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 박사/‘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저자/사)부산평화통일센터 이사장

 

1. 들어가며: 신냉전과 미국: 미국의 세기는 ‘완전’ 끝났다

회자되던 ‘신냉전’ 개념이 이제는 국제관계학에서도 ‘신냉전’을 거의 공식화하는 분위기이다. 그리고 그 특징이 과거의 미소냉전과는 달리, ‘몰락해가는 미국 스스로가 자국의 필요에 의한 일방적인 편가르기로 인해서 형성되는 구도’ 정도로 이해한다.

구도로 보면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자들을 묶어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을 상대로 짜고 있는 새로운 대결구도이다. 구체적 형태도 바이든 정권이 2019년 1월에 종래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확대개편하고 그에 따라 대중국・러시아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 쿼드(Quad: 미, 일, 호주, 인도 협의체), 오커스(AUKUS 미, 영, 호 안보동맹), 민주정상회의(2021.12.9-10),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등과 같은 동맹을 그물망처럼 촘촘히 형성한다.

이를 통해 △대북 적대시정책의 지속 △대중국 포위망 형성 △나토 확장 △반러시아 구도 형성, 그리고 △한미일 3각동맹 구축의 가속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미국의 이러한 행동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과 미국의 이러한 행동에는 이제껏 유지되어 오던 미국중심의 일극체제 강대함의 행동표현이 아니라 사멸해가는 미국중심의 일극체제 약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이다.

예하면 이렇다. 2022년 2월 4일 베이징에서 ‘신시대 국제관계와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공동성명’이 발표되는데 거기서 ‘사실상의’ 반미동맹체제가 구축되고, 여기에다 더해서 세계인구의 41%, 총생산의 33%, 무역의 18%를 차지하는 브릭스(BRICS), 최근에는 이란과 아르헨티나가 브릭스(브릭스 플러스)에 가입신청을 완료함으로써 반미동맹은 기정사실화된다.

해서, 확인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미소)냉전이 세계에서 맨 먼저 핵을 보유하고 그것을 사용한 미국 주도하에 형성된 대결구도라면 ‘지금의’ 신냉전은 미국이 쇠퇴·약화되어가는 자신의 처지를 만회하고 자신들에 의한 일극지배질서를 계속 유지해보려 하는 미국(및 그 추종세력) 대 다극체제 및 세계 자주화를 지향하는 세력 간의 대결구도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의 신냉전은 ‘과거의’ 미국이라는 강자가 아니라 ‘지금의’ 미국이라는 약자가 주도하는 대결구도이고, 이는 결코 미국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미리 가능하다.

왜 그런지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예전 같지 않은 영향력 징후는 여러 곳곳에서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2022년 7월 16일,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하, 우크라이나전쟁)과 서방의 자살적인 대러 제재의 여파로 벌어지는 물가폭등·화석연료 대란 상황을 타개할 의도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고, 여기서 바이든은 석유 증산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석유 증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일언지하 거부로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고, 바이든은 ‘빈 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시사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친미일변도 국가가 아니라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증명하듯, 사우디아라비아는 며칠 지나지 않아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로 이전까지 앙숙이던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해가고 있고, 위에서 잠시 언급은 있었지만 이란, 터키, 이집트,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과 더불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공동체) 가입을 추진하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가입을 종용하기 위해 소집한 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에 절반 이상이 동참을 거부했으며, 특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나라는 30여개에 불과하고 170여개국이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다. 또, 작금에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나토를 포함한 서방나라들이 물가폭등, 인플레이션의 가속화, 식량 및 연료 부족, 국제 유가 및 가스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의 훼손 등 엄청난 역풍을 맞고 있다.

자국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심각한 내부 분열에 직면한 미국 사회는 제2의 남북전쟁(The Second Civil War) 직전과 같다는 아우성이 철철 넘쳐난다. 꾸준히 제기돼왔던 미국 내부의 실상(빈부격차 확대, 인종차별, 반지성주의 확산, 퇴폐문화 범람, 총기난사 사건 빈발 등)도 그러하고, 이미 지난 미국 대선(2020년) 과정과 그 이후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 지지세력의 국회의사당 점령 시위도 절대 치유될 수 없는 미국 내부 분열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여기에다 바이든 집권기 동안 발생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패주,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우크라이나전쟁의 늪 및 서방의 자살적 대러 제재로 인한 경제파탄 등이 겹쳐지면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미국 내 분열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기름 붓듯, 세계정세에 아주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북도 이러한 국제정세를 정확히 읽어내고 미국과의 전면적 세기의 ‘끝장대결’을 펼쳐나가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2021년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하여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었다면서 한층 복잡다단해진 것이 현 국제정세 변화의 주요 특징이라고 말하고는 이후 ‘주적’으로서의 미제국주의 표현, 핵무장력 강화전략, 제재를 상수로 하는 국가발전전략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이래도 미국의 세기가 끝나간다고 말하지 못하겠는가?

2. 우크라이나전쟁과 북의 선택: 북·중·러 강화는 필연이다

(1) 우크라이나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와 관련된 기본 시각은 신냉전으로 진입하는 그 한복판에 지금의 우크라이나전쟁이 놓여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우크라이나전쟁 때문에 신냉전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세계정세로 인해 신냉전은 이미 형성되었고, 이를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우크라이나전쟁이고, 이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신냉전을 보다 촉진시키는 발화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각인시켜 준다.

그러면-위와 같은 시각을 형성하면 우크라이나전쟁이 미국과 서방의 시각인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현대판’ 제국주의적 전쟁대결이며 미국이 젤란스키를 앞세워 벌인 러시아와의 대리전 성격규정이 된다. 그래서 ‘악의 축’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다.

그렇게 보는 명확한 근거도 있다. 우선은, 전쟁 명분에 있어서도 미국과 우크라이나, 나토가 확실하게 밀린다. 러시아와 미국(나토)의 오랜 정치적 토대기반, 나토의 동진정책 금지선을 미국과 나토가 어겼기 때문에 이 전쟁이 일어났다. 다음,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제여론과 러시아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토 내에서도 이미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각국의 이해관계 차이로 말미암아 미국의 대러 제재에 이탈하고 있고,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전통적인 우방국이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미국에 의해 발생된 이 전쟁을 전폭적으로 지지 하지 않는다. 끝으로, 이제까지 잠정결론만 놓고 보면 승전이 러시아로 기울어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왜곡’보도 되는 세계 언론과 남측의 조·중·동 언론 대신, 러시아 전문가인 한신대 이해영 교수의 ‘보도되지 않는’ 전쟁 상황이 완전 딴판에서 이는 확인된다. 그의 분석은 이렇다.

러시아군이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돈바스와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완전’ 장악해가고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면적으로 본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20% 이상을 점령했다”라면서 “그런데 이 20%라는 게 경제의 질로 본다면 우크라이나 GDP(국내총생산)의 거의 80%가 된다. 수출항과 주요 산업시설들이 여기에 다 있다”라고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굉장히 중요한 농업적 기반(흑토지대)도 이쪽에 있”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사실상 우크라이나 경제의 대부분을 가진 것”이라는 것이다.([자주시보], 2022년 7월 20일)

(2) 우크라이나전쟁이 북-중-러 동맹관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이러한 정세와 전쟁 결과가 러시아와 북, 중국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해낼 것인가, 하는 그런 문제가 남는다. 결론적으로는 이들의 관계는 더욱더 긴밀해질 수밖에 없고(전략동맹으로 진화), ‘한반도’ 비핵화는 물건너 가고 미국의 굴복도 앞당겨진다는 사실이다.

근거는 이렇다. 이 전쟁을 계기로 이전보다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가 더더욱 전략화할 수밖에 없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게도 2개의 역사적 반면교사 경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70년대 존재했던 중소 갈등에서 누가 이득을 받는지가 분명하게 기억되고 있어서 그렇다. 다른 하나는, 미소 냉전체제 해체 이후 중국은 미국과의 일국적 패권에 맞서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바로 이러한 가운데서 벌어진 이번 우크라이나전쟁은 나토의 유라시아까지 그 세력범위를 넓히려는 미국과 나토의 동진정책 결과이므로 이를 수수방관할 수는 두 국가의 이해일치가 가능했다.

북러의 전략적 동맹 강화도 마찬가지이다. 러시아로서는 미국과 나토의 그러한 동진정책에 맞서 연대해 줄 북의 힘이 필요했고, 북으로서도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4월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가지며 밀착도를 높여온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우크라이나전쟁을 북러 동맹이 전략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되게 하고 싶다. 이해관계 일치가 그렇게 작동한다.

실증적으로도 이는 증명된다. 2021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러시아가 전쟁 분위기를 조성한 상태에서도 북은 러시아를 빈번하게 방문했고 전쟁 발발 뒤에는 러시아를 두둔하는 논평을 수차례 발표했다. 예로 2022년 3월 2일 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해 "전쟁은 러시아의 자위적 조치"라며 러시아 철군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유엔(UN) 총회 결의안에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결의안 반대 연설에 나선 김성 유엔 주재 대사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적으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정책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서방은 법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 달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더욱더 노골적으로 나토의 동진을 추구하고 공격무기 체계를 배치함으로써 조직적으로 유럽의 안보환경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또 “우리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국제 평화와 안보라는 구실하에 어떻게 미국과 서방에 의해 침해됐는지를 분명히 기억한다”며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미국과 그 추종자의 압제와 제멋대로 식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북은 4월 7일 유엔총회에서도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러시아에 힘을 실어 줬다.

보다 최근의 상황은 더 직접적이다. 북은 2022년 7월 1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러시아명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이하 LPR)의 독립을 공식 인정하는 서한을 공개하면서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에 따라 이 나라들과 국가관계를 발전시켜나갈 의사를 표명했다.”

이처럼 “정식 국가”로의 승인은 북이 어떤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지가 명확하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해석을 한번 들어보자. “북이 이렇게 ‘화끈하게’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북이 우크라이나전쟁과 유라시아 메가 프로젝트(고속도로, 철도, 공항, 항만 건설 등 규모가 무척 큰 투자사업), 즉 지정학적 대전환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 단교보다 돈바스 승인으로부터 기대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2022년 7월 14일, [페이스북])

또한, 북의 이러한 정치적 판단 근저에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경험도 크게 한 몫 했다, 할 수 있다. 그건 리비아의 경험과 함께, 한때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미국, 러시아, 영국의 안전보장 약속(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을 받고 핵무기를 포기한 이후 ‘지금의’ 우크라이나 운명이 북을 더더욱 핵보유 정당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더해서 북과 러시아는 지금의 상황이 동병상련으로 서로의 동질성을 느끼는 과정과도 같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은 미국이 자국에 적대시 정책을 추구하고 이중기준을 적용하는 것처럼 러시아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대적인 정책’과 ‘이중기준 적용’을 한다고 생각한다(러시아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미국에 의해 ‘같이’ 피포위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받는 최고 수준의 제재가 같은 처지에 있는 북으로 하여금 러시아에 대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고, 같은 논리로 러시아도 북과 같은 감정공유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지금의 러시아와 중국, 북은 과거의 러시아와 중국, 북이 아니다. 과거에는 분명 미국의 ‘북만의’ 비핵화에 동조해줬다면 지금의 러시아와 중국은 자신들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미국의 이해관계가 전혀 일치하지 않고, 과거 중국과 러시아가 불편했던 그 원인에 미국에 의해 놀아난(?) 그 역사적 경험까지 반면교사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북은 이렇게 북의 핵보유를 전제한 북중러 전략동맹을 강화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유엔에 맞서기 위해.

3. 결론: 미 패권의 몰락과 북의 최종 승리

하인리히의 법칙으로 보더라도 미국과 북의 대결에서 승리는 북이 확정적이다, 일 수밖에 없다. 근거는 이렇다.

먼저, 가칭 ‘북핵 위기’ 이후 미국은 북의 핵무력 강화에 대해서 여러 차례 추가제재를 시도했지만 화성-15호 발사 이후에는 유엔안보리에서 반대 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제는 ‘(국제사회의) 전원일치에 의한 대북재재’가 통하지 않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점이다. 북의 최근 의도에서 이는 명확하게 읽혀진다. 첫째는 북이 한미일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확실하게 미련을 버렸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미국과 유엔의 경제제재에 대해 그 제재를 상수로 하는 자력노선(자강력제일주의)을 확고히 했다는 점이다. 셋째는, 위 ‘첫째는’와 ‘둘째는’에서 확인되듯 북이 미국과의 정치·군사적 대결(핵대결과 적대시정책)에서의 승리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체제(사회주의)와 체제(자본주의)의 대결에서도 승리하는 전면적 대결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실로 엄청난 변화이다. ‘첫째는’과 관련하여서는 1990년대 이후부터 시작된 한반도 문제의 핵심이 북핵 문제였고, 이 문제가 한미일과의 상호작용이 2017년 북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아니 좀 더 시간을 더 뒤로 돌려 북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나온 북의 입장,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미국에게 다시는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이후 북은 대화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는 오히려 미국에게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자신의 핵보유를 전제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남측에게는 문재인 정부 때의 반면교사라 할 수 있는, 즉 3번의 정상회담과 2개의 합의문에도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하는 남측정권 모습을 보면서 남측정부와는 상대하지 않는 ‘제2의’ 통미봉남 정책으로 확실하게 돌아섰다. 그 최종메시지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이다.

‘둘째는’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북미관계를 ‘제재 해결’(Without Sanctions)의 추구에서 ‘제재와 더불어’(With Sanctions)로의 방향전환을 확실하게 했다. 즉, ‘과거의’ 북은 미국 주도의 제재에 비명도 지르고 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도 했었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은 오히려 제재를 “자력갱생”과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으로 완전 선회했다.

충분한 증거도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총비서의 입장이 2019년 9월 17일 [노동신문] 논설에 실렸다. 제목은 “자력갱생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생명선”으로 되어있고, 핵심내용은 “자력갱생은 혁명과 건설의 조건과 환경이 어떠하든 적들이 제재를 하든 안 하든 변함없이(강조, 필자) 틀어쥐고 나가야 할 우리의 발전과 번영의 강력한 무기입니다.(김정은 총비서의 발언)” 이는 2016년 제7차 당대회 및 2018년 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이 ‘자강력제일주의’를 전략적 노선-사회주의건설의 전 기간 수행하여야 할 계속혁명의 과업-으로 추가로 포함시켰는데, 이를 완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10월 16일 백두산 삼지연을 방문하면서 한 말, "우리는 그 누구의 도움을 바라서도, 그 어떤 유혹에 귀를 기울여서도 안 된다.(강조, 필자) 오직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길을 불변한 발전의 침로로 정하고 지금처럼 계속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 “적들이 아무리 집요하게 발악해도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고 우리 식으로(강조, 필자)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시련과 곤란을 디디고 기적과 위훈으로 더 높이 비약한 2019년의 총화이다”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은 2021년도 개최된 노동당 8차대회에서는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총화했는데, 이는 미국과의 체제대결에서도 승리하겠다는 것이다.(강조, 필자) 이어 2022년 1월 20일 [노동신문]에 공개된 내용 중 ‘당 정치국회의.. 핵 실험·ICBM 시험발사 재개 강력 시사’와 함께, 김정은 총비서는 "제반 사실은 미 제국주의(강조, 필자)라는 적대적 실체가 존재하는 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했고, 2022년 3월 24일 신형 ICMB ‘화성포-17형’ 시험발사 현장에서도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갈 것”(강조, 필자)이라며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즉, 지금의-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은 미국의 “미 제국주의”라는 실체와 정면돌파전을 수행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매우 명확하다는 점이다.

이를 좀 더 부연 설명하자면, 미국에 부여된 '제국주의'가 계속 지속되는 한 북미대결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 인식은 결국 미국이 ‘보퉁국가’로 전환되지 않는 한 ‘북미대결’은 끝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미국과의 그러한 “끝장대결”을 앞으로는 절대 미국의 '선의'에 기대 북미관계 정상화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북 스스로의 ‘자위적 무장력인 핵무장력’으로 미국을 반드시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로의 정책전환이 그것이다.

‘사실상의’ ‘4.25핵독트린’이라 할 수 있는 4월 25일(2022년)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의 김정은 총비서 연설은 이를 보다 명확히 해준다.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 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는 발언이 그것이다. 더 선명해진 북의 입장이다.

‘셋째는’ 것과 관련해서도 ‘선대선, 강대강’ 원칙에서 “강”으로의 정면돌파전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상수로 계산하고 있다는 것과,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방도로 자강력제일주의에 바탕한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노선’을 채택해 미국과의 체제대결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최종 결심이다. 삼지연시가 그 예다.

삼지연시 2단계 공사 완공 사진을 본 박건호 건설엔지니어([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 가람기획, 2019의 저자)는 “3년 남짓 동안 이런 엄청난 프로젝트를 완공했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각진 빨간 지붕들이 스위스의 수도 베른 같다”, “규모도 설계도 상상을 초월한다”라고 평가했다. 또 도심에 550석 규모 삼지연호텔이 있다며 서울 소재 신라호텔의 객실(464석)과 비교하면서 그 규모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또한, 콜린 쥐르크(Colin Zwirko) 영국 [BBC] 북 전문기자도 삼지연시에 대해 “깔끔하고 훌륭한 외관이다. 북한의 어떤 도시와도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아주 독특하고, 아주 화려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참고로, 세종시의 경우 행정도시건설청이 밝힌 2016년 자료에 따르면2030년까지 4단계에 걸친 세종시 총 건설비용은 106조8,000억 원이었다. 세종시는 2016년 이전에 1차 공사를 완료한 상태였다. 주거시설 건설비용이 40조800억 원, 상가 등 편의시설이 21조6,000억 원, 의료·산업시설은 4조 원, 대학교 등 교육시설은 3조5,000억 원 등이었다. 세종시 면적은 465.2km²로 삼지연시(1,326km²)의 2/5 정도이다.

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인식에 각인된 ‘빈곤한 과거의 북’으로는 위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어떻게, 미국 스스로가 주장하고 있듯이 이 지구상 유례없는 최강의 제재를 뚫고-쥐새끼 한 마리도 들락날락하지 못하는 지금의 제재국면 하에서 어떻게 그 수많은 자본, 노동력, 자재, 중장비 등이 동원되어 그렇게 단시간에 삼지연시를 몰라보게 전변시켜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최종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이후 북미대결에서 북의 승리를 확정적으로 증거해 준다.

첫째, 미국은 해방 이후, 특히 한국전쟁 이후 단 한 번도 북을 정상적인 국가체제로 인정한 적이 없다. 언제나 미국은 북 체제 붕괴, 혹은 체제몰락을 전제한 접근만 있었고, 이제껏 이런 적대의 본질이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렇지만 북은 이 강고한 장벽을 뚫고 사회주의 강성국가 및 문명한 사회주의 국가 진입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둘째, 미국은 북이 1993년 핵 보유의 첫걸음을 내디딘 후 북의 핵 보유 저지를 위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그 모든 군사적·정책적, 나아가 이데올로기적 가용수단들마저 다 동원하여 막아왔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가 이미 목격했듯이 북은 2017년 11월 30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다. 패배도 그냥 패배가 아닌, 미국의 분명한 대패다. 단지, 자신들의 체면으로 인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시간은 그렇게 북의 편에 있다. 이제껏 늘 그래왔듯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북은 점점 더 사회주의 강성국가 및 문명한 사회주의 국가에 진입하고, 핵 능력은 질량적으로 더 고도화되고, 비례적으로 북·중·러 동맹적 관계는 힘껏 결속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미국은 더 초라해지고, 동북아에서의 패권적 지위는 상실된다. 시간과 역사적 경험이 이를 분명하게 증명해 왔기에 원하든, 원하지 않던 미국은 이 운명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시시각각 시간은 그렇게 다가온다.

해서, 북미정세의 주도권이 ‘겉으로는’ 태평양 건너 바이든의 미국이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빙하의 본질과도 같이 ‘본질적으로는’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온 세상에 선포된 우리 민족에게, 더 구체적으로는 북의 핵 보유에 있음을 증거한다.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김광수의 통일담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를 비롯하여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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