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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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
‎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
‎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
‎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평준화가 아니라 개개인의 다름이 이 세상의 발전의 척도이다. 개인의 개성을 키우자. 저마다의 우월성을 마음껏 발휘하자. 자기의 천부적 소질을, 찬란한 재능을 꽃피우자. - F.E. 셸링 


 TV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 “연습하면 돼! 누구나 연습하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뙤약볕에서 일하다 잠시 그늘에서 쉬는 사이, 갑자기 바람이 불고 여자 주인공이 쓰고 있던 모자가 하늘로 날아올라가더니 도랑 너머로 날아가 떨어졌다.

 다들 난감한 표정이다. 도랑 너머로 가려면 한참 돌아가야 하는데, 왼쪽 길로 가야하나? 오른 쪽 길로 가야하나?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항상 말이 없던 남자 주인공이 일어섰다. 아니? 그는 정반대의 산길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다들 말없이 지켜보는데, 그는 뜀박질할 자세를 잡는다. 다다다다다... 그는 도랑 앞에 와서는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그의 몸은 높이 날아올랐다.

 그의 몸은 공중에서 반동을 주며 도랑 너머로 날아갔다. 그는 땅바닥에 무사히 안착했다.     

 다들 어안이 벙벙하다. 남자 주인공은 모자를 집어 들고는 다시 다다다다다... 뛰어 공중을 날아 되돌아왔다.

 그는 모자를 여자 주인공에게 말없이 주고는 일하러 갔다. 다들 주섬주섬 뒤따라 일어서 밭으로 갔다.

 그의 영웅담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주인집 아들은 신나게 영웅담을 늘어놓고 듣고 있던 한 친구는 못마땅한 표정이다.

 그 친구 왈, “누구나 연습하면 할 수 있어!” 주인집 아들이 다그친다. “얼마나? 한 달? 일 년?”

 그 친구는 영웅을 깎아내리고 싶은 것이다. 자신과 같은 자리로. 평등하게. 우리는 이런 친구의 마음을 ‘평등’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평등의 진정한 의미는 장자가 말하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이다. ‘만물은 도(道)의 관점에서 본다면 등가(等價)’인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만물은 다 다르다. 산과 강, 하늘과 땅, 나무와 돌멩이...... 이들은 평등한가?

 사람도 그렇다. 다 다르다. 타고난 능력과 개성이 다 다르다. 하지만 어느 능력, 개성이 우월하고 열등한 것이 아니다.

 뜀박질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있다. 뜀박질이나 글로 사람을 한 줄로 세우지 않는 것, 이게 평등이다. 

 뜀박질에서 졌으면 “나는 졌다!”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상대방을 깎아내려서 평등해지려고 하면, 그건 하향평준화다.

 독일의 철학자 셸링은 말한다. “평준화가 아니라 개개인의 다름이 이 세상의 발전의 척도이다... 자기의 천부적 소질을, 찬란한 재능을 꽃피우자.”

 남에게 졌을 때, 우리는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꽃 피우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둘 다 승자가 되어야 한다.

 남에게 무조건 지지 않으려 시기하고 질투하다 보면, 그는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만다. 인간 이하로.

 모든 인간이 서로 이기지도 못하고 지지도 않는 ‘만인제동(萬人齊同)’의 사회가 되면, 이 세상은 얼마나 신나겠는가?

 서로 이기려고만 하는 인간세상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만인이 만인의 적이 되어 생지옥이 되고 만다.  

 노자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고 했다. 만물이 가야 할 길, 인간이 가야 할 길은 자연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스스로 그러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 안에서 솟아올라오는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여러 갈래 길 중에서 내 길은 
 내가 선택하고 싶은 유일한 길이네 
 시신(詩神)에게 몽땅 바친 이 몸, 
 그 어느 승리자에게도 항복할 수 없겠네. 

                                                                   - 장 꼭또, <여러 갈래 길 중에서> 부분 


 시인은 노래한다. ‘그 어느 승리자에게도 항복할 수 없겠네.’ 왜? ‘시신(詩神)에게 몽땅 바친 이 몸’이니까.

 ‘시신(詩神)’의 시 대신에 무엇을 넣어도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신에게 몸을 바친 존재이니까.

 다만 많은 사람들이 신을 잊고 살아 혼미한 인생을 살다간다.  

 

 

고석근 시인 약력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편집자 착오로 연재를 하루 늦게 게재합니다. 독자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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