향도 제시했다. 

"지금 치수사업을 강바닥이나 파고 강기슭에 옹벽이나 쌓는 것으로 그치고 있는데 과학적인 중장기계획 다시 말하여 치수전략을 세우고 실행해나가야 한다. 나라의 강하천들의 물조절 능력을 정확히 판정하고 그에 기초하여 완충지점들도 조성해놓으면서 수리조종체계를 완비하는 것을 비롯하여 물관리를 과학화하여야 한다"는 것.

이로 미루어 '동서해 연결 대운하건설'은 국가주도의 대규모 경기부양과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중장기적 치수전략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추진계획도 이미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자의 공식연설을 통해 사업내용은 물론 '국가적인 힘을 넣어 반드시 성공을 안아와야 한다'는 의지까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대동강에서 신계곡산용암대지까지의 대운하경로 예상 [사진-통일연구원 온라인시리즈 2022.09.30]
대동강에서 신계곡산용암대지까지의 대운하경로 예상 [사진-통일연구원 온라인시리즈 2022.09.30]
판교읍에서 강원도 원산까지 대운하경로 예상 [사진-통일연구원 온라인시리즈 2022.09.30]
판교읍에서 강원도 원산까지 대운하경로 예상 [사진-통일연구원 온라인시리즈 2022.09.30]

황진태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대운하건설은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물자와 사람을 순환시킨다는 점에서 지역과 국가에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지역균형 발전을 주창한 사회주의 전면발전과 농촌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사회주의 농촌발전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운하 개발을 계기로 저발전 지역의 발전 모멘텀도 기대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대운하 구상은 김일성 주석이 1952년 4월 13일 김일성종합대학 연설(조국해방전쟁의 전망과 종합대학의 과업)에서 처음 밝힌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1968년 7월 19일 육해운부문 책임일꾼과 한 담화에서 언급한 바 있으며, 이번 김 위원장의 구상도 이같은 정책담론 환경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고 짚었다.

김 주석의 구상은 대동강 상류와 용흥강(현재 강원도 원산시와 20km 가량 떨어진 '금야강')상류 사이, 또는 임진강 상류와 덕지강(금야강과 200m 떨어진 하천)상류 사이에 운하를 건설해 동해와 서해를 연결시키는 것.

이후 김 주석은 1981년 착공한 서해갑문(당시 남포갑문)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동강 하류지대의 공업용수와 식수 문제 해결 △대동강과 재령강 수심관리를 통한 자유로운 선박운행 △남포, 순천, 덕천, 재령 공업지대와 농업지대를 하나의 대운하로 연결하는 수상운수의 전망 등 효과를 기대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김 주석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미 준공된 서해갑문으로부터 동해 원산까지 연결되는 대운하 경로를 전제하고 지형적 특성을 감안해 실현 가능성을 분석했다.

잠정적 결론은 '동고서저'의 지형적 난맥과 산맥을 관통하는 터널 및 고저차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력, 자본의 규모 등을 감안하면 지난 반세기동안 현실화되지 못한 대운하 구상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

다만, 대규모 자본 축적이 있고 싼샤댐, 남수북조(南水北調)와 같은 대규모 수자원 인프라 공사경험을 축적한 중국으로서는 자국 선박들이 동해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대운하건설에 참여하려는 동기가 충분하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과 패권경쟁속에 만약 중국의 '동서해 연결 대운하건설' 참여가 가시화된다면 동북아의 지정학-지경학적 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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