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통일과 남북관계에 관심 없어”라는 말은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말이 되어버렸다. 지금 이 순간 역시 같다. 남한의 2030 세대, 혹은 요즘 사회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인 ‘MZ 세대’는 냉정하게 말해서 통일과 남북관계에 관심이 없다. 같은 한반도의 2030 세대로서 그 이유를 돌아보고자 했다.

“남북관계는 정치인들의 영역이다.”

단적으로 보면 사실이다. 대북접촉, 대북정책 설립, 대북실무 권한은 안보, 국방과 직결되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국가공무원, 최종적으로 정부의 손에 달려있다. 고로 남북관계에 대해서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실제로도 남북관계의 변화를 모색하기에는 청년 개인이나 청년 모임들이 이룩해 낼 수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타 사회적 이슈보다 그 영역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진영논리를 떠나 행위 자체를 바라보면, 1989년 대학생 임수경의 입북 사건은 당시 민주화 세대들을 주축으로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와 풍토가 그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의 대학생층은 사회의 엘리트 그룹이었다. 그들을 중심으로 사회 운동이 주도되었고, 그들에 의해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청년 정치인, 청년 주도층이란 단어는 희소성이 큰 만큼 이슈화가 되는 단어가 되었다. 1980년대 민주화 세대 당시의 2030 세대와 현재의 2030 세대는 사회적 주도권이나 사회 기반에 있어서 너무도 다른 배경이 형성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사회 주도층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2030 세대를 이루던 사람들이다.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변화했지만 사회의 주도권은 민주화 운동 당시의 2030 세대에게, 현재 용어로 ‘586 세대’에게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세대 간을 열정, 실천력, 의지와 같은 단순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많은 모순이 따른다. 당시에는 희망이 있었다. 변화가 가능했고 변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구조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피라미드형 인구구조, 사회 양극화 그 외의 수많은 구조적, 사회적 변수로 인해 경쟁은 치열하여 소위 불리는 ‘스펙’들은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청년들은 노력한 것에 비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학률이나 학업 성취도, 자격증 등을 아버지, 어머니 세대와 비교해 보는 영상들이 각종 플랫폼들에 등장한다. 실제로 비교 분석해 보면 청년들의 근심이 허상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고로 청년들은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남북관계의 구조적 문제에 따라,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애초에 관심조차 가지기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질적인 발전과 변화를 모색하기 힘든 분야이다.”

필자가 실제로 남북관계와 관련된 국가기관 실무자들, NGO 활동가들 그 외의 관련 분야 종사자들과 본 분야에서 활동을 해나가는 청년들과 만나 대화를 해보면, 이 분야에서 가장 힘든 점은 실질적인 발전 수치나, 눈에 보이는 변화를 이룩해 내기가 가장 힘들다는 것,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일에 대한 성취감이나 원동력이 떨어지고, 회의감을 느껴 이 분야를 떠나는 청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남북문제는 70년간 해결되지 못한 ‘난제’이다. 더욱이, 남북 분야는 청년들 사이에서 보수가 적다고까지 소문이 났으며, 정권 교체에 따라 직업의 지속성 여부도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나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평화, 혹은 조금의 차도가 보이기라도 한다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청년들의 유입이 많아지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북한 수뇌부의 협상 방식과 신뢰도를 계산해 봤을 때 그 관계의 진전을 섣불리 기대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대한민국 내부 준비가 필요하다. 역사가 증명하듯, 2050년, 즉 한국전쟁 발발 100년 안에 남북 사이의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측이 미지수라고 해서 장기적인 통일과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우리 후대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필자는 국가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개선에 사명감을 갖고 본 분야에 뛰어드는 청년들에게 지원을 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한반도의 청년들이 함께 한반도의 사회 이슈에 대해서 논하고 이에 대한 청년 어젠다를 제시한다.” 작년 10월 설립된 신생 남북 분야 포럼 한반도청년미래포럼이 수행하는 역할이다.

청년들은 고착되어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남북 분야의 기존의 생태계를 뛰어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고뇌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한반도청년미래포럼은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불리는 북한이탈주민 장마당 세대 청년들과 남한이 고향이 청년들이 함께 남북의 경계를 넘어서서 ‘한반도의 청년들’이라는 정체성 하에 한반도 내에 존재하는 사회 이슈들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사회에 청년 어젠다로써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들은 이분법적 이념 논리에서 벗어나 합리성과 객관성, 실효성을 기반으로 한 통일과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청년으로서 다시 한번, 이 분야에 있는 자발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움직이는 청년들에게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해주기를 요청하는 바이다. 

 

박준규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

안민정책포럼 청년분과위원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

‘2030세대 역사학도가 염원하는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미래’(박영사) 저자

매일경제, 디지털 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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