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칼럼은 당의 입장이 아닌 개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남북관계 악재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7월 1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 ‘진원지’로 대북 풍선을 지목하였다. 북한에서 최초 코로나 감염자는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 살고 있는 군인과 유치원생이라 지목하고, 이들이 병영과 거주지 주변 야산에서 ‘색다른 물건’과 접촉하여 발생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들을 각성있게 대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물체의 표면에 잔존한 바이러스를 통한 코로나 감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질병관리청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 그리고 WHO 등 국제기구들의 공통된 견해이며, 물자나 우편물 등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인증된 사례도 없다”고 하면서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북한이 우리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하지 않아 전염병이 유입되었다고 대남 비난 공세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가 더욱 나빠질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게 2019년 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결국은 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등 남북관계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북한이 입장을 제시하긴 했으나 구체적 행동,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2022년 4월 하순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교환이 있었지만 ‘퇴임’ 덕담에 머물렀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하였으나 남북관계는 여전히 어디로 가야할 지 그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과 북 모두 코로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북한의 코로나 상황 발생, 기상 이변 현상으로 인한 자연재해 공동 대비 등 남북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민생협력’ 대화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통일연구원 서보혁 박사의 지적대로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력 고도화 방침과 ‘자력갱생’ 발전전략을 감안할 때 대단히 심각한 인도적 위기가 아니면 북한이 인도적 문제로 남북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1) 북한은 우리의 인도적 협력에 대해 ‘비본질적 문제’라고 호응하지 않고 있는 현실도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할 때, 그 임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민생협력’ 대화의 주제는 먼저 코로나 관련 방역 협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북한에게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방역 관련 기술협력 등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 6월 22일 코로나 협력 관련 토론회2)에서 제안된 북한 ‘석탄-코비드 방역 프로그램’ 추진은 검토할 만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유엔은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이라크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결의했으며 이에 따라 이라크의 석유수출을 비롯한 모든 대외교역을 금지하였다. 이러한 경제제재로 이라크내 식량, 의약품, 생필품 등의 부족으로 이라크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유엔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라크의 석유수출을 허용하고 이 돈으로 식량, 의약품, 생필품 등 인도주의 물품과 석유시설 유지부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시행한 바가 있다.

이 사례를 북한에 적용하여 ‘석탄-코비드 방역 교환 프로그램’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결의에 따라 북한에게 일정 기간 석탄 수출을 허용하고 방역물자, 식량과 생필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판매하는 석탄을 남한이 구입하게 되면 남북교류 재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민생협력 대화 주제로 취약 계층 영유아 지원, 자연재해 협력 등을 검토3)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 당국이 요청하는 민생 개선 방안을 주요 의제로 다루면 될 것이라 판단한다.

윤석열 정부 이후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6월 27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한미공조를 통한 북한의 도발 억제를 전제로 “교착된 남북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일관된 노력을 펼쳐갈 것”이라 밝혔다. 그와 관련해 정치·군사적 고려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인 결과물로 남북 ‘민생협력’ 대화가 제안되고 성사되길 기대한다. 

 

주)

1) 서보혁“ 남북대화 (어떻게) 가능한가?”, 통일연구원 온라인 시리즈 CO22-23(2022년 7월 1일), p. 3.

2)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대한간호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북한 코로나 발생 공개 40일 - 남과 북, 무엇을 어떻게 협력해야 하나? 토론회 자료집(2022년 6월 22일), pp. 55~56.

3) 통일부 남북협력기금 사업계획에서 민생협력 분야는 영유아 지원, 보건의료 협력, 농축산·산림·환경 협력, 인도지원·협력체계 구축 등 네 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종수 더불어민주당 통일수석전문위원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통일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동국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2018~2019년),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였다.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북한청년과 통일』(서울: 선인, 2018), 『북한 청년동맹 연구』(서울: 한울, 2008)

논문: “북한 청년동맹 ‘명칭’ 변화와 정치적 함의에 관한 연구”(평화학연구, 2021),“북한 관련 ‘가짜뉴스’와 남북관계: 진단과 대응방안”(한국동북아논총, 2021), “북한 김정은 시대 위기와 대응: ‘인간의 얼굴의 한 수령’과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소환”(국가안보와 전략, 2021), “개성공단 운영 평가와 재개를 위한 과제”(한국세계지역학회, 2021)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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