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윤석열 정권이 서해어업지도원의 북측 수역 사망 사건(9/22/20)과 북측 어민 두 명의 북송 사건(11/7/19)을 꺼내들고 전임 문 정권에게 종북몰이 총공세를 펴고 있다. 이와 관련 서훈, 박지원 두 전직 국정원장까지 고발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이것은 전직 대통령이 최종 타격 목표라는 신호라 보여 오금이 저려온다.

서해어업지도원 사건은 당시 해경을 비롯한 해당 정부기관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이 짙다는 판단아래 일단락됐다. 당시 해류, 구명조끼, 거액 도박 빚, 북측 경비정의 교신 감청, 등 여러 증거 자료들을 종합 검토한 결과 자진 월북에 가깝다는 걸로 마무리됐다. 허나 윤 정권은 뚜렷한 증거 제시 없이 먼저 결과를 뒤집어 놓고 그것을 짜맞추느라 야단법석을 떤다. 문 정권이 북과 내통하는 데에 전직 두 정보수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문 정권을 싸잡아 종북세력이라고 뒤집어씌울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시비는 북녘 동료선원 16명 살해범의 북송 사건이다. 두 북어민은 북측과 남측 경비정을 피해 제3국으로 도망치려다가 끝내 남측 경비정에 의해 나포된 희대의 살인마들이다. 북측의 송환 요구에서도 밝혔고, 북측 경비정 대화 감청에서도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이 드러났다. 이들은 합동심문에서도 살인을 고백했다.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국민의힘은 강제 북송이라고 우기면서 탈북민의 인권 유린이라고 외쳐댄다. 심지어 이들은 무슨 대단한 걸 조사하는 척하며 ‘안보문란 조사 실무팀’(위원장 한기호 국힘의원)을 급조하고 ‘북어민 강제북송 진실규명 촉구’라는 이름의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한 위원장은 북송된 어민은 ‘탈북 브로커’라고 주장했다. 이건 한 탈북자의 증언이기도 하다. 진상조사팀 회의(7/20)에 나타난 한 탈북자는 동료선원 16명 살해라는 주장은 이들의 송환을 위한 북측의 거짓 주장이라고 했다. 그리고 송환된 두 어민은 16명 선원을 탈북시키려다 당국에 발각돼 탈출한 ‘탈북 브로커’라고 증언했다. 검은 걸 희다고 우기는 한 탈북자의 새빨간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는 국회의원이 있으니 진짜 요지경이다. 이에 대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탈북 브로커’ 소동을 비켜가려는 듯, 살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북송 절차 문제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어민 북송 사건 확대 재생산 공작에 총대를 메고 앞장선 인물이 권영세 통일장관이다. 그는 강제 북송이라는 걸 유엔사가 몰랐다고 목청을 높였다. 문 정권이 유엔사를 속였다는 쪽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 하려고 북송 거부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전격 공개했다. 권 장관은 유엔사가 강제북송 사실을 알고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쪽에서는 유엔사의 판문점 출입 승인도 없이 강제 북송됐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는 유엔사의 허가 없이 북송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소리치면서 이의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국방부의 허가 없이 북송됐다는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즉각 허가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유엔사 승인이 사실로 드러났다. 삿대질을 해대던 국민의힘은 매우 실망하는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강제 북송 소동에서 놀랍고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전임 정권의 어민 송환을 ‘탈북민 강제북송’으로 몰아갔다. 이것을 가지고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하고 되레 역풍을 맞아 휘청거리는 꼴을 보이게 됐다. ∆국민의힘이 신성불가침인 유엔사를 건드려 결국 금단의 선을 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유엔사의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자주냐 예속이냐의 논쟁에 불이 붙었으나 종국에 가서 예속정권이라는 사실에 이르게 되자 기겁하고 국민의힘이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

유엔사의 허가 유무를 놓고 불꽃 튀는 논쟁 와중에 “우리가 속국이냐?”라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논쟁거리도 아닌 걸 논쟁하는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속국이 아닌데 왜 이걸 가지고 논쟁하느냐며 펄쩍뛰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매체가 다루지 않는 대다수 침묵하는 양심의 목소리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들은 유엔사 허가 유무를 ‘자주’의 입장에서 풀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은 자주성 부재를 절감하고 자주를 쟁취하는 것이 절대적 우선순위라는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남북 관계 발전을 거덜 낸 당사자가 바로 유엔사라는 것에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국민 다수는 다음과 같은 유엔사의 오만한 내정간섭을 잘 기억하고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북측 철도 상태 사전 답사팀의 방북을 막았다. 또,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 공동행사 취재를 위해 떠나는 기자들의 컴퓨터 지참을 불허했다. 인도적 지원으로 추진된 타미플루 감기약 트럭의 북행을 저지했다. 약은 방북이 허용됐으나 트럭은 불허됐다. 지상최대의 희극이다. 당시 지게나 손수레에 실고 방북하자는 말도 나왔다. 눈감고 아웅 하는 유엔사의 황당한 조치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가 해내외에서 쏟아졌다.

어민 북송 사건을 종북소동으로 몰고 가 큰 재미를 보려던 국민의힘의 계획이 초장부터 빗나가고 예속정권이라는 것만 노출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소동으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제격일 것 같다. 무엇보다 외세를 몰아내고 자주를 쟁취해야 한다는 결의를 더욱 더 굳게 다지게 됐고 동시에 시민들의 애국심이 고취되는 계기가 됐다는 건 커다란 수확이라 하겠다. 신기하게도 이번 어민 소동에 많은 네티즌들이 각양각색의 생산적 견해들을 피력했다.

가장 돋보이고 흥미로운 발언을 몇 개 소개하면; ∆살인마들의 인권은 챙기지 못해 안달하면서 박근혜가 총선용으로 납치한 12명 북처녀들의 인권은 왜 외면하느냐라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유엔사는 유엔과 무관한 불법이고 이미 두 번이나 유엔이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 왜 비무장지대에 틀고 앉아 남의 내정에 간섭하느냐고 따지는 것도 있다. 이 지적은 핵심을 정확하게 찔렀다는 점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윤 정권의 선을 넘은 대미 의존은 ‘예속 정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을 뿐 아니라 유엔사의 허가 유무에 대해 입도 뻥긋할 주제가 못 된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네티즌의 글들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끌어당긴다고 생각되는 것은, “중앙청에 태극기가 휘날린다고 자주독립국이 되는 건 아니고, 명실공히 자주적으로 주권 행사를 해야 자주국인 것이다”라는 대목이다. “나라의 근간인 국방주권도 없는 주제에 속국이 아니라고 펄쩍 뛴다”고 비꼬는 것도 있다.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8/1/22)에 출석한 권영세 통일장관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북 이탈주민 전원 수용’ 신호를 내보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도 고려할 생각이라 했다. 그는 비록 범인이라 해도 ‘우리 사법 절차에 따라 심사 처리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권 장관은 남녘땅을 북녘 범죄자 천국으로 만들지 못해 환장하는 것만 같아 입맛이 매우 쓰다.

태영호 자신이야 중범죄자이니 탈북민 전원 무조건 수용 원칙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범법자의 탈북인 자기 처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착안된 매우 교활한 수작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권 장관은 북녘 범죄자들에게 무을 열어놓고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니, 북녘에서 맘놓고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범죄 조장 부채질을 하는 꼴이 아닌가. 일전에 두 어민 북송 당시 통일부 수장이었던 김연철 장관은 “흉악범을 풀어주자는 데에 동의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 정도의 양심과 도덕심을 지녀야 통일장관의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끝으로 민족 최대 소원인 통일에 가장 책임이 큰 권 통일은 최근의 언행이 통일 지향적인지를 깊이 숙고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이흥노 / 재미동포, 워싱턴 시민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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