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8~1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주석단에는 당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김정은 총비서와 함께 앞줄에, 당정치국 위원들이 뒷줄에 자리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8~1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주석단에는 당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김정은 총비서와 함께 앞줄에, 당정치국 위원들이 뒷줄에 자리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지난 8~10일 평양 당중앙위원회 본부사무실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이하 전원회의) 결과가 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렸다.

김정은 총비서가 사회를 본 전원회의에서는 여러 의정(의제)들을 다뤘지만 첫 의정인 ‘조직문제’ 결과를 담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전원회의 공보」(이하 공보)는 인사개편의 폭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이 포함된 공보만 노동신문 5면을 다 채우고 6면 일부까지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 간부’들과 ‘무력기관 지휘성원’들까지 인사 범주에 포함됐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전원회의 공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전원회의에서 보선된 당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은 다음과 같다.

당중앙위원회 위원
박지민동지 박수일동지 최선희동지 조춘룡동지 박희철동지 김인철동지 리창대동지 한광상동지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장창민동지 김순철동지 신창남동지 마혁철동지 박형렬동지 곽정준동지 리두일동지 김두일동지 곽영호동지 려철웅동지 안영환동지 전승국동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전현철동지 리태섭동지 박태성동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조춘룡동지 박수일동지 리창대동지 최선희동지 한광상동지

당중앙위원회 비서
김재룡동지 전현철동지 박태성동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리태섭동지 조경철동지 박수일동지 리창호동지

당중앙위원회 부장
조용원동지 조춘룡동지 전현철동지 리충길동지 리선권동지 한광상동지

당중앙검사위원회
위원장 김재룡동지
위원 김인철동지

정부기관
내각부총리 전승국동지
외무상 최선희동지
식료공업상 박형렬동지
상업상 곽정준동지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리두일동지 
내각 정치국 국장 겸 당위원회 책임비서 김두일

무력기관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륙군대장 리태섭동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륙구대장 정경택동지
사회안전상 사회안전군대장 박수일동지
국가보위상 륙군대장 리창대동지

(출처 - 노동신문)

정치국, 전현철, 리태섭, 박태성 위원... 김재룡 검사위원장, 조춘룡 군수공업부장

당의 핵심조직인 정치국의 위원과 후보위원들을 ‘소환 및 보선’했다. 소환은 면직했다는 뜻이고 보선은 빈 자리를 선출해 채워 넣었다는 의미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전원회의에서 선출된 당 정치국 위원들. 전현철, 리태섭, 박태성.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정치국 위원에는 “전현철동지, 리태섭동지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박태성동지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 직접 보선”했다.

당 경제정책실장이자 내각 부총리 전현철이 당 비서 겸 경제부장을 맡아 정치국 위원이 됐다. 오수용의 뒤를 이어 경제를 총괄하게 된 셈이다.

오수용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군수경제인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도 겸했기 때문에 제2경제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참고로 군수공업부장에는 조춘룡이 새로 임명돼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

사회안전상 리태섭은 인민군 총참모장 자격으로 정치국 위원에 올랐다. 지난 4.25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 열병식장에 김정은 총비서 옆자리를 지켰던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총참모장 직에서 물러난 것.

당 비서 겸 선전선동부장이었던 박태성은 주창일이 선전선동부장을 맡은 것이 확인되자 한때 실각설이 돌았으나 다시 당 비서로 발탁돼 정치국 위원이 됐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전원회의에서 선출된 당 정치국 후보위원. 조춘룡, 박수일, 리창대, 최선희, 한광상.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정치국 후보위원에는 “조춘룡동지, 박수일동지, 리창대동지, 최선희동지, 한광상동지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했다.

제2경제위원장 출신 조춘룡은 군수공업부장을, 제1군단장 박수일은 사회안전상을, 경력이 확인되지 않는 리창대는 국가보위상을,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는 외무상을, 당 재정경리부장 한광상은 경공업부장을 맡아 후보위원에 올랐다.

당 비서에는 김재룡, 전현철, 박태성이 새로 선거됐고, 김재룡은 당중앙검사위원회 위원장을 새로 맡아 당 규율비서일 것으로 보인다.

김재룡이 맡았던 당 조직지도부장을 조용원 비서가 겸하게 됐고, 내각 총리와 당 조직부장을 역임한 김재룡의 비중을 감안하면 다소 밀려난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북한이 내부 유일사상체계 구축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당 검사위원장은 정치국 위원과 비서를 겸한다는 점에서 중요직책 중의 하나를 맡은 셈이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당 비서이자 당중앙검사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재룡 조직지도부장. 새로 선거된 김재룡.(왼쪽)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조경철, 리창호.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는 리태섭 총참모장과 조경철 보위국장, 박수일 사회안정상, 리창호 정찰총국장이 새로 선거됐다.

조용원 조직지도부장 겸직, 리선권 통일전선부장 복귀

당중앙위원회 부장은 조용원 조직지도부장, 조춘룡 군수공업부장, 전현철 경제부장, 리충길 과학교육부장, 리선권 통일전선부장, 한광상 경공업부장이 임명됐다. 핵심부서 부장들이 새로 임명된 셈이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당 부장으로 임명된 조용원, 리충길, 리선권.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조용원 비서가 조직지도부장을 겸직하게 돼 명실상부한 실세임을 재확인했다. 노동당에서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는 핵심부서이고 특히 조직지도부는 모든 권력기관을 통제하고 인사를 총괄하는 최고 핵심부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는 김 국방위원장이 겸직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올 정도의 자리다.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신설된 노동당 제1비서 직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번 인사로 조용원 비서가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제1비서에는 통상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김여정 국무위원이 우선 거론돼 왔다. 김재룡 비서도 이제 만만치 않은 경력의 소유자가 됐다.

리선권 외무상이 통일전선부장으로 복귀한 것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상으로 승진, 발탁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던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서 남측에도 널리 알려진 리선권은 외무상을 맡았다가 다시 통일전선부(통전부) 부장에 복귀했다. 리선권의 상관이었던 김영철 통전부장(76세)은 소환돼 일선에서 물러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선권의 통전부장 임명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세대교체와 한국에서의 보수정권으로의 정부 교체를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북한의 대남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한 상황에서 “리선권은 대남 ‘대적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그러나 정찰총국 출신 리선권이 강성일 것이라는 예단은 9.19평양정상회담 당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는 발언 수준의 인상기를 넘어서지 않는다. 리선권과 만찬장에 자리를 함께 했던 남측의 한 인사는 리선권이 문학적 소양도 상당하고 합리적인 것 같더라는 인상기를 전하기도 했다. 주로 군사분야에서 활약했지만 남북 협상 전문가로 보는 것이 좀더 객관적 평가일 것이다.

당중앙검사위원회는 위원장에 김재룡, 위원에 김인철 사회안전성 부상이 보선됐다. 8차 당대회에서 급부상했던 정상학 검사위원장이 소환된 것이다.

최선희 외무상, 리태섭 총참모장 승진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내각 상으로 임명된 전승국, 박형렬, 곽정준.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리두일, 김두일, 정경택.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리두일, 김두일, 정경택.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일부 ‘정부기관’ 간부들도 임명됐다. 내각부총리 전승국, 외무상 최선희, 식료공업상 박형렬, 상업상 곽정준,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리두일, 내각 정치국장 겸 당위원회 책임비서 김두일이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상(장관)으로 승진, 임명된 점이 눈에 띈다. 최선희는 외무성 미국국 국장 등을 거친 정통 외무성 출신으로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등 북미협상의 실질적 담당자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외국 손님들을 의전적으로 맞아야 하는 자리인 외무상 보다는 부상이 더 실세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북핵 외교를 책임져온 고 강석주 제1부상은 외무상을 맡지 않고 끝까지 부상 자리에 머무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각과 국무위원회 공식라인이 힘을 얻어가는 추세이고, 특히 외무상은 국무위원과 당 정치국 후보위원을 겸하는 요직이어서 최선희 외무상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원칙적 대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선희 외무상 등극은 대미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핵실험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북한은 책임자 개인의 성향보다 당과 국가, 최고지도자의 결정이 중요한 사회라는데 이견은 없는 상태다.

역시 이례적으로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제기한 ‘무력기관’ 지휘성원들을 승인했다. 인민군 총참모장 리태섭, 총정치국장 정경택, 사회안전상 박수일, 국가보위상 리창대다. 과거에는 총정치국장이 군부 핵이었다면 최근에는 총참모장이 군부 서열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리태섭은 사회안전상 출신이고, 정경택은 국가보위상 출신으로 사정라인이 군 핵심요직을 석권됐다.

군과 사정기관은 당과 국무위원회 외에 또다른 권력의 한 축으로 책임자들은 당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을 겸직하게 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심 군부와 사회통제부문 책임자들의 전면 교체는 강대강 정면승부를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인사로 평가”한다고 해석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8~1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8~1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첫 번째 의정(의제)인 조직문제에서 인사 개편의 폭이 적지 않았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김정은 총비서 집권이 10년을 넘기고 국제적 제재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 등으로 자력갱생에 입각한 정면돌파전을 벌이는 지금은 내부 체제정비에 절호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상당한 폭의 인사를 단행했지만 1년 반 정도가 지난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적잖은 폭의 인적 개편을 했다. 그만큼 세대교체와 성과 평가에 따른 재배치 등이 이루어지고 있고, 결과적으로 김정은 체제 강화 흐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