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윤석열 정부의 출범(5월 10일) 이후 한반도 주변에서는 전쟁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는 듯하여 대단히 불안하다. 이런 분위기는 한미 정상회담(5.21) 이후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한 데 이어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정상화, 미국의 확장억지력 강화, 전략자산 전개 등에 합의하였다. 이는 북한의 시각에서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강화한 것으로 볼만한 것이어서 북한 지도부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해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는 필연적으로 북·중·러 간의 북방 3각 체제의 구조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처럼 동북아에서 신 냉전체제의 부상은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동북아에서 신 냉전체제가 구조화되는 것을 용인함으로써 이 체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미·소 냉전체제와 같은 형태로 발전해서는 안 된다.

신 냉전체제는 대한민국의 장기적 국가 이익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는 장기적 국가 이익과 단기적 국익을 냉철히 전략적 계산하여 소탐대실하는 잘못된 계산을 범하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대한민국의 핵심 이익은 미국의 핵심 이익과 부합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의 핵심 이익이 무엇인가를 더 자세히 검토하고 나아가서 미국 일변도의 편향 외교가 가져올 문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에 줄 선다고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은 어느 한쪽에 줄 서는 그것보다 한국 정부가 확고한 "균형외교"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장기적 국익을 추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일 ‘릴레이 회동’ 일정이 6월에 예정이 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이 6월 3일 서울에서 북핵 문제를 협의한다고 한다. 6월 둘째 주에는 서울에서 한·미·일 차관협의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과 동경에서 한·미, 한·일 외교부장관 회담이 6월 중·하순에 개최하기로 협의 중이라고 알려졌다. 끝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나토정상회의가 6월 말에 개최되는데 한·미·일 정상 간 회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주요 모임에 북핵 문제에 관련하여 한·미·일 3국 간 협의를 한다고 하니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어떤 핵심 쟁점을 놓고 협의를 하는지 궁금하다. 그러므로 필자는 한 가지만 제안하고자 한다. 북핵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려면 먼저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창의적인 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협의하여 북한에 실용적인 새로운 제안을 기대한다. 이러한 3국 고위인사들의 회의에서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라고만 하지 말고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건설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3국은 지속 가능한, 창의적인 ‘한반도 비핵화-평화 구축’ 로드맵을 만드는 등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유인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은 5월 25일 올해에 17번째 탄도미사일 3발을 순차적으로 발사했다. 이런 군사행동은 북한이 아무리 불만과 분노로 인한 무력시위를 하더라도 군사적 도발이며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행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국제법 위반이다. 이에 대해 국제적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결의안이 상정되었으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UN 안보리 2397호 결의의 트리거 조항에 따른 대북 추가 제재는 무산되었다.

만약 북한이 제7차 핵 실험을 한다면, 중·러가 거부권 행사를 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미·중/미·러 경쟁 시대에, 향후 중·러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점점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 핵 강국이 되기 위한 전술핵 실험이나 단.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지속해서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현시점에서 한국과 미국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미 양국이 향후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해 보자. 이와 관련, 필자는 한·미 양국이 선택 가능한 3가지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현상 유지정책이다.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잘 지키고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단독으로 더욱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와 압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북 추가 제재와 압박을 한다고 해도 북한의 핵 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력시위’를 막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무력시위를 그들이 제안한 대화의 전제조건을 미국이 수락할 때까지 지속해서 무력시위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현상 유지정책의 실효성은 없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이 핵무장하고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구상이다. 이는 일부 한국의 보수 논객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논리는 한국이 핵 무장하거나 한반도에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면 남북 간 “핵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여 안정된 핵 억지력을 유지하게 되어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단순 논리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먼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하는데 미국은 NPT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우려 때문에 한국의 NPT 탈퇴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조치는 궁극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 현재 한반도에는 미국의 “확장억지력 강화”로 충분히 남북 간의 군사 균형을 이루고 있어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한국의 핵무장은 오히려 현존하는 전쟁 억지력을 파괴할 수도 있어 현 억지력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파손할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좋은 구상이 아니다.

셋째, 필자는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여 핵 협상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를 중단하고 기존 대북제재들 가운데 쉬운 것부터 완화하여 대화 분위기 조성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선택은 미국이 통 큰 결단을 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한번 시도해 보면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많은 결실을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이 진심으로 북미 간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 그리고 북한이 핵 강국으로 가는 길을 막을 의지가 있다면 강단 있게 세 번째 정책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족운명의 수호자 김정은 장군’ 제목으로 5월 31일 평양출판사가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10년간 군사외교 업적을 소개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하여 이 책의 핵심주장은 지난 2003년 이라크전쟁과 2011년 리비아사태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기만술’에 넘어가 전쟁 억제력을 포기했다가 배신당한 결과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정당성을 강변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이 책에서 “최근 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들과 하나로 연결시켜보면 미국과 서방에 환상과 미련을 가졌다가 비참하게 배반당하고 가차 없이 먹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결론 내렸다고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3월 초 두 개의 ‘조건부 조선(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제안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 의심이 든다. 그러므로 북한이 핵 강국이 되기 전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협상이 재개되길 바란다.

미국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만 반복하고 있어, 북한과 대화하려는 의지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이러한 견해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미국의 현 대북정책은 ‘무시 정책’(benign neglect)과 ‘바이든식 전략적 인내 정책’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이러한 미국의 대북정책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 강국으로 만들어 주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자는 미국은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여 북한이 핵 강국으로 가는 길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미국이 북한에 “새로운 셈법”을 제안해야 북미 간 외교협상 재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과 북한은 2019년 10월 6일 스웨덴 스톡홀름 마지막 회의에서 핵심 쟁점들을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은 그 연장선에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 방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 핵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북미 간 핵 협상의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은 북미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협상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 간에 양보와 타협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북미 간 핵 협상은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며, 재개된다고 해도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다시 강조하고 싶다. 미국이 현상 유지정책을 고수한다면 북한은 곧 핵 강국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미 양측은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라고만 앵무새 같이 되풀이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일부 보수 논객들은 한미 양측이 대북 강경정책을 구사한다면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아주 근거 없고 잘못된 정책이다. 국민을 오도하는 이런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한미 양국은 진정으로 북미 간 중단된 핵 협상을 재개하여 평화적으로 실용적-현실적-단계적인, 그리고 북한도 수용할 수 있는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을 만들어 북한에 제안함으로써 전략적 목표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길 기원한다. 이를 위해 한미 양측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 시대로 가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모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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