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로 서울대 교수가 19일 민화협 통일정책포럼에서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내용을 보완해 '남북연합제'로 부르자는 제안을 해 눈길을 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병로 서울대 교수가 19일 민화협 통일정책포럼에서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내용을 보완해 '남북연합제'로 부르자는 제안을 해 눈길을 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북연합을 '잠정적 최종형태'의 통일방안으로 제시하기 위해서는 통일방안의 명칭으로 '남북연합제 통일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지난 30년 가까이 역대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자리잡아 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내용을 보완해 명칭까지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다.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19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종걸)가 주최한 '국민과 함께 만드는 통일방안' 주제의 '2022 통일정책포럼'에서 '남북통일방안,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나?' 제목의 발표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북의 고려연방제에 대응하는 통일방안으로 제시되었지만 '고려'라는 국호와 '연방제'라는 국가형태로 단순 명료하게 구성된 '고려연방제'와 달리 과정과 기능을 중심으로 △화해·협력단계 △남북연합단계 △통일국가단계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어 '통일방안'임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남북연합을 통일방안으로 하자는 것은 "6.15공동선언에 합의한 바와 같이 남(연합제)과 북(낮은 단계 연방제)의 통일방안이 실질적으로는 같은 것이므로 '남북연합'이 잠정적 최종형태의 통일방안임을 명확히 제시하자"는 뜻이다.

또 통일방안과 별도로 남북연합 이후의 통일 미래에 대해서는 △남측 통일국가방안 △북측의 높은 단계 연방제 △남북연합의 장기지속 등 3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를 미래 후손들이 결정하도록 하는 이른바 '개방형 통일국가 모델'을 제시하자고 했다.

통일국가로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잠정적이지만 '방안'으로서는 최종형태라는 점에서 '남북연합'은 '잠정적 최종형태'의 통일방안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30년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같이 통일방안의 내용을 보완하고 명칭을 바꾸는 일에 여야 정치권이 합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통일방안에 '남북연합제'를 명시하는 것은 원칙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궁극적인 가치로서는 중요하지만 정책적으로 통일방안을 제안할 경우에는 적절치 않으며, 우리 국민들에게도 통일방안이 달라졌음을 환기시키고 통일에 대한 현실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통일방안이 명확히 정립되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일관된 통일,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일 국가의 명칭으로는 잠정적으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줄여 '대한조선'으로 병기하는 합의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민화협 포럼은 지난 7월 통일부가 역대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대통령 업무보고와 흐름을 같이 하는 것으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박종철 대전대학교 객원교수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재조명 : 의미, 문제점, 쟁점' 주제 발표에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체계적인 통일비전과 구도 제시, 국민적 합의과정 등 장점을 갖고 있지만 통일환경의 변화, 이론적 문제, 현실성 등을 고려하여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통일과정을 단계적으로 설정했으나 당사자간 정치적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교류·협력의 지체와 역류 등 예상밖의 상황이 발생하고 단계별 질적 변화를 위한 명확한 설명도 결여돼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했다.

또 "1991년 유엔동시가입으로 국제법상 남북은 각각 외교, 군사력 등을 보유한 주권국가이지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남북연합에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정리된 특수성이 있어 이를 △국가연합과 연방국가 사이의 중간적 위치인 체재연합 △연방제보다 국가연합에 가깝지만 특수한 형태로서 영연방(commonwealth)과 비슷한 형태 △국가연합과 유사한 형태 등 다양한 해석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도 제기했다.

박 교수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통일철학과 단계적 접근, 공동체 형성을 통한 분야별 통합 등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현실성과 실천가능성을 고려하여 부분적으로 보완·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여야 정당간 협의를 통해 정치권의 동의를 구하고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를 가동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철언 전 장관은 노태우정부 북방정책의 초안자이자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초를 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을 위한 우리의 자세와 과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철언 전 장관은 노태우정부 북방정책의 초안자이자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초를 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을 위한 우리의 자세와 과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태우정부 북방정책의 초안자이고 40여회에 달하는 대북접촉을 통해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철언 전 장관은 '통일을 위한 우리의 자세와 과제' 주제의 기조연설을 해 주목을 받았다.

"북한은 '핵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완전히 폐기'해야 하고, 한국은 '북한 체제를 인정'하여 상호 내정간섭하지 않으며, '미국과 일본이 조속히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도록 적극 지원하며, 한국을 비롯한 미국·일본 등 서방국가가 북한에 '대폭적 경제지원'을 구체적으로 약속, '새로운 활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박 전 장관은 4가지 전제, 8가지 구체적인 방안이라며 '새로운 대북정책, 통일방안'을 압축적으로 발표했다.

현 시기 중요한 통일과제로는 △대북정책 기조를 '비핵·남북공동번영'으로 단순화하고 △남북협력과 통일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과 열의를 고양하며 △남북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초당적 상설 관민고위급 자문기구의 설립과 민간통일운동 활성화할 것을 제시했다.

이날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이주태 정책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1994년 발표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1989년 국회에서 초당적으로 만들어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발전시킨 것으로, 현재까지 역대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 되어왔다"고 하면서 "시작도 초당적이었으며, 보수·진보 정권이 공히 지지해 온 통일정책의 가장 근간이 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남북 격차 및 이질화 심화 △민족의식 약화 △젊은 세대에서 당위론에 근거한 통일론 거부감 증가 △미중 전략경쟁의 본격화를 비롯한 기존 국제질서의 균열 조짐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 악화 등 한반도 통일환경과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권 장관은 이같은 상황에서 "이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변화된 시대 정신을 다시 담아 통일한국의 미래비전과 방안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통일이 우리 일상에 가져올 편익과 기회를 재인식하게 되면 통일의지는 하나로 결집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제적 지지와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사통팔달'이라는 이름으로 각계각층 국민이 참여하는 통일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 통일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포럼은 민화협 정책위원장인 김성민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 이주성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지금까지 역대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은 1994년 8월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한민족공동체 형성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 약칭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1989년 9월 노태우 정부가 발표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한 것으로 세계적인 탈냉전 추세, 1992년 2월 19일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통일추진의 기본철학으로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구현을, 접근방법으로는 권력배분 방식이 아니라 민족통일을 통해 국가통일로 나가자고 제시했다. 

통일의 과정을 화해·협력단계→남북연합단계→통일국가 완성단계의 3단계로 설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고, 북측 고려연방제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다.

통일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고 남북의 이질화된 체제와 제도가 점차 변화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남북 주민들도 상호거리감과 불신, 오해를 해소하고 신뢰를 형성해 동질성을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화해와 신뢰구축 과정을 하나의 단계로 분리해 남북연합 이전 과제로 설정한 3단계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까지 약 30년간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화해·협력의 1단계를 지나 통일을 위한 과도체제로 설정한 남북정부간 협의체인 '남북연합'(The Korean Commeonwealth)은 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 중 1단계인 '공화국연합', 6.15공동선언의 '남측 연합제안'과 같은 내용이다. 

남북연합의 성격과 내용을 대부분 설명하고 있는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는 2국2체제의 남북연합 단계를 거쳐 곧바로 1국 1체제로 통일을 실현하는 2단계 통일방안으로 정리하고, 남북 화해와 신뢰구축을 남북연합 단계의 과제로 삼았다.

한국 정부는 남북연합 단계를 "남북이 연합하여 단일 민족공동체 형성을 지향, 궁극적으로 단일 민족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남북간의 공존을 제도화하는 중간과정으로서 과도적 통일체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1국1체제로의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과도적 공존방안인 2국 2체제를 유지하는 남북연합에서는 통일실현을 장기 목표로 하지 않을 수 없고 남북 어느 한 쪽의 체제가 바뀌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이 방안은 통일실현이 아니라 2국가 체제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평화공존론'이거나 '1체제로의 통일' 주장에 다름아닐 수 있어 갈등의 소지를 해소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또 남북연합내 최고결정기구(남북정상회의)와 집행기구(남북각료회의), 대의기구(남북평의외), 지원기구(공동사무처)를 두기로 하고 통일헌법 제정을 비롯한 각종 현안 이행을 핵심 임무로 하지만 내정을 비롯한 외교권, 군사권 등 핵심 주권은 양측 정부에 있는 만큼 협의가구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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