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 ‎
‎ 안녕하세요? ‎
‎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
‎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
‎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
‎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일정한 관념을 가지게 되면 어떠한 수단을 써도 영원히 그 관념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 프란츠 카프카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순타로의 그림책 ‘만들다’는 우리는 무엇을 만들며 살아가는가를 보여준다. 

 ‘흙으로 무엇 만들지
 흙으로 뱀 만들지’
 
 ‘뱀으로 무엇 만들지
 뱀으로 항아리 만들지’ 
 
 ‘북으로 무엇 만들지
 북으로 리듬 만들지’
 
 ‘리듬은 무엇 만들지
 리듬은 축제 만들지’ 
 
 ‘바위로 무엇 만들지
 바위로 쇠 만들지’
 
 ‘쇠로 무엇 만들지
 쇠로 가위 만들지’ 
 
 ‘댐으로 무엇 만들지
 댐으로 전기 만들지’
 
 ‘전기로 무엇 만들지
 전기로 빛 만들지’ 
  
 ‘모닥불로 무엇 만들지
 모닥불로 군고구마 만들지’
 
 ‘군고구마는 무엇 만들지
 군고구마는 방귀 만들지‘

 천지자연의 이치는 무한한 생성, 변화다. 우리 눈에 정지해 있는 듯이 보이는 것들도 다 변화 중에 있다.

 우리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을 찾는 것은, 우리 안의 ‘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가 사라지는 게 무서운 것이다. 

 ‘나’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우주를 보면, 우주는 춤이다. 태어남도 사라짐도 없는 영원한 춤이다.      

 작가는 계속 묻고 대답한다.  

 ‘사람으로 무엇 만들지
 사람으로 군인 만들지’

 ‘군인으로 무엇 만들지
 군인으로 군대 만들지’

 ‘군대는 무엇 만들지
 군대로 전쟁 만들지’

 ‘전쟁은 무엇 만들지?’

 아, 전쟁으로 무엇을 만드는가? 

 인간이 잔혹한 전쟁을 하게 된 것은, 약 2500여 년 전의 철기의 등장부터다. 그 전까지는 사람을 대량학살 하지 않았다.

 철기로 무장한 부족이 다른 부족들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전 지구가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가 되었다.

 소유가 생기면서 소유욕이 생겨나고, 소유욕이 생기면서 ‘나’라는 자의식이 생겨났다.

 철기 문명 이전의 원시인들은 자의식이 희미해 자신의 이익을 챙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항상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  

 나라는 생각에 한번 빠진 인간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 인간은 이제 자신밖에 모르는 암적 존재가 되었다.   
 
 이때 지구 곳곳에서 출현한 성현들은 ‘항상 내면의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라!’고 가르쳤다.

 가짜 나인 자아는 진짜 나인 영혼의 명령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가짜 나로 살아가면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무시무시한 악마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불붙은 탐욕은 끝없이 뻗어나갔다. 인류가 ‘나’라는 허상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전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고요라는 낱말을 발음할 때 
 나는 그것을 깬다. 

 내가 아무것도라는 낱말을 발음할 때 
 무언가를 창조한다, 실재하지 않는 것에 들어갈 수 없는 무엇을.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가장 이상한 세 낱말> 부분 
 

 인간은 언어로 생각한다. 시인은 언어는 참 이상하다고 말한다. 말하는 순간, 무언가가 생겨나니까.  

 ‘고요’라는 건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고요라는 말을 쓰는 순간, 고요가 깨지고 만다.   

 우리는 아무것도라는 말을 쉽게 쓴다. 그런데 그 말을 쓰고 나면 무언가 창조가 된다. 실재하는 것에 들어갈 수 없는.

 가장 이상한 말은 ‘전쟁’일 것이다. 전쟁이라는 낱말이 있어, 우리는 죄의식도 없이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재산을 마구 빼앗을 수도 있다.  

 

고석근 시인 약력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