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때문에 3년 만에 열려


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2022년 4월 28일~5월 20일 제35차 전국과학기술축전이 진행되었다. 전국과학기술축전은 북의 과학자, 기술자를 망라한 단체인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중앙위원회가 주최하는 발표회·토론회·성과전시회·기술혁신 경기 등 수많은 과학기술 행사 중 하나이다.

다른 행사들이 대부분 특정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 비해, 과학기술축전은 모든 부문·지역·단위를 아우르는 북 최대의 종합 과학기술 행사이다. 

제34차 전국과학기술축전 행사장 (조선의 오늘, 2019.4.24.)
제34차 전국과학기술축전 행사장 (조선의 오늘, 2019.4.24.)

1980년대부터 시작한 연례행사

연례행사인 과학기술축전이 올해 35번째였으니, 축전은 1980년대에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홈페이지에서 기사색인 검색(제목 검색)을 해보면 1989년에 제4차 축전이 열렸고, 1986년과 1987년에도 개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1986년이 제1차였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1986년이 몇 회였는지, 1988년에 축전이 진행되었는지 문헌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1986년 이전에 시작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2015년 제30차까지 '중앙'과학기술축전이었는데(몇 차례 전국과학기술축전을 혼용), 2016년부터 전국과학기술축전으로 바뀌었다. 

아래 표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전국과학기술축전 개최현황이다. 36년 만에 로동당 당 대회가 5월에 열린 2016년을 빼면 모두 4월에 개막했다(김정일 집권기에는 주로 5월 초에 열렸다). 

[표 1] 김정은 집권기 전국과학기술축전 개최현황
[표 1] 김정은 집권기 전국과학기술축전 개최현황

지역, 단위별 축전도 사전에 진행

전국과학기술축전이 열리기 전에 곳곳에서 일종의 '예선전'이 벌어진다. 각 도, 내각 각 성과 중앙기관, 국가과학원, 주요 대학들이 연초부터, 일부 단위는 전년도 말부터 자체의 과학기술축전을 진행해서 전국과학기술축전에 내보낼 연구개발 성과를 뽑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각급 축전까지 포함하면 전국과학기술축전은 굉장히 많은 단위와 사람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예를 들어 2018년 4월 23일 개막한 제33차 전국과학기술축전에 500여 개 단위 1,200여 명이 과학기술 성과를 출품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2017년 말~2018년 초 진행된 지역, 단위별 과학기술축전에는 총 13,500개 단위 108,000명이 참가했다. 즉, 전국과학기술축전 참가자들은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진출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주제는 "과학기술 선행과 혁신"

올해 축전의 주요 현황을 살펴보자. 먼저 축전의 주제는 "과학기술 선행과 혁신"이었고, 원료와 자재의 국산화 및 재자원화, 국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성과들이 출품됐다고 한다.

대북제재, 코로나 19와 같은 악조건을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으로 극복하겠다는 국정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을 강조한 북의 선전화 (조선중앙통신, 2021.2.14.)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을 강조한 북의 선전화 (조선중앙통신, 2021.2.14.)

이번 축전은 코로나 19 때문에 2020년, 2021년에 열리지 못하다가 3년 만에 개최된 행사이다. 2020년에는 2019년 12월 김일성종합대학, 2020년 2월 초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교통운수대학, 평양기계대학이 학교 단위 축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2020년 1월 28일 북이 "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코로나 19에 초강력으로 대응하면서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가상전시와 원격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

축전이 3년 만에 재개되었지만, 코로나 19의 위험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상전시와 원격화상회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행사 기간 화상회의 시스템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평양기계대학, 농업연구원이 분담해서 운영했다고 한다. 

올해 각급 과학기술축전은 중앙에서 작성한 <축전조직요강>에 따라 지역과 단위들이 축전에 출품할 성과들을 심사, 선정하는 방식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제35차 전국과학기술축전 가상전시장 (조선의 오늘, 2022.5.8.)
제35차 전국과학기술축전 가상전시장 (조선의 오늘, 2022.5.8.)

3년 만에 열려 출품작과 참가자 크게 늘어

축전 기간 금속, 화학, 전력, 석탄, 건설, 농업, 경공업,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물공학, 비상방역 등 33개 분과별로 발표와 심사를 진행하였다.

행사가 3년 만에 열리다 보니 전체적으로 예년의 두 배 가까운 1,250여 건이 출품되었고, 참가자도 과거의 몇 배에 달하는 수천 명이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우수 성과들이 단체별, 개인별로 상을 받았다. 단체는 특등 3개, 1등 70여 개, 2등 80여 개, 3등 170여 개 단위가, 개인은 특등 1명, 1등 40여 명, 2등 70여 명, 3등 130여 명이 수상했다. 이 중 특등 수상 단위, 수상자와 그들의 연구개발 성과는 아래와 같다. 

▶ 김일성종합대학 수학부 정보수학연구집단: 황해제철연합기업소 산소열법용광로에 슬라크(슬래그) 준위측정체계 도입
▶ 흥남비료연합기업소, 함흥화학설계연구소: 연산 수십만 톤의  질소비료 생산능력 조성
▶ 평양화력발전소 공업기술연구소: 화력발전용 보일러 배풍 능력과 제진 효율 제고
▶ 박경룡(김책공대 금속공학부 연구사, 교수, 박사): 보산제철소 삼화철 회전로에 로체송풍기술 도입

5개년계획의 핵심 과제 실현에 기여한 성과들

앞에서 실질적인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성과들이 축전에 출품되었다고 언급하였다. 특등 수상 성과들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북이 2021년 시작한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주요과제 실현과 직결되었다.

먼저 김일성종합대학 수학부와 김책공대 박경룡 박사의 연구는 금속공업 부문의 중심과업인 '주체철(북에서 나는 석탄만을 이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기술) 생산체계의 기술적 완성과 생산능력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았다.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함흥화학설계연구소의 성과는 그 자체로 화학공업 부문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질소비료 생산능력 확장'을 실현한 것이었다. 

평양화력발전소 공업기술연구소는 배풍통로를 개조하여 자기 단위 보일러 성능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그 경험을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동평양화력발전소와 공유했다고 한다.

이는 전력공업 부문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화력발전소 생산토대의 정비보강을 위한 불량한 보일러 계통 보수'를 위한 것이다.

이제 축전에 대한 보도와 평가를 통해 북이 부각하려 한 정책 주안점을 확인해보자. 

'간부들이 과학기술 실력향상과 혁신에 앞장서라'

먼저 축전 출품작의 개발자(=참가자)에는 과학자·기술자·노동자·농민뿐 아니라 "일군"(간부)들도 있는데, 이번 축전에서는 예년보다 크게 늘어서 각급 단위 책임자 100여 명을 포함해 약 2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북은 이러한 변화가 과학기술 실력 향상 및 그에 기초한 혁신에 대한 간부들의 관심과 열의가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사실 북의 보도 내용을 따져보면 간부 개발자의 증가 정도는 전체 참가자의 그것에 크게 못 미친다. 앞서 확인한 대로 북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축전의 전체 참가자 수는 예년보다 "몇 배" 늘었다.

그런데 아래 그림을 보면 단위 책임간부 참가자가 2019년 제34차 축전 때 이미100명을 넘었다. 여기에 책임자급이 아닌 간부 참가자들도 있었을 테니, 당시 간부 참가자는 적어도 백수십 명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축전의 간부 참가자 수 200명은 2019년에 비해 기껏해야 수십 명 늘어난 수치이다.

제33차, 제34차 전국과학기술축전의 단위 책임자 참가자 수 (조선중앙TV, 2019.5.6.)
제33차, 제34차 전국과학기술축전의 단위 책임자 참가자 수 (조선중앙TV, 2019.5.6.)

상황이 위와 같음에도 북에게는 간부 참가자 수 확대를 부각할 필요가 있었다. 북이 2-3년 전부터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간부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자각하고 실력을 높여서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고 독려해왔기 때문이다. 

농업부문의 성과 강조

다음으로 북은 농업부문의 참가 열의가 특히 높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축전에 농업부문에서는 곡물 생산 증대, 재해성 이상기후 극복, 농업생산의 과학화, 정보화, 집약화에 기여한 성과 110여 건이 출품되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식량문제 해결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달성해야 할 농업생산 목표를 정하고 농업과 농촌발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북은 농업부문의 성과를 부각함으로써 중장기 농업발전계획을 다시금 강조하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자신들의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과시하려 한 것 같다.
   

농업과 농촌 발전을 강조한 북의 선전화 (조선중앙통신, 2021.1.19., 2022.1.3.)

적극적인 과학기술 교류 강조

끝으로 북은 모든 지역과 단위들이 과학기술 교류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북은 과학기술이 실질적인 경제발전을 이끌지 못했다고 평가해왔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로 각급 단위들의 "본위주의", 즉 조직이기주의 때문에 과학기술 성과의 공유와 확산, 협력연구가 부진했던 점을 꼽아왔다. 

북은 위와 같은 원인 진단에 기초하여 앞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경제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성과의 공유, 협력연구와 같은 과학기술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이번 과학기술축전 참가 규모의 확대가 단위들 사이의 교류가 그만큼 활성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축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도 제시

북은 이번 축전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지적했다.

먼저 축전이 가상전시회 방식으로 진행되어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관람할 수 있었지만, 참가자와 관람객들 사이의 충분한 토론과 논쟁을 위한 준비는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지역들이 사전심사와 준비를 부실하게 해서 수준 낮은 출품작을 제출했고, 심지어 가상전시에 필요한 자료와 영상을 제출하지 않은 곳도 있다고 질책했다. 

북은 위와 같은 문제들을 바로잡아서 앞으로 과학기술축전이 과학기술 교류와 성과공유의 장으로서 기능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모든 지역, 부문, 단위들도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깡그리" 교류, 공유해야 발전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5차 전국과학기술축전의 원격화상발표회 (조선의 오늘, 2022.5.8.)

 

3년 만에 열린 제35차 전국과학기술축전―북 최대의 종합과학기술 행사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박사.

대학에서 미생물학, 대학원에서 북한 과학사를 전공했고,

북의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 전략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북한의 '과학기술 강국' 구상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2018) 등이 있고,

공저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10년의 변화 10개의 키워드』(블루앤노트, 2022), 『김정은의 전략과 북한』(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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