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북 정치학 박사/‘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저자/사)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최근 한 달 내내 북의 제7차 핵실험이 남측의 최대 관심사였다. 많은 전문가들과 분석가들이 북의 제7차 핵실험이 곧 임박했다고 진단했고, 그 결정 주체를 이번 달 8일부터 10일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신 북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줄곧 강조해온 ‘자위권’과 '강대강' 원칙만 거듭 언명되었다.

무얼 말해주는가?

첫째는, 남측의 대북 전문가들과 분석가들은 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 기저에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그 습성과 북의 핵실험 징후를 과학적 데이터와 객관 일정에만 맞춰 분석하는 경향 때문이다. 그러니 백날 예측은 빗나가고, 헛다리만 짚어 대는 꼴이다. 예하면 이런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복구 완료’, ‘6·15 공동선언 날 및 7·4 미국 독립선언일’ 등 정치적 객관 일정 등에만 그 초점이 있다.

둘째는, 북의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한 이해가 참으로 천박하다. 예하면 이런 것이다. 핵실험 징후인 3번 갱도가 복구되었고, 연이어 제8기 제5차 전원회의가 열리므로 이 회의에서 핵실험과 관련된 주요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진단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인식은 참으로 북의 주요 정책 결정 단위에 대한 메커니즘을 정말 모르고 하는 무지의 진단들이다. 전원회의는 주로 주요 정책 ‘노선’과 관련된 것을 결정하거나 점검할 때 열리고, 정치국 회의 및 확대 회의·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주로 주요 ‘집행’과 관련된 것을 점검하거나 결정할 때 이뤄진다.(물론 이들은 서로 필요에 따라 호상되기도 한다.)

하여 이번 전원회의는 김정은 총비서가 밝힌 정세 인식, “오늘 우리 국가의 안전 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주변 정세는 더욱 극단하게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으며 이 같은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에서 확인받듯이, 그 어떤 집행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 주요 정책 노선이 결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으로 향후 이러한 정책 노선의 집행이 필요할 때는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그러한-핵실험 등은 정치·군사적 목적을 띠고 결정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디서? 정치국 회의, 혹은 확대회의나 상무위원회에서 말이다.

그래놓으면- 그렇게 정확한 분석인식을 해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분명하게 보인다. 첫째는, 북이 굳이 제7차 핵실험을 할 이유가 없다, 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북은 이미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을 했다.(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국가가 다시 그 ‘완성’을 위해 필요한 절차, 즉 핵실험을 다시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핵물리학 일반에서는 제6차 핵실험까지만 하면 더 이상 ‘물리적’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북은 2013년에 이미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가 이뤄졌고, 이제는 다량 생산체계와 실전배치 단계이다.

그래서 북은 제7차 핵실험이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자꾸만 ‘핵실험’ 운운 될까? 바로 미국과 남측의 숨은 몇 가지 ‘불순한’ 의도 때문이다.

첫째는, 미국 자신이 처한 매우 난처한 입장 때문이다. 다름 아닌 미국 스스로 그어 놓은 레드라인(red line)이 무력화되어 새롭게 설정되어야 하는 자기 합리화 때문인데, 이는 ICBM 등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레드라인 적용이 최근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먹히지 않게 되자 ‘체면 구기기’가 말이 아니게 되었고, 이에 미국은 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이를 위한 자기 합리화 기제가 북의 제7차 핵실험인 것이다. 즉 새로운 레드라인 설정 명분이 필요해졌다는 말이다.

둘째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도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호응하고, 선제공격 등 대북 강경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해서 그렇다. 즉 북의 그러한 행위-핵실험 등을 계속 부각시켜 자신의 대북 강경정책을 정당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 종미·숭미정책을 밀고 나갈 충분한 명분 얻기에 필수요소여서 그렇다.

셋째는, 위 첫째와 둘째 모두를 합쳐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의 종미·숭미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안내한다. 이유는 이렇다. 사실 핵실험은 핵보유국의 핵주권에 해당되는 엄연한 사실이다. 해서 핵보유국들은 자국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핵실험을 한다. 그러니 그 나라들에 대해 미국은 북과 같은 대응을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북의 핵실험에 대해서만 유독 이렇게 호들갑 떠는 이유는 북을 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고, 그 적대관계를 청산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징표가 된다. 즉 북과 그러한 적대관계가 사라지면 북핵 위협은 미국 스스로에게 소멸되는데, 그런데도 굳이 이 적대관계 유지를 위해 미국 스스로 북핵 공포를 만든다는 것은 미국이 적어도 당분간은 북과 관계 정상화를 할 의사가 잆음을 정치적으로 선언한 것과 같다.

바로 이 지점이 북의 제7차 핵실험 소동 본질인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끝없는 북핵 위협을 내세워 러시아 고립과 대중국 봉쇄를 그 명분으로 하는 예속적 한미 동맹체제 강화와 한미일 군사동맹을 완성시켜 낼 명분이 필요한데, 이 계기를 제7차 핵실험 소동을 일으켜 자신들의 그러한 추진력에 명분을 얻고, 그리고 레드라인 재설정을 통해 추락한 자국의 위상을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당연, 북도 이러한 미국과 남측의 ‘제7차 핵실험 소동’을 충분히 알고 있다. 결과, 그러한 놀음에 희생당할 북도 아니다. 다른 말로는 지금 이 시기에 미국과 남측 정부가 파놓은 그러한 ‘정치·군사적’ 함정놀음에 빠져 들어갈 필요가 없는 북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북의 정세 읽기이고, 해서 북이 굳이 핵실험이 필요하다면 그건 미국과 윤석열 정부의 그러한 ‘음흉한’ 정치·군사적 기도에 드놀지 않고 무력화하고, 자신들의 정치·군사적 필요에 의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그러한 시점을 선택해 할 것이라는 사실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것이 과연 필자만의 분석일까? 분명한 것은 북이 의도하는 바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객관 일정, 그것도 정치적 일정-6·15 공동선언 날, 한국전쟁일 날(6월 25일), 7·4 미국 독립선언일, 7·27 정전협정일 등에 의한 ‘핵실험은 없다’. 이것이 이번 제8기 제5차 전원회의가 보여준 정치적 의미이다. 굳이 필요하다면 이제껏 보여주지 않은 최첨단 핵실험이며 미국과 윤석열 정부의 그러한 ‘음융한’ 기도가 무력화될 수 있는, 즉 자신들의 정치·군사적 메시지가 극대화되는 그 시점에 북은 그 행위를 감행해낼 것이다.

결론은 분명 그럴 것인데, 참고로 그것 외에도 다음과 같은 사실도 번외로 한번 분석해 보자.

지난해 말 4차 전원회의에서 '북남 관계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으로 지칭됐던 대목이 이번 5차 전원회의에서는 '대적 투쟁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분명 '주적' 개념을 꺼내든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남측도 ‘강대강,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원칙 안에 들어왔다는 말과도 같다. 근거는 북은 이제껏 남을 ‘적국’으로까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윤석열 정부의 ‘주적’ 등장과 예속적 한미동맹체제 강화를 통해 북 자신에 대한 선제공격 운운이 등장하자 북(김정은)은 지난 4월 25일 인민군 건군 기념일 열병식에서 핵 선제타격을 들고 나온 그 연장선상에서 남을 ‘대적 투쟁’화한 것이다.

다음, 또 다른 한 사실에서 확인될 수 있는 것은 외무상에 최선희 제1부상을 승격하고, 통일전선부장에 리선권 외무상을 임명한 것이다. 이것이 주는 (그 정치적) 함의는 알다시피 이선희 외무상과 리선권 부장은 1·2차 북미 정상회담에 매우 깊숙이 관여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번 전원회의에서 이러한 인사조치가 일어났다? 이는 북이 다시는 지난 1·2차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그러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남북관계 또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이뤄진 조건에서만 진행하겠다는 명백한 신호탄이다. 두 사람의 외무상과 통일전선부장 발탁에는 김정은 총비서의 그러한 정치·전략적 선택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다. 북은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매우 분명한 대미, 대남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는 미국과 윤석열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이다. 이름하여 ‘핵실험’으로 시간 벌었던 미국과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자신들이 답해야 될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답은 매우 분명하다.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해야 하고, 윤석열 정부는 북의 의도를 그렇게 읽어낸다면 윤석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은 제로섬 게임 같은 그러한 불필요한 대북 적대정책이 아니라 이미 남과 북이 성립시킨 남북기본합의서와 남과 북이 함께 만든 각종 공동선언들에 따라 북을 통일의 대상이지 적이 아님을 인정하고, (필자가 누누이 강조하고 있듯이) 자주와 민족공조를 통해 통일로서 평화를 정착시켜 내는 것이다.

이는 아주 단순한 진리에 천착해 있는 것이다. 적이 아니면 서로의 무기는 공포가 될 수 없다. 그러니 미국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여 대중국 봉쇄에 총알받이 되는 그러한 한미동맹, 한미일 군사동맹에 포섭되지 말고, 오히려 미국을 설득하여 미국이 덧씌워놓은 거짓 공포를 치우고 우리 민족이 합의한 평화·번영·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오직 그것만이 이미 ‘몰락해가고 있는’ 미국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맹목적으로 따라가는-종미와 숭미로는 전쟁과 몰락밖에 없음을 명심하고, 같은 민족인 북과는 공조하고 자주의 관점에서 통일의 문을 열어 제껴 나가야만 한다.

한편, 자주통일운동도 미국의 그러한 무분별한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강제하고, 윤석열 정부도 그러한 길을 가지 않도록 강하게 비판하고 투쟁으로 견인해 내어야 한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가 오직 자주적 통일에 있음을 명심하자.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김광수의 통일담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를 비롯하여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