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社會)의 들창

 

의사(醫師)는 못 믿고 점괘(占卦)는 믿어

<돈벌이 잘하는 어느 점(占)장이>

 

○... 물 한 그릇을 떠놓고 머리를 흔들면 약방문이 눈알에 나타난다는 점장이가 서울에 나타나 화제를 모고 있다. 모당(某黨) 성북구당 부부위원장의 아내라는 이 여인은 「점괘」에 나타나는 약방문을 자기 집에 차려놓고 모든 난치의 병을 점으로 고칠 수 있다고 하여 무지한 부녀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

 

나이⋅이름 석자면 만병통치(萬病通治)

취체 당국도 신봉자(信奉者) 등살에 손도 못 대고

삼천병객(三千病客)을 치료중(治療中)이라 호통도 쳐

하루에도 수십 명의 부녀자들이 비싼 그의 사약(賜藥)을 얻기 위해 줄짓고 있으며, 취체당국도 지금에 와서는 그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등쌀에 못 이겨 귀찮아 손을 못 대는 형편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살다가 서울에 왔다는 이 여인은 현재 성북구 안수동 산 633(六三三), 이(二)층 양옥집에 살고 있으며 현재 자칭 3천7백6십명의 병자를 치료하고 있는 중이라고 허풍을 떨고 있다. 

이러한 선전에 속아 이 집에 몰려드는 부녀자 수는 하루 평균 6, 7십명에 가깝다고 하며, 멀리는 대전(大田)에서부터 인천 수원 등지에서까지 병점을 보러오고 있으나,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은 한사람도 이 집에 점치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소아마비가 나아 걸어 다니기도 하고, 배앓이⋅속앓이가 거뜬히 나았다고 선전은 하건만 약 3(三)일전에는 김(金)모라는 순경이 약을 먹어도 병이 안 나았다고 따지고 드는 바람에 이 점장이는 김순경에게서 받은 복채와 약값 등 1만2천환을 돌려 준 일도 있다한다.

그 이후로는 남자가 점치러오면 일체 보아 주지 않고 주로 여자들의 점괘만 보아준다는 것이다.

한번 점을 보는데 복채가 천환이상 약값이 한 첩에 1백2십환 한 사람이 평균 열 첩은 지어가는 것이 보통이니 돈벌이는 상당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매달 초하루면 그 달에 점칠 사람에게 차례표를 노나 주는데 이 날이면 수백 명이 이 집으로 몰려든다. 
점치는 방법은 차례표에 의하여 한사람씩 점을 보고 약을 지어가고 그 약을 다 먹으면 다시 와서 점을 보고 약을 지어가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며, 이것도 병자가 와서 점을 보거나 맥을 보는 것이 아니고 병자의 가족도 좋고 사돈의 팔촌도 좋고 아무나 와서 병자의 이름과 나이만 알리면 병 고치는 약방문이 점장이 눈알에 「필름」에 나타나는 사진처럼 나타나고 이 약방문의 약을 지어다가 병자를 먹이면 낫는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장이는 또한 자기를 해치려고 오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몰려든 부녀자들에게 저 사람 때문에 기분이 나빠 점을 못 치겠다고 하면 무지한 부녀자들은 그 사람에게 달려들어 당신 때문에 우리 집 병자가 죽게 되었으니 사람 살려 내라고 덤비는 등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취체 당국자뿐 아니라 누구도 이 집 문전에 가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며, 한 예로서는 지난번 관할 지서에서 이 요사한 점장이를 파출소로 연행하였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수십 명의 부녀자들이 몰려와 점장이를 내놓으라고 파출소를 부술 지경의 데모를 하는 통에 하도 시끄러워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서울시(市) 의약과장(醫藥課長) 유시천(劉時天)씨의 말 = 점장이가 약을 지어 팔다니 말이 안 된다. 사실 여부를 즉각 조사하겠다. 사실이라면 약사법 십8(八)조 및 2(二)십5(五)조에 의하여 사법당국에 엄중 처단할 것을 고발하겠다.

해당 법조문 약사법 십8(八)조=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 동 2(二)십5(五)조=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 시경(市警) 백(白) 보안과장(保安課長)의 말 = 자세한 보고를 받지 못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알 수 없으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서 적용법규를 찾아 처리할 방침이다.

사진=병점(病占)을 친다는 여인(女人)(원내)과 하루에 60명의 환자(患者)가 찾아온다는 그의 집.

사회(社會)의 들창

사회(社會)의 들창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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