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장관은 11일 오전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내신(국내언론) 대상 정례 기자회견을 갖고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갈무리 사진 - 유튜브 MOFA 채널]
박진 외교부장관은 11일 오전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내신(국내언론) 대상 정례 기자회견을 갖고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갈무리 사진 - 유튜브 MOFA 채널]

“중국과 가치와 규범에 기반, 평등하게 협력하는 좋은 동반자가 되기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다녀온 박진 외교부장관은 11일 오전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내신(국내언론) 대상 정례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면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 장관은 지난주 발리에서 열린 G20 계기에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중국과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서 평등하게 협력하는 좋은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확인했다.

또한 “이를 위해 전략적인 소통을 활성화하고 제도화하고 다양한 경제, 통상, 환경, 문화 등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중국과는 조만간 저의 방중 추진과 하반기 내에 왕이 부장의 방한, 그리고 차관 전략대화 등 각급 간 전략적 대면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가치 외교’를 강조한 것으로, 미국 등 서방세계와 손잡고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규범 등 ‘보편적 가치’를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최대 교역상대국인 대중국 외교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의 나토 회의 발언’을 지적한 질문에 박 장관은 “대한민국 경제가 중국의 가장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돼 있고, 또 우리 기업들이 지금 중국에 많이 진출해 있고 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이러한 한중 경제 통상을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러한 대화, 이러한 전략적 소통과 대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달 말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가치 외교’와 중국과의 ‘경제 통상’은 현실적으로 선순환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외교노선이 ‘가치 외교’에 방점에 찍혀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박 장관은 “자유, 평화, 인권, 법치 이러한 가치들은 국제사회의 중요한 우리 가치들”이라며 “개방성·투명성·포용성 이런 원칙에 기초해서 이런 한중관계를 앞으로 잘 이끌고 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5월 중순 한일 방문 계기에 출범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 창설 멤버로 뛰어들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개방성·투명성·포용성 원칙’을 내세우며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변한 바 있다.

“일본과 과거 직시하면서 공동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협력 관계 구축”

박진 외교장관에게 기자들의 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원론적 수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갈무리 사진 - 유튜브 MOFA 채널]
박진 외교장관에게 기자들의 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원론적 수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갈무리 사진 - 유튜브 MOFA 채널]

박 장관은 “미국과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와 목표에 기반해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한국과 일본이 우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가까운 이웃으로서 상호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기 때문에 이 관계 개선을 앞으로 해나갈 수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과는 과거를 직시하면서 공동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과의 ‘과거 직시’가 현 단계에서는 걸림돌이다.

박 장관은 최근 일제시기 강제노동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민관협의회’를 구성한 데 대해 “피해자 측을 비롯한 당사자들과 또 전문가들이... 의견을 전부 말씀하고, 또 그걸 저희는 경청을 해서 의견을 수렴하는 중요한 대화의 장”이라며 “일본에서는 현금화를 지금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현금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러한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리 대법원이 일본기업에게 배상 책임을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일본기업을 상대로 피해자 측이 강제집행에 나서 ‘현금화’를 진행하는데 부담을 가진 정부가 그 전에 일본측에 해결 방안을 먼저 제시하겠다는 것. 그러나 피해자측과 일본기업을 동시에 만족시킬 해결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한미일 가치 공조를 위해 걸림돌인 ‘과거 직시’를 우리 정부가 스스로 문턱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강제동원 관련 민관협의회 1차 회의’를 앞두고 지난 4일 피해자 대리인(변호인)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자 측과 일본기업 간의 직접 협상을 위해 우리 정부가 ‘외교적 보호권’을 발동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외교적 보호권’ 요청에 대한 질문에 “저희들이 협의체를 통해서 나온 의견들을 잘 수렴하고 또 판단을 해서 가장 좋은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만 말하고 답을 하지 않았다.

박 장관은 “일본 방문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일정을 조율하고 있던 중이었다”며 “지금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라고 하는, 피격 사망이라고 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일본 측과 이런 방일 일정에 대해서 조율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화에 대해서는 열려 있는 정책”

박 장관은 대북정책에 관한 질문들에는 “굳건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고, 확장 억제의 실행력을 제고하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과 또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위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두고 유연하고 열린 대북 외교적 접근을 취해나갈 것”등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과거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그리고 한국과 미국이 단합해서 대응하고, 이런 대화에 대해서는 열려 있는 이러한 정책을 취해 간다”고 원론만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전체적인 대북정책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로드맵 속에서 우리가 북한을 스텝 바이 스텝, 이런 비핵화로 유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인센티브들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 장관은 “지난 6월에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임기에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선거에서 이사국으로 당선되었다”며 “우리 정부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 추진 중인 유엔 3대 핵심 이사회, 아까 말씀드린 경제사회이사회 그리고 안전보장이사회 그리고 인권이사회에 동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9월에 개최되는 유엔 총회에 고위급에서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 추진 여부가 주목된다.

기자회견에 앞서 박진 장관은 11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장관은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로서 일본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신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잃으신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하고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에서 공식 추모식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조문사절단이 파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중진의원들로 구성된 조문사절단을 공식 추모식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10일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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