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간토학살 제99주기 추도문화제 ‘기억, 계승’이 1일 저녁 광화문 인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간토학살 제99주기 추도문화제 ‘기억, 계승’이 1일 저녁 광화문 인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간토 제노사이드는 계속되고 있다.... 천인공노할 행태에 이어 100년이 되도록 관련 자료를 은폐하고 역사왜곡을 자행해 왔다. 민족교육에 산실인 조선학교에 대한 반인도적인 교육지원 배제, 민주적 참정권 배제 등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차별과 탄압도 일상화되어 왔다.”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주최한 간토학살 제99주기 추도문화제 ‘기억, 계승’이 1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광화문 인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제는 전태일기념관과 레코딩스튜디오 통인이 후원했다.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간토조선인학살사건’으로 숨진 ‘6천여 명의 조선인과 8백여 중국인들’을 기리는 행사로 이날 오후 1시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도 한국 민간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간또대진재 조선인학살 99돌 도쿄동포추도모임’이 진행됐다.

‘단체 활동가들이 간토학살 제99주기 추도문화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단체 활동가들이 간토학살 제99주기 추도문화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진위는 99주기 성명서를 통해 “학살은 유언비어가 나돌던 9월 1일이 아니라 계엄령에 따른 군대와 경찰의 학살이 시작된 9월 2일부터 6일까지 집중되었다”며 “일본 권력층은 9월 2일 새 내각이 출범을 앞두고 강력한 군사 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유사시 모든 것을 장악할 의도를 드러내어 계엄령을 발포함으로써 6천여 명의 조선인과 8백여 중국인들을 대학살하는 만행을 자행하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간토 제노사이드는 계속되고 있다”며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 배제 등을 적시하고 “일본 정부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증오나 공격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하기까지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권고를 예시한 뒤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이 권고를 적극 받아들여 책임인정과 진상규명을 실시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하고 “사실왜곡과 진실 은닉의 100년을 더 이상 이어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기림의 날에도 침묵하였고, 8.15 광복절 축사에서도 대일 과거사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못하였다”며 “일본의 식민지 불법강점과 전쟁범죄를 추궁하기는커녕 적반하장 피해국에 해법을 가져오라는 일본정부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구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김수진 의워이 첫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김수진 의워이 첫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이수진 의원과 나란히 첫 번째로 무대에 올라 “내년이면 사건 발생 100주기가 되지만 여전히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유족들을 위로하는 어떤 조치도 없어 수천의 영령들에게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지난 19대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여야 의원 103명의 동의를 얻어 대표발의했지만, 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일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 다시 21대 국회에서 ‘간토대학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라야마 도시오(村山俊夫) ‘시민모임 독립’ 회원은 “1970년대부터 학살이 일어났던 관동지방 각지에서 그 지역의 향토 역사 연구자와 교사, 시민 유지가 생존자의 증언을 모으는 활동을 시작했다. 도쿄, 가나가와, 치바, 사이타마, 군마 등 각각 지역에서 학살의 현장을 발굴하고 기록자료를 발간하고 추도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2003년에 학살 80주기 희생자 추도 심포지엄 개최한 후 그 때까지 개별활동을 했던 단체가 공동으로 <간토 대진재 조선인학살의 국가 책임을 묻는 회>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지금도 계속 일본 정부가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진상을 규명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전하고 연대의사를 표명했다.

김삼열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과거 침략과 범죄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이러한 차별과 군국주의 우경화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정부는 굴욕적이고 사대적인 대일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모두 강력히 반대하고 분노하는 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남과 북, 일본 동포들과의 공동행동, 일본과 중국 시민사회와의 공동사업도 적극 제안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토학살 99주기를 상징하는 99개의 의자가 놓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간토학살 99주기를 상징하는 99개의 의자가 놓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강제동원 노동자상을 만들고, ‘위안부’ 투쟁을 함께 하며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투쟁하는 양대노총은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고 일본의 국가 책임을, 진상규명을, 사죄, 배상을 역사왜곡 중단과 과거사를 바로 세울 것,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중단과 안전을 요구하며 끝까지 투쟁하며 이 땅 노농자로서 역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허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은 “지금 일본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냉전의 태동, 일본의 제국주의 야망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평화헌법을 전쟁헌법으로 바꿔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대국주의를 발판으로 제2의 식민지전쟁을 도모할지 모르는 역사의 재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상구 KIN(지구촌동포연대) 사무국장은 “아베의 총격 사건 이후에는 인터넷에는 또다시 재일 조선인들을 향한 댓글들이 대거 올라오기도 했다”며 “혐오 범죄에 대해서 우리가 제일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제기하고 “일본 정부는 간토 대학들의 온갖 유언비어가 거짓이었음을 분명히 밝히고 희생자들의 규모와 명단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수 이지상이 '아직은 잠들지 마시오', ‘기차는 그 새벽을 떠났다―블라디보스톡’을 들려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가수 이지상이 '아직은 잠들지 마시오', ‘기차는 그 새벽을 떠났다―블라디보스톡’을 들려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장순향 전 한양대 무용과 교수가 ‘썽불이춤’으로 원혼들을 달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장순향 전 한양대 무용과 교수가 ‘썽불이춤’으로 원혼들을 달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소선합창단이 ‘그 날이 오면’, ‘진달래’를 공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소선합창단이 ‘그 날이 오면’, ‘진달래’를 공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최은아 6.15남측위원회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모문화제는 윤광호의 추모곡 ‘간토 일기’를 비롯해 김창규 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의 ‘간토 서사시’, 장순향의 ‘썽불이춤’ 공연, 이지상의 추도노래 ‘아직은 잠들지 마시오’, 이소선 합창단의 ‘그 날이 오면’, 평화의 북소리의 북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공연이 펼쳐졌다.

추진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수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대표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진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수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대표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진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수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대표는 “추도식을 참여하기 시작한 때가 84주기부터였다”며 “이제 100주기부터 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한민국이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일본 정부의 국가 책임을 묻는 일 그 일로부터 한일관계에 평화가 진정으로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외교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양보하는 정치적 술수로는 한일 간의 갈등은 끊임없이 계속적으로 반복될 것”이라며 “국가는 침묵하고 진실을 은폐해 왔지만 한일 시민들은 지금까지 진실을 드러내고 기억하고 계승하면서 서로 간에 평화로 연대하는 미래를 그려왔다. 한일 관계의 평화는 시민들의 연대로 가능해 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추모문화제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헌화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모문화제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헌화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간토학살 제99주기 추도문화제 성명서 (전문)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제 나라 일을 하러 온 수천 명의 이주노동자를 학살한 일이 있는가?

1923년 9월 1일, 동일본 간토지역에 커다란 지진이 발생했다. 이 일로 인해 수만 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재난 속에서 조선인들이 강도, 강간, 방화, 폭동 등 내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각종 유언비어를 사실화하여 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조선인 노동자들과 중국인 노동자들을 학살하였다.

계엄령 이전까지 조선인 노동자들과 일본의 노동자들은 강고한 노동운동을 전개하였다. 하지만 일본 권력의 계엄령을 통해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본 산업시설에 불을 지르고 다닌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며 강고한 노동연대를 분열시키고, 심지어 일부 일본 노동자들을 조선인을 학살하는 사냥꾼으로 만들었다.

일본 권력은 간토대지진 사건을 활용해 계엄령을 발포하여 노동자들을 탄압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세계적 연대가 형성되는 맹아를 제거하였다.

계엄령만 없었더라면 대학살은 일어나지 않았다.

학살은 유언비어가 나돌던 9월 1일이 아니라 계엄령에 따른 군대와 경찰의 학살이 시작된 9월 2일부터 6일까지 집중되었다. 계엄령으로 유언비어를 사실화하면서부터 일본 민중은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고 확신하게 되었다. 계엄령만 없었더라면 바람처럼 떠도는 이야기를 믿고 닥치는 대로 학살하는 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 권력층은 9월 2일 새 내각이 출범을 앞두고 강력한 군사 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유사시 모든 것을 장악할 의도를 드러내어 계엄령을 발포함으로써 6천여 명의 조선인과 8백여 중국인들을 대학살하는 만행을 자행하였다.

간토 제노사이드는 계속되고 있다.

학살의 광풍이 간토지역을 뒤덮자 일본 정부는 뒤늦게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고 조선인을 탄압하는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계엄사령부를 통해 발표하였다. 그러면서도 언론을 통해 유언비어를 실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왜곡보도 하도록 하였고, 수용된 조선인들을 자경단들에게 학살용으로 불하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천인공노할 행태에 이어 100년이 되도록 관련 자료를 은폐하고 역사왜곡을 자행해 왔다. 민족교육에 산실인 조선학교에 대한 반인도적인 교육지원 배제, 민주적 참정권 배제 등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차별과 탄압도 일상화되어 왔다. 일본 정부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증오나 공격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하기까지 했다.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이 사건의 조사에서 일본 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하였다. 첫째, 일본국은 군대에 의해, 그리고 국가행위로 참여한 자경단에 의해 조선인과 중국인에 대한 학살이 자행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죄할 것, 둘째, 국가는 학살사건의 전모를 조사하고 그 원인을 밝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이 권고를 적극 받아들여 책임인정과 진상규명을 실시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라. 사실왜곡과 진실 은닉의 100년을 더 이상 이어가지 말라.

한국 정부의 무책임함 또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역대 어느 정권도 간토학살에 대한 일본의 국가책임을 묻지 않았고 진상규명과 피해자 추모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기림의 날에도 침묵하였고, 8.15 광복절 축사에서도 대일 과거사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못하였다. 일본의 식민지 불법강점과 전쟁범죄를 추궁하기는커녕 적반하장 피해국에 해법을 가져오라는 일본정부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구걸하고 있다. 역사인식을 결여한 정부가 ‘관계개선의 해법’이란 미명하에 진실과 정의를 외면할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 일본 정부는 역사왜곡 중단하고, 국가책임 인정하라!
- 한국 정부는 학살 피해자 위령하고, 진상조사 착수하라!

우리는 다짐한다.

- 남북해외 온 겨레의 힘을 모아 역사정의 실현하자!
- 남북일중 시민연대로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굳게 세우자!

2022년 9월 1일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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