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된 박진 외교부장관은 29일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히고 30일 외교부 기자실을 찾아 심경을 밝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국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된 박진 외교부장관은 29일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히고 30일 외교부 기자실을 찾아 심경을 밝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개인적으로는 소회가 있고 마음이 괴롭고 속이 상한다. 그렇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이것을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아서 대한민국의 국익외교를 위해서 제가 가진 모든 능력과 열정을 다 바칠 생각이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뒤 박진 외교부장관은 30일 외교부 기자실을 찾아 “야당의 질책은 그런 국익외교를 더욱 잘해 달라는 차원에서 경청하겠다”면서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국회는 29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발의한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안’을 재석 170명 중 찬성은 168표, 반대와 기권이 각각 1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하지 않고 단체 퇴장했고, 정의당 의원들도 표결에 불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해임안 의결이 예정된 29일 출근길 도어스태핑에서 박 장관을 치켜세우며 옹호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해임안 의결이 예정된 29일 출근길 도어스태핑에서 박 장관을 치켜세우며 옹호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박 장관 해임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박 장관은 장관직을 유지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29일 아침 출근길 도어스태핑에서 “박진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갖춘 분이고,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고 옹호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야당에서는 이번 대통령 순방이 ‘외교참사’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저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참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며칠 사이 밤잠을 설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임안 통과 직후 박 장관은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외교는 국익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다. 외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쟁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임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또한 “엄중한 국제정세의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 외교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국민을 위한 국익 외교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한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는 외교 실패와 무능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경고이자 회초리”라며 “저는 개인적으로 감회가 크다”고 회고했다. 19년 전인 2003년, 당시 행자부장관이던 자신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해임건의안을 가결했고,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박진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의 승리”라고 논평했던 것.

김 의원은 해임은 부당하고 정치적인 것이었지만 “저나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며 “박진 장관께 그대로 돌려”준다고 썼다. 작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 셈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30일 오전, 주한 중남미 대사단 접견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30일 오전, 주한 중남미 대사단 접견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 장관은 해임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30일 오전 주한 중남미 대사단을 접견하고, 한-파나마 수교 60주년을 맞아 에리카 모우이네스(Erika Mouynes) 파나마 외교부 장관과 축하서한을 교환하는 등 일상적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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