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김순호 사퇴! 피해자 사죄 촉구! 공동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밀정 김순호 사퇴! 피해자 사죄 촉구! 공동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김순호 사퇴와 경찰국 폐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역사를 과거로 돌리는 일이다.”

김기홍 성균관대민주동문회장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밀정 김순호 사퇴! 피해자 사죄 촉구! 공동기자회견’에서 여는말을 통해 이같이 규정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이 자리에서 세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첫 번째는 경찰국 신설이 헌법을 위반하고 정부조직법을 위반한 것이고, 두 번째는 31년 전 군사독재의 망령이 다시 살아난 것이고, 세 번째는 경찰국 실무 중심에 1989년 인노회 사건 때 프락치 활동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 김순호 국장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회장은 “이명박 정부 때 쇠고기 촛불시위가 일어났다”고 상기시키며 “촛불시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김순호는 사퇴하고 경찰국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주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증언발언에 나서 “우리는 강집을 당해 군에서 보안사의 주도로 프락치가 돼 학교, 노동, 정당에 대한 정보 보고를 하라는 녹화 공작을 받았을 때 저항했다”며 회고하고는 “우리는 회유와 폭력이 두려워 소극적 저항이라도 했다. 그러다가 녹화공작에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며 숙연해 했다.

조 사무처장은 “김순호는 어디에 해당하냐?”고 묻고는 “그는 적극적 지지자다. 보안사 프락치에서 경찰 프락치로 변신한 것 아니냐? 옛 동지의 가슴에 대못 박지 말고 사퇴해야 한다”고 외쳤다.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정부청사 전경.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정부청사 전경.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이어, 각계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장현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 의장은 “학생운동, 시민운동, 노동운동을 하다가 운동이 힘들어서 떠나간 동료는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김순호처럼 함께 일했던 동지를 팔고 그 대가로 승승장구한 인간이 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혀를 찼다.

장 의장은 “김순호가 노동운동을 배신하고 정보를 파는 등 프락치 활동을 했다. 당시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놔두겠는가?”하고 묻고는 “이런 자를 경찰국장으로 세운 윤석열 정부도 문제다”며 일갈했다.

이인숙 서울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장은 “일제시대 때도 동지를 판 것은 밀정이나 일본 순사보다 못한 ‘말종’ 취급을 받았다”며 김순호 국장을 ‘말종’에 비유하고는 “정의와 공정을 화두로 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밀정과 고문 경찰의 망령이 경찰국을 통해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분노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순호 경찰국 초대 국장의 모교인 성균관대 1학년에 재학 중인 노규원 학생은 “(김순호 씨가) 성대 학생이라는 것이 수치스럽다. 학교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피해자 앞에 사과하라”고는 “시대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배신자는 우리의 동문이 아니다”며 단호함을 내비쳤다.

김순호 경찰국장의 대학 1년 선배이자 인노회에서 노동운동을 함께 했던 최동 열사의 여동생 최숙희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김순호 경찰국장의 대학 1년 선배이자 인노회에서 노동운동을 함께 했던 최동 열사의 여동생 최숙희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특히, 기자회견 말미에 김순호 경찰국장의 대학 1년 선배이자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노동운동을 함께 했던 최동 열사의 여동생 최숙희 씨가 나서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최숙희 씨는 “경찰국장이 된 김순호는 최동 오빠가 아끼는 후배였다”고는 “대학생 때 동숭동 집에도 자주 놀러왔다. 장사하러 나가신 어머니를 대신해서 제가 어린 나이에도 밥을 많이 해주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최 씨는 “김순호가 10여년을 한께 했던 오빠는 지금 고인이 되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왜? 고인이 된 오빠 이름을 거론하며 비겁하게 숨는지, 자신의 과오를 합리화하는지 묻고 싶다”고 제기했다.

최 씨는 “김순호는 오빠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최동 오빠 49제를 지내고 바로 돌아가신 최동 아버지를 기억하기 바란다”고 울먹이고는 “젊은 시절, 따스한 밥을 해주던 어머니를 생각하기 바란다. 최동 오빠가 돌아가신 후 지금까지 신경안정제로 살아가고 있는, 오열하는 어머니를 떠올려 보시기 바란다”며 절규했다.

참가단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김순호 경찰국장의 사퇴 △밀고로 피해 본 피해자들에게 사죄 △경찰국 해체 등을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참가단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김순호 경찰국장의 사퇴 △밀고로 피해 본 피해자들에게 사죄 △경찰국 해체 등을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이날 참가단체들은 이창훈 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이 낭독한 공동성명서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투신한 민주화 운동 동지들을 배신하고 밀고한 자를 경찰국장에 임명한 것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김순호 경찰국장의 사퇴와 밀고로 인해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사죄를 촉구한다”고 외쳤다.

이어 이들은 △김순호 경찰국장의 사퇴 △밀고로 피해 본 피해자들에게 사죄 △경찰국 해체 △공작사건의 전모를 밝힐 것과 공작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가자들이 최동 열사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쓰기도 했다. 사회자는 “최동 열사가 광화문광장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표현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김순호 사퇴 촉구 요구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경찰국이 소재해 있는 정부서울청사로 향했다.

언론매체들의 뜨거운 취재열기.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언론매체들의 뜨거운 취재열기. [사진-통일뉴스 홍인석 통신원]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리한 장마 뒤의 폭염 속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듯 언론매체들의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한편, 오기태 성균관대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성균관대민주동문회,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관련자모임,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서울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성균관대 재학생 일동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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