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나 정당, 시민단체, 학계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이나 예속성에 대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다. 이 조약이 최고법체계에 속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며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는 국가 간 관계가 국제법적 틀 속에서 고도의 이해관계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매우 의아한 태도다.

박정희 정권 당시만 해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도전적이었다. 박 정권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대미 협상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를 철저히 분석한 결과를 국회에서 결의안 형식으로 문서화한 바 있고, 그 작업에 박정희의 심복 차지철(당시 국회의원)이 앞장섰다.1)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보장받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 강권 또는 애걸하면서 만든 것으로 21세기에 유일무이한 불평등 군사조약이다.

박정희는 공작정치의 화신이라 할 만하고 차지철은 박정희의 철저한 충복으로 공작정치를 실천하는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장섰던 인물이다. 박정희 정권하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하고 미국에 그 개정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국가 간 관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많은 사례의 하나에 불과하다.

박정희는 1965년을 전후 해 월남 파병을 놓고 미국과 벌인 협상에서 파병 대가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차지철에게 파병 반대운동을 벌이라고 비밀리에 지시한 바 있다.2) 당시 박정희는 한일협정 추진을 강행해 학생 데모 등 반대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한편, 국회와 언론은 군사정권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던 때였다. 언론은 보도지침에 따라 매일 정권의 요구대로 사건을 보도하는 상황이었다.

박정희의 공작 정치와 차지철의 파병반대

한국군 전투부대의 월남 파병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1965년 5월 당시 정일권 총리는 브라운 미국 대사에게 이 문제가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수정 등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는 미국 정부에 보고되었다. 이어 같은 해 8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월남 파병동의안이 가결되었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 갔다.

당시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 시도는 상당히 정교하게 이뤄졌다. 차지철이 앞장섰던 한미동맹관계의 철저한 점검 요구는 국회의 관련 결의안 통과와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이어 국방부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 및 보완 필요성을 지적하는 자료를 외무부에 전달해 부처 간 협의까지 이뤄졌다.

차지철을 비롯한 55명은 1966년 3월 12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의보완개정촉구에관한건의안’을 국회 외무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어 국회는 같은 해 7월 8일 “한국방위문제와 한미 양국 간의 군사적 제휴 및 재한 외국군대의 지위를 결정하는 제반 조약과 협약을 정부는 재검토하여야 하며 시국 변화에 따라 현실성 있고 주권이 보전되는 내용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 개폐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건의안을 통과시켰다.3)

이에 따라 국방부는 1966년 10월 한미동맹 검토 결과를 외무부에 보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고 10여년이 지나면서 발생한 국제정세 변화 등으로 이 조약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특히 이 조약 제4조의 경우 미국이 한국의 영토 내와 부근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을 한국이 허여하고(grant) 미국은 이를 수락(accept)하는 권리(right)로 규정하고 있어 그 목적과 책임한계가 불분명해 ‘주한미군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한국의 안보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당시 국방부는 미국이 한국 정부의 견해와 달리 미국의 중국 등을 겨냥한 전략 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한국이 저지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그런 우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미군의 병력과 장비의 중요한 변경 등에 대해 사전협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이런 검토 결과에 대해 외무부는 1966년 11월 ‘한·미 상호 방위조약 개정에 관한 외무부의 의견’이라는 문건에서 조약의 개정은 필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험프리 부통령의 해명 등을 통해 이 조약의 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고 박정희도 그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군 월남파병 문제가 한미간에 타결되면서 차지철의 한미동맹 문제제기 움직임도 꼬리를 감췄다. 박정희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벌인 공작정치는 국회, 국방부, 외무부 등을 교묘히 움직여 취해진 것이다.

박 정권은 그 후 한미동맹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가보안법에 따른 이적행위로 철저히 탄압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고착됐다. 그러면서 박 정권 이후 오늘날까지 한미동맹에 대한 정치권이나 학계,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공개적으로 그 문제점을 지적한 적은 거의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새만금 국제공항, 군산 미군기지 논란

2016년 1월 괌에서 발진한 미 공군 B-52 핵폭격기가 오산 기지 부근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2016년 1월 괌에서 발진한 미 공군 B-52 핵폭격기가 오산 기지 부근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한국이 주한미군에 기지와 시설을 제공하게 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 제약을 받고 있고 그 대표적 사례의 하나가 군산 미군기지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논란이다. 군산 미군 부대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과 관련해 공항 위치와 시설 규모 등에 대해 간섭과 압박을 가했는지 여부를 놓고 행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충돌한 것이다.

2021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전북민중행동은 ‘현재 군산공항에서 서쪽으로 1.3㎞ 떨어진 곳에 추진 중인 새만금 신공항사업은 미 공군의 제2활주로 건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전북도 관계자는 “새만금 신공항이 미 공군 기지 제2활주로라는 주장은 억지 주장이다. 두 공항의 관제권역만 겹칠 뿐, 정부가 공인한 순수 민간공항으로 추진되는 국가사업”이라고 반박했다.4)

이에 대해 국내 언론은 두 곳의 주장을 소개하는데 그쳐 어느 곳이 진실을 이야기 하는지 아직도 명쾌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아리송한 상황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군산 미군기지가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기지라는 점이 공론화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군산 미군기지는 1970년대부터 중국을 타격할 군용기가 24시간 활주로에서 핵무기를 싣고 대기했고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가 남한에서 전량 철거된 후 오늘날까지 재래식 무기로 중국을 타격할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군 당국이 군산기지를 향해 공격용 미사일 수백 기를 배치하고 있는 것이 미군 자료에 의해 확인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벌어진 새만금 신공항 문제에 대해 국내 대중매체는 군산 미 공군 기지에 얽힌 군사적 측면은 쏙 빼놓은 채 남한 정부와 시민단체만의 갈등과 진실공방만을 중계 방송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군산 미군기지의 군사적 목적이 우선시 되면서 한국 내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헌법적 자주권이 훼손된 것은 2009년 8월이었다. 당시 전북도와 군산시가 군산 미군기지 안의 활주로를 중국 운항 민간항공기의 이착륙용으로 활용할 수 없느냐고 질의했을 때 미군 측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 과정을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지는 군산 미군기지 사령관이 안보상의 이유로 반대했다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전라북도는 2010년 새만금 지구를 둘러본 해외투자기업들이 인근에 국제공항이 없어서 새만금지구에 대한 투자에 난색을 표한다는 이유로 군산공항의 국제선 추진을 검토했다.5) 그러나 당시 군산 미군기지 제8전투비행단 사령관은 만약 그런 과정에서 테러범이 탑승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며 기지 보안을 이유로 반대해 국내 민간 항공사만 운항하게 됐다.6)--

그러나 전북도는 2011년 새만금 개발과 관련해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을 거듭 시도하게 되는데 당시 김완주 전북지사는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은 전북발전의 초석인 새만금개발에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 문제는 새만금이 개발되면서 투자유치를 위해 정부가 새만금 마스터플랜(MP)에 반영한 것이다. 군산공항은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추진한 무안국제공항과는 무관하다.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과 군산 국제공항 추진은 새만금 투자유치의 관건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7)

김 전 지사가 군산공항에 국제선을 취항시키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다각도로 밝힌 것인데 결과는 국내선 취항에 그쳤다. 오늘날 군산 미군기지를 이용하는 항공사 2개사의 노선은 제주로 가는 것 뿐이다. 군산 미군 기지를 이용하는 민간 항공기는 미군이 관장하는 활주로 하나를 이용하고 있고 탑승객은 미군기지와 분리된 구역에 만들어진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 그 결과 군산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군산에서 4시간 거리인 인천 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과 세관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군산시는 이에 대해 해외 투자자 등이 군산 방문을 외면하면서 경제 활성화가 저지 됐다고 불평했다.8)

군산 미군기지 공항, 평택시의 오산 공군기지는 모두 미국 공군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 한국 민항기 운항에 대해 공항 사용료를 징수해 왔다. 그러나 군산 미군기지 공항 사용료가 다른 국내공항에서 받는 착륙료의 3배가 넘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9)

군산 미군기지가 군산항의 국제선 취항을 반대해 관철시킨데 이어 새만금 국제공항과 관련해 거론되는 근거는 이 기지의 특수성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군산 미군기지는 중국과 거리가 가장 가까운 미군부대로 1970년대 이래 중국 타격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임무 수행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군산 미군기지는 중국의 경계대상이었으며 2010년 중국군의 미사일 8백 여기가 군산기지를 향해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부가 밝힌 바 있다.10)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캠프 험프리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군 헬기를 한국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밀리터리베이시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캠프 험프리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군 헬기를 한국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밀리터리베이시스]

최근 미중 두 나라가 대만을 무대로 군사적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미국은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즉각 투입될 것을 공언하고 있어 미중 군사적 충돌 발생 시 군산 지역 일대가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군산 미군기지의 군사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선 운항을 반대하거나 한국 정부가 반드시 협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이 추정된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군사력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권리(right)로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군산미군기지가 1958년 미군이 남한에 반입한 핵무기 주요 저장고의 하나였고 △1970년대부터 1991년까지 중국을 타격할 핵무장 폭격기가 24시간 활주로에 대기하는 미국의 극동 전략 지지로 활용되었으며 △미국이 남한에 배치했던 전술 핵무기를 철수한 뒤에도 군산 미군기지는 중국에 대한 재래식 공중 폭격 전략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11)---

헌재, 한미상호방위조약 위헌 심판 청구 각하 이유 설득력 없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19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맺어져 1년 후 발효된 뒤 63년 만에 처음으로 위헌심판이 청구됐다. 2017년 8월 한 시민이 헌법재판소에 한미상호방위조약 제 1조, 제 3조, 제 4조, 제 6조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12) 헌법재판소 제 3지정재판부가 2017년 8월 16일 이 조약 위헌 심판 청구(사건 2017헌마 873)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한미상호방위조약 1조 등 위헌 확인에 대해 청구인은 심판대상에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고 심판대상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고 있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이 청구는 자기관련성을 흠결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청구인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만을 밝히고 이 조약의 위헌성 여부는 심판하지 않았다. 당시 청구인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조약이 체결된 시대적 배경과 현재 한반도 상황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심적 고통과 갈등을 느껴야 했다. --- 이 조약이 발효된 뒤 63년이 흐르는 동안 국내 어느 누구도 헌소를 제기하지 않았는데도 청구인이 심판청구를 한 것 자체가 청구인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아 자기관련성이 크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된다”며 재심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음은 청구인이 헌재에 제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위헌성에 대한 내용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의 근간으로 중요성이 있다 해도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그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미국 쪽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주권국 한국의 헌법 10조, 35조, 37조, 66조, 120조 등에 위배돼 청구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미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일본, 필리핀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에 비해 미국이 지나칠 정도의 특권을 한국에서 누리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면서 국제적 주권국가 국민으로서의 수치심과 슬픔 등을 느끼고 이 법의 부적절성을 시정해야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는 헌법 10조 즉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에 저촉된다.

동시에 헌법 제66조 ②항의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와 제37조 ①항의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에 위배된다.

군사적 주권이 미약한 것에 대한 국제적 수치와 미국의 주한미군기지 오염 문제 등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미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다양한 경제적 지원과 비용 감수 등에 대한 의구심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이는 헌법 제35조 1항의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와 같은 조의 2.3항에 위배된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문제에 대해 한국이 미국과 동등한 주권 국가로서 협상하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춰졌으나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1953년 체결되어 다음해 시행된 이래 미국이 한국에 통보하는 식으로 관행이 굳어졌다는 점에서 국민 기만적 행태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청구인 본인에게도 심각한 분노를 야기했다. 동시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 등이 절실하다는 것을 확인케 했다. 이는 헌법 제66조 ②항에 저촉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부속합의 성격인 외국군주둔군협정 SOFA도 그 모법의 불평등 취지에 맞춰 한국에 심각하게 불리한 조항들을 담고 있어 주한미군기지 오염문제 등에 대한 합당하고 상식적인 미군의 원상회복 조치가 가능토록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 등을 개폐해야한다.

필리핀은 자국 주둔 미군기지에 대해 필리핀 부대 내에서 설치할 것을 규정하는 등 외국군에게 자국 영토를 사용토록 하는데 매우 엄격하다. 한국은 미국이 원하는 경우 제공하게 되어 있어 다수의 미군기지가 전국에 산재해 있어 국토의 효율적 이용 등에 역행한다. 이는 헌법 제66조 ②항과 제120조 ②항의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에 저촉된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권 행사 등으로 한국군사력에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 당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이나 김정은 제거 군사작전 등을 공개리에 -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가 없는 것처럼 비춰지는 상황에서 - 언급하는 것은 심리전 차원이라 해도 주권국인 한국국민의 한 사람인 청구인의 입장에서 참을 수 없을 만큼 곤혹스런 일이다. 즉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에 따른 북한의 한국 군사적 공격 등을 초래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공포 때문이다. 이는 헌법 제66조 ②항에 저촉된다.

또한 국제적으로 한국의 군사주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국치스러운 점도 크다. 이런 여러 가지 사실들은 주권국인 한국의 헌법 제66조 ②항에 위배된다 하겠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가 심각하다 해도 한국은 세계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고 국방예산만 해도 세계 10위권 전후에 속한다. 한국은 북한에 비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없지만 경제력은 40배 정도, 군사예산은 30배 북한에 앞선다. 군사적 주권을 정상화시키고 국제적으로 떳떳한 국가의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경제 보복에서 사드 기지 공격 훈련 등으로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청구인은 매우 불안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관광, 유통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아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같은 한중 갈등의 원인의 하나가 한미상호방위조약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키 어렵다.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방법이 없고 중국의 보복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군사적 자주권이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 제66조 ②항과 헌법 제35조 1항에 위배된다.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 외교적 대응을 하면서 동북아에 신냉전이 도래될 가능성이 커지고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남북한 교류 등에도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 무기 사드 배치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서 여당 당직자는 물론 성주 시민 등의 집회 시위 등에서는 심지어 사드 불법 배치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큰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혼선은 한국 정부가 군사적으로 미국과 대등한 주권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박근혜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도 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헌법적 권리인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 10조, 헌법 제35조에 위배된다. 한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대외적으로 문제가 되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심화되면서 국내의 많은 기업과 상인들이 타격을 입고 있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중국의 보복 심화와 국내 경제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청구인에게도 큰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고 있다. ---

박정희 시절 국방부, 최근 헌소가 지적한 한미동맹 문제점 주목해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은 박정희 정권의 국방부와 한 시민이 헌소를 통해 지적했고 군산미군기지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에서 확인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등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해 만들어진 이 조약은 자주국방에 대한 원천적 의지 부족, 외세에 국방을 위임하는 주체성 문제로 국치스런 측면이 심각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물론 소련과 중공,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군의 존재가 필요했다 해도 당시 세계 어느 주권국가도 작전지휘권을 외국군에 맡긴 사례는 없었고 한국이 유일했다는 점 등은 냉정한 시각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일부 수구적 시각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성사시킨 것이 오늘날 한국의 발전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비춰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 조약으로 빚어진 그늘이 짙었고 그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맺어진 이후 미국은 주한미군을 동북아 전략용으로 활용하면서 핵무기나 사드의 한국 배치에서 미국이 실효적인 사전 협의를 한국 정부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이 조약 4조의 부속협정 성격인 한미행정협정(SOFA)이 1966년 만들어져 주한미군의 부지와 시설을 한국이 제공하고, 이어 SOFA 제5조에 대한 특별협정으로 1991년 한미방위비분담금부담특별협정(SMA)이 만들어져 주한미군 주둔비를 한국이 매년 1조 원가량 부담하고 있다.

이로써 주한미군은 미국이 원하는 무기를 한국에 들여올 때 권리를 행사하는 식이고, 본토에서 주둔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으로 군대를 유지할 수 있다. 평택 미군기지 규모가 세계 최고인 것도 이 조약에 근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행정부나 의회에서 한미동맹을 최상의 동맹으로 추켜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일부 있다.

한편 이 조약의 연장선에서 한미 간에 2006년 합의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큰 문제다. ‘전략적 유연성’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 등 미군이 특정지역에 고정되지 않고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고 유연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보장됨에 따라 대만 등 동북아 지역 분쟁에 주한미군이 개입할 경우 한국이 그 발진기지가 되면서 미중 대립에 자동적으로 끌려 들어가게 될 우려가 있다.13)

미국이 대북 전면전 가능성과 그에 대한 보복을 대북 정책의 한 카드로 비축하고 있는 것도 현재의 한미동맹이 그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공격 확정시 그에 필요한 무기와 탄약비축, 30~40만 명에 달하는 미군사력 주둔, 해군력의 배치와 그 발진기지 등이 필요한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이런 것들이 보장된다.

지난 수십 년 간의 북미관계를 보면 미국이 추진해 온 대북 전면전 전략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측면이 있다. 미국이 대북협상에서 극단적인 물리적 방법까지 선택지에 포함시킨 결과 북한을 과도하게 압박하면서 협상의 실패 또는 결렬을 유발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존재치 않는다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카드의 비중이 가벼워질 것이고 그에 따라 미국의 대북 협상 태도는 좀 더 진지하고 신중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 미국이 동북아 전략을 수립 추진할 때 이미 확보되어 있는 군사적인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치우칠 개연성이 크다. 그것이 미국식 합리주의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평화적 교류협력,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 것 등은 냉전시대에 맺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비롯한 측면이 강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에 따라 북한을 '반국가단체'이자 동시에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보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19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보면, 남과 북의 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은 가능할 터인데 미국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은 21세기의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 추진에 걸맞게 고쳐져야 한다. 필리핀, 일본이 평등국가의 입장에서 미국과 맺은 군사동맹이 참고가 될 것이다. 한국이 한반도 관련 모든 국가와 윈윈하는 방향을 향해 주체적으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자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책을 합리적으로 추진토록 견인하면서 세계 평화와 행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주)

1) 오마이뉴스 2015년 8월 27일

2) 동아일보 2006년 9월 27일

3) 프레시안 2010년 5월 13일

4) 경향신문, KBS 2021년 11월 2일

5) 경향신문 2011년 4월 21일

6) https://www.stripes.com/news/kunsan-air-rules-could-limit-city-s-growth-1.95317.

7) 뉴시스 2011년 3월 28일

8) https://www.stripes.com/news/kunsan-air-rules-could-limit-city-s-growth-1.95317.

9) 새전북신문 2012년 1월 26일

10) https://www.uscc.gov/sites/default/files/annual_reports/2010-Report-to-Congress.pdf

11) https://www.nukestrat.com/korea/koreaplanning.htm

12) 매일경제 2017.08.07. 통일뉴스 2017.08.08

13) 통일뉴스 2006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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