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북)정치학 박사/‘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저자/사)부산평화통일센터 이사장

 

북은 2022년 9월 8일, 올해로 74돌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일 및 정권 수립일’(이하, 9.9절)을 하루 앞두고 김정은 총비서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과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를 만장일치로 채택, 법제화를 마무리했다.

이에, 이 의미를 아래와 같이 총 3회에 걸쳐 분석해보고자 한다. (필자 주)

1. 북의 핵보유 법제화와 담론적 인식변환 지점
2. 북의 핵보유 법제화가 갖는 몇 가지 정치적 함의에 대한 이해
3. 자주통일운동의 ‘새로운’ 국면에 대한 이해

 

들어가기에 앞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은 전 세계 핵보유 실태에 관한 부분이다. 해당 국가들이 핵보유 수에 대한 비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연구기관마다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기관 중의 하나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1986년 미국과 당시 소련이 핵무기 감축에 합의하기 전에 실전에 배치된 핵무기 수는 70,300개에 달했으나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을 지속한 결과 2021년 현재 13,080개로 줄었고 그 가운데 30%인 3,750개가 실전용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중 90%가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Ahronheim, Anna (14 June 2021). "SIPRI: Number of fatalities caused by armed conflict falls in 2020". The Jerusalem Post. Retrieved 14 June 2021.>

진실의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

그런데도 이들 핵무기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더 확장하더라도 이 두 국가를 제외한 UN 상임이사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핵보유 국가들에 대해 전 세계는 과연 북에 대해 취했던 조치와 같이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제재‘로 움직였던가?

없다면, 우리에게는 다음과 같은 불편한 진실 문제가 있다.

하나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선(善) 인식 문제이다. 미국 자신의 동북아 패권유지를 위해 북을 희생양으로 삼았어야만 했던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국제적 묵인 문제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북이 정권을 수립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일탈 없이 북에 대한 2가지 정책을 아주 일관되게 펼쳐오고 있다. 첫째, 북정권(혹은, 체제) 붕괴에 대한 집요한 공세이다. 둘째, 북이 핵을 갖지 못하게 하여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었다.

반면, 북은 이 과정에서 온갖 국제적 비난과 풍파를 다 감수하면서도 미국의 대북 적대에 맞서 30여년 가까이 핵개발과 완성 노정을 걸어왔다. 필요에 따라 제도적으로는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를 시작으로 6자회담까지,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2017년 11월 북이 핵보유를 선언하기 이전까지는 정통우호국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마저 북 지지에서 돌아서 미국편에 서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또한, 북미 양자 간에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에 이르기까지 북미대결전의 평화적 종식까지 도모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은 그 어떤 것도 이행하지 않았고, 그러자 북은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내기 위해 핵보유를 통한 전략국가의 위상 확보하려 했다. 이것이 이제까지 북이 왜 핵을 개발하려 했고 보유하려 했는지에 대한 진정한 이유이다.

그 사이 세계질서는 북이 의도하는 것과는 달리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또다시 전쟁의 세기라 할 수 있는 신냉전 시대를 맞는다. 자위력으로서 핵보유를 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그렇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의 핵보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이 지구상에서 핵을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들 또한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그들은 되고, 북만 안 된다는 논리는 절대 성립할 수 없고, 나올 수도 없는 논리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북의 핵보유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전환 부재이다. 다른 말로는 북의 핵보유 목적에 대해 그 어떤 국가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놓고, 한번 생각해보시라. 북은 이 핵으로 타민족을 침략한다거나 미국 등과 같은 전략국가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북이지만, 그들 국가들과는 달리 단 한번이라도 제국주의적 침략과 약탈의 살상무기로 사용하겠다고 한 적이 있던가?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번 9월 8일 시정연설을 보면 북의 핵보유 목적은 너무나도 명약관화하다.

“우리 공화국이 핵무력 정책을 법화한 것은 자주권과 평화를 침해하고 파괴하는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정의의 타격으로 됩니다. 공화국 핵무력은 남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패권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국주의 폭제로부터 우리 영토와 인민, 자존을 수호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사용되며 따라서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나라와 인민에게는 절대로 위협으로 되지 않습니다.”

이로부터 북의 핵보유는 이제껏 늘 그래왔던 미국적 시각보다는, 자주와 민족적 시각에서 정립해볼 필요가 훨씬 더 커졌다. 다음과 같은 사실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미국의 핵전쟁 연습인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윤석열 정권의 선제공격론 및 북 주적론에도 불구하고, 북은 오히려 일관되게 ‘전쟁주적론’을 강조한다. 누가 더 침략성과 호전성을 가졌다고 보는가, 북인가 아니면 미국과 윤석열 정권인가?

너무나도 명약관화하다. 핵무력을 포함한 자신들의 군사력이 미국과 윤석열 정권과는 달리, 철저하게 전쟁억제력 그 자체에 집중하는, 즉 전쟁 그 자체의 반대와 함께, 북미관계 적대해소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 그리고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유일방도로서의 핵보유 정당성을 획득하려 하는 북이다. 결과, 미국과 윤석열 정권이 먼저 전쟁책동을 걸어오지 않는 한 핵무기 사용 및 전쟁은 없으며, 반면 이의 반대인 자신들을 먼저 공격하려 한다면 ‘남조선’도 ‘미국’도 주적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럴 경우 군사적 공격, 나아가 핵공격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정연설(2022.09.08.)을 그렇게 해석해야만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결론적으로 이 둘의 인식으로부터 북의 핵보유는 세계와 우리민족, 혹은 남쪽 사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과 윤석열 정권의 무분별한 전쟁책동과 한반도 긴장고조에 대한 전쟁 억지와 공고한 평화체제 수립 그리고 평화통일 실현을 위한 위력한 방도이다. 즉, 북의 핵보유가 대단히 역설적이게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전쟁과 미국과 다른 대국들처럼 패권을 위한 전쟁의 궁극무기가 아니라 평화와 통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시정연설에서 언명한 “세계의 전략적 안정”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만 인식된다면 북핵은-북의 핵보유는 이제 결코 북만의 것이 될 수 없다. 한반도에서의 전쟁방지 및 통일, 나아가 전 세계 평화수호를 위한 우리민족의 전략적 보검이자 우리민족 전체의 전략자산이 된다. 이는 이 글 첫 번째 글에서 밝히고 있는 (북의 핵보유가) 민족의 핵, 겨레의 핵, 통일의 핵, 평화의 핵과 그렇게 상통되고, 보수적으로 해석하더라도 남쪽정부가 미국에 부화뇌동하여 딴짓-전쟁책동과 선제공격과 같은 그런 무리수만 두지 않는다면 북의 핵은 남쪽에게 절대 위협적이지 않다. 같은 민족을 공격하는 대량살상 무기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그러한 인식을 하지 못하는가? 반드시 다음과 같은 ‘불편한’ 인식을 넘어서야 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김일성 주석의 ‘비핵화 유훈’을 제대로 이해해야

중심에 ’주홍글씨‘와 같은 낙인 문제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속했다던 북의 비핵화 의지가 그것이다. (사실, 이것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밝힌 것이 문서로 확인된 것은 없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간접확인되고 있을 뿐이고, 그래서 그 진실성 여부는 많은 의문부호를 남긴다. 그래도 백번 양보하여 이 불명확한 인용을 수용하더라도) 소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했다는 “비핵화는 선대(先代)의 유훈”이고에서, 선대는 김일성 주석이다.

해서, 다음과 같은 인식부조화가 생겨난다. (비핵화) 유훈을 지키겠다고 해놓고, 왜 핵을 가지려 하느냐? 분명 불순한 의도이고, 핵보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뭐 그런 것이다.

과연 그런가? 먼저, 시간을 조금 한번 소급해보자. 그 시절-김일성 주석 때의 그 시절 북의 핵개발은 아주 초보적인 단계였을 것이라는 사실이고, 이 사실은 당시 비핵화가 ‘북핵’ 비핵화라기보다는 미국의 핵우산·전술핵을 겨냥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너무나도 타당한 정설이게 한다. 1970년대 북이 왜 그토록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라는 것을 주창할 수밖에 없었는가가 그 충분한 증거이다. 이후, 북은 자신들의 핵개발 속도와 비례해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로 그 주창을 바꿨고(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바로 이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소동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린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맥락적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다름 아닌, 당시 김일성 주석이 남겼다는 유훈, 즉 비핵화는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라는 미국의 핵우산·전술핵 완전 폐지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다.

다음, 그런데도 백번 양보해 이번 ‘핵보유’ 법령채택 그 자체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 무시와 스스로 약속했던 비핵화 의지를 저버렸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하는 그런 문제이다.

결론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다. 총 3가지 근거가 이를 증명한다. 첫째, 인류사적 이해 부분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핵없는 세계’라는 인류사적 관점에서 비핵화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하등 없다. 오히려 문제는 UN 상임이사국들과 미국이 허용해준 국가들, 즉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 인도 등의 국가는 핵을 가져도 괜찮고, 북만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둘째, 북의 핵 정책 방향은 명백하다는 사실이다. 불의한 핵에 대해 정의한 핵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며, 이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 제거 및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한반도에서의 전쟁방지 및 평화체제 실현, 세계 비핵화 추동이다. 이 논리에 따라 최종 종착지, 즉 세계의 핵이 없어지면 북도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 핵보유 정책은 비핵화 원칙에서 잠시 ‘유보’된 것일 뿐이지 어긋난다, 할 수 없다.

셋째, 그런 의미에서-첫째와 둘째에서 확인받는 것은 미국의 핵보유와 이를 통한 제국주의적 속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인류에 핵위협이 계속 남아있는 한 북도 당 규약과 헌법에 의해 세계 비핵화를 추동해 나갈 국가적 책무를 지속시켜 나갈 것임을 이번 ‘핵보유’ 법령채택을 통해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위 3가지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북의 ‘핵보유’ 법령 채택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북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사라졌다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이 과연 세계비핵화, 즉 핵군축에 응할 수 있는가가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북도 핵을 보유할 권리가 충분히 있어

모든 것을 떠나 미국이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면 북도 핵을 보유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 정의적인 시각이라면 이것이 맞고, 그러면 다음과 같은 북의 시각과 논리도 충분히 우리 눈에 들어온다. 다름 아닌, 북이 왜 핵을 가질 수밖에 없는가, 하는 그런 문제이다.

그건 아시다시피 북과 미국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70여년째 지금도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결과, 지금도 대결이 종식되지 않는 ‘휴전’상태이고, 북은 미국의 온갖 제재와 압박, 이와 동반된 전 세계 비난 등을 견디며 마침내 2017년 11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선언과 2022년 9월 8일에는 ‘핵보유’ 법령채택을 해냈다. 그것도 미국과 같은 제국주의적 속성으로 보유된 핵이 아니라 미국과의 대결을 끝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 세계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는 그런 핵보유 전략국가의 위상을 분명히 했다.

그 전제하에 다음과 같은 북의 핵보유 집착 이유를 알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북의 ‘핵보유’ 법령채택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고,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만 북의 핵보유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미국에게 그 책임이 있음을 알 수 있어 그렇다.

이를 위해 ‘편의상’ 김정은시대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 고찰이 필요하다.

먼저, 김정은시대 이전 시기이다. 그 시간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 하나를 해보자. 그 시기에는 과연 비핵화가 가능했을까? 결론에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그것이, 비핵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당시 북은 핵 보유를 전략적 목표로 설정하지 않았다. 당 규약과 헌법에 명문화되지 않은 것이 그 증거이다. 둘째, 당시 북핵은 자신들의 체제 유지와 제재 해제라는 등가교환의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그때 만약 미국이 진정성 있게 북핵 해법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경제와 안보의 교환을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임했더라면 어쩌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미국(과 대한민국)은 그 선택을 하기보다는 북핵 문제를 지금에 이르게 한 그런 정치적 오판을 했고, 그 오판의 중심에 북 붕괴론이 있었다. 북이 곧 망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실효적으로 협상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다음, 이제 김정은시대로 돌아와 보자. 특히,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핵보유’ 법령 채택을 한 지금 시기로 되돌아 와보자. 북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가? 결론은 포기할 수 없다, 이다. 무엇보다, 북이 선제적으로 핵을 포기할 수 없게 되었다. 우선은, 국제적 환경이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다. 이유는 지금은 전쟁의 시기인 신냉전이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이 시기는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를 지켜낼 힘-무장력이 없다면 그 국가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이다. 다음으로, 지금의 핵은 당시와 같은-김정은시대 이전 때와 같이 체제 생존과 제재를 풀기 위한 ‘단순한’ 수단을 넘어 미국과의 끝장대결을 종식해낼 수 있는 유일방도이다. 하여, 핵무기 및 핵보유에 대한 성격규정 및 핵사용 교리를 법제화함은 물론, 더해서 자신들의 사회주의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유일 ‘수령’ 김정은식 정치무기가 되고 있어서 그렇다. (이 둘의) 교집합에 바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시정연설(2022.09.08.)에 밝힌 “핵은 우리의 국위이고 국체이며 공화국의 절대적 힘이고 조선인민의 크나큰 자랑(강조, 필자)”이 자리매김한다.

그래서 이를 잘게 쪼개면 다음과 같은 하나의 대전제와 3가지 근거가 북의 핵보유 정당성이 갖춰준다.

먼저, 대전제 부분이다. 이제 북의 핵보유는 “위대한 수령”을 증거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 징표가 되고 있다는 측면이다. 즉, 수령자격 제1 징표인 사상의 위대성을 증명할 결정적 증거가 되고 있다는 말이고, 핵보유는 또한 김정은식 핵사상과 인민 생활의 향상을 내올 수 있는 만능의 보검으로 핵보유 이론이 정립되어 가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절세위인과 핵강국> 참조, 평양출판사, 2016)

책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을 “동방의 핵 강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고, 특히 4장의 소제목은 “조선의 핵 정치학”인데, 핵 사상을 이론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여, 이제 핵 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 정확하게는 미국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북의 핵보유는 김정은 ‘수령’의 위대성을 설명해낼 수 있는 절대명제이고, 그 전제하에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세계 비핵화와 연동되어 있는, 그리하여 북미대결을 끝장낼 궁극의 무기이자 제국주의적 속성을 완전히 제거해 인류 염원인 세계 비핵화를 추동해 낼 자위적 무장력의 완결판이 바로 자신들의 핵 보유이다.

시간을 추적해 북이 사용해왔던 핵담론들과 개념변화를 봐도 이는 마찬가지 결론이 나온다. 과거, 북은 제네바합의나 6자회담, 북미회담 등에서 주로 내세웠던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성을 외부의 공격(위협)과 침공(사용) 방지에 두었다. 수세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대응이었다. 하지만, 김정은시대에 들어와서는 핵 보유 정당성이 “끝장 대결”, “미국과의 동등한 핵 억제력”, “적대정책 철회”, “세계 비핵화”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대단히 공세적이고 주동적이다. 세계정세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적 성격을 분명히 갖고 있다.

다음, 3가지 측면에서의 핵보유 정당성 부분이다. 첫째, 북은 자신들의 핵보유를 통해서만 미국과 담판할 수도, 자주를 지켜낼 수도 있다고 자신한다. 다음과 같은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가장 가까이에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주는 교훈이다. 아시다시피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의 핵보유국이었다. 이는 구소련이 미국과 서유럽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배치했기 때문인데, 당시 보유했던 핵탄두만 1,700여 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170여 개에 달했다. 그랬던 우크라이나가 1994년 러시아, 미국, 영국과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하고 비핵화에 나서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안전보장과 경제원조를 약속받는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할 당시 미국과 영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각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2022년 발생한 지금의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면서까지 안전 보장 약속을 받았지만, 그 후 대가는 강대국의 침략전쟁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 이 상황이 비핵화 요구를 받고 있는 북의 반면교사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번 9월 8일 시정연설에서도 이 인식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의 핵 그 자체를 제거해버리자는 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 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열세 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다.”

시간을 보다 더 뒤로 가면 리비아도 그렇고, 지금도 미국과 핵협상을 전개하고 있는 이란의 모습 속에서도 북은 확실하게 핵보유의 정당성을 확신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과 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월 8일 시정연설이 증명한다.

“우리 인민은 미제국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설교와 궤변과 제재압박, 군사적 위협에 못 이겨 잘못된 선택으로 비참한 말로를 걷고 비극적인 마감을 맞은 20세기, 21세기의 수많은 역사의 사건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북이 자신들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외부 공격에 대해서도 핵무기로 응수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미연합군의 대북전략에 포함된 ‘참수작전’은 물론,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신형무기를 개발하는 식으로 테러집단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작전을 지속한 것을 매우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미국은 지난 7월 말 ‘닌자 폭탄’으로 불리는 초정밀 암살용 ‘R9X’ 미사일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사살했다. 이 미사일은 폭약이 터지지 않는 대신 날카로운 칼날 6개가 공격목표로 지목된 사람만을 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형 무기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2022년 8월 2일>

둘째, 북 자신들의 입장에서 핵보유는 남에 대한 경제적 열세와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고,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위력한 수단(핵 그림자 효과)이다. 또한, 미국에게는 한미동맹체제 해체를 강제하고 주한미군 철수 및 한반도 평화체제와 통일을 실현시켜낼 수 있는 유일수단이다.

셋째, 북 내부적으로는 자신들의 핵보유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해(전쟁억제력으로 작용해)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다. 구상도 다음과 같다. 미국과는 공포의 핵균형을 맞춰놓고, 대한민국과는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여 그 억제력과 주도권으로 국방예산을 조정하여 재정의 효율적인 집행, 즉 핵기술의 인민경제 및 경제산업화 전환으로 인민생활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병진노선의 참다운 우월성은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2013년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리하면, 북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핵보유는 전쟁억제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군사적 무기이고, 미국과 담판하기 위한 전략으로서는 정치적 보검이며,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해서는 경제강국 건설의 추동력,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수령의 위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정치사상적 무기로까지 규정되는 핵철학(사상)론이 정립된다. 그래서 앞으로 북핵문제는 철저하게 이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고, 그것도 위의 한 가지 대전제와 3가지 의미가 모두 동시적으로 충족될 때만이 북핵문제가 완전 타결될 것임을 예고한다, 하겠다. 반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의 핵보유 정당성이 전혀 정반대로 작용한다. 엄청 어려운 상황으로의 직면이다. 과거와 같았으면 단순 1차 방정식만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지금은 매우 복잡한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만 하는 정치군사적 문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입구에는 ‘조건 없는’ 대북 적대정책의 철회, 출구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세계 비핵화(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 제거)와 맞닿는다.

북의 핵보유에 대한 총론적 인식: 북의 핵보유를 통해서만 그 지긋지긋한 한반도 문제가 최종 해결된다는 인식이 매우 중요해져

이제 북의 핵보유 문제는 김일성시대, 김정일시대를 이어 김정은시대에 와서도 절대 변함없이 유지되는 자신들의 혁명전통 문제와 그 맥이 맞닿고 있다. 국가존립의 생명선이자 인민들의 자주적 삶과 직결되는 ‘자주’의 문제는 그 어떤 타협과 협상도 없다는 가장 강한 메시지를 상징적으로는 김일성 주석이 살아생전 그렇게 자주 했다던 ‘식민지 민중(인민)은 상갓집 개만도 못’하다는 발언과 이의 정치이론적 정립이 ‘제국주의자들의 전쟁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 대결에는 대결로, 전면전에는 전면전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그것이라면, 이번 ‘핵보유’ 법령채택은 그 종결판이다. 김정은시대의 혁명전통 표현방식이 그렇게 완결되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나왔던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고,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언급된 미국을 대하는 대미전략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것”으로 설정하고 국가방위력 강화 방침을 정했던 것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미국과의 전면적 대결은 그렇게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 이번 북의 ‘핵보유’ 법령채택이 갖는 의미를 최종 결론하면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는, 북의 핵보유가 북미 간 대결을 종식시키는 유일해법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누가 뭐래도 제국주의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제국주의는 절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이익과 패권을 ‘저절로’양보하지 않는다. 오직 힘과 힘의 대결에서 패배할 때만이 가능하다. (북미) 30년, 아니 70년 대결사가 말해주는 진실이 그렇게 맞닿는다. 그래서 이 대결을 끝장낼 수 있는 것은 그 한쪽 상대인 북이 미국을 굴복시켜낼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는 것이다. 그 중심에 북의 핵보유가 있고, 북은 이 정곡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둘째는, 북의 핵보유가 민족자주 실현 및 한반도 통일을 실제 실현시켜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도라는 사실이다. ‘불편한’ 경험이 이를 증거한다. 다름 아닌, 문재인 정권하에서 벌어진 미국과의 관계문제이다. 민족 내부문제를 당사자인 남과 북, 당사자가 그렇게 만나-정상회담을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그런 회담조차 미국은(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인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언명에 의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렇게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가 수립되지 못하는 한 민족자주와 한반도에서의 평화통일은 요원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일 해답은 북미관계는 정상화(북은 핵보유를 통해 미국을 정치군사적으로 압박하고)되고, 남은 대중적인 반미자주역량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해서, 민족 전체 차원으로는 반미자주역량이 매우 커야만 한다. 북의 핵보유도 그러한 측면에서 이해되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는, 북의 핵보유가 세계비핵화와 세계평화를 앞당겨낼 수 있는 유일방도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제국주의 지위와는 달리, 북은 중국과 러시아처럼 대국주의를 지향하지도, 더더욱 제국주의는 아니다. 오직 있다면-지향한다면 핵보유를 통해 민족자주와 통일,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자주국가, 전략국가의 지향뿐이다. 연장선상에서 자신들의 ‘핵보유’ 법령채택이 있을 뿐이다. 다음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이 이를 가장 잘 증거한다.

“침략과 전쟁이 없는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려는 것은 인류의 염원입니다. 하지만 평화는 바란다고 하여 저절로 오지 않으며 그것은 제국주의 전횡을 억제할 수 있는 힘으로써만 쟁취하고 수호할 수 있습니다. 우리 공화국이 핵무력 정책을 법화한 것은 자주권과 평화를 침해하고 파괴하는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정의의 타격으로 됩니다. 공화국 핵무력은 남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패권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국주의 폭제로부터 우리 영토와 인민, 자존을 수호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사용되며 따라서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나라와 인민에게는 절대로 위협으로 되지 않습니다.”

북의 핵보유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이렇게 잘 보자. (계속)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김광수의 통일담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를 비롯하여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그리고 부경대에서 ‘평화교육’과목을 맡아 2022년 8월 31일까지 출강했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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