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식인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한국교수협회는 25일 하오 「북한 지식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4.19혁명 당시 젊은 학생들의 총궐기에 뒤이어 이독재정권을 결정적으로 퇴진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던 혁명적 대학교수들의 모임인 동교수협회는 4.19 1주(년)를 맞아 「또 하나의 독재자마저 타도하여 참다운 민족자주세력에 의한 통일을 이룩하자」고 북한 지식인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한국교수협회는 동「메시지」를 만장일치로 결의 채택하고 의장 조윤제, 부의장 정석해, 이상설 교수 이름으로 공표한 것인데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한국교수협회

 

=남북지식인의 공동광장마련=

또 하나의 독재자 물리쳐

한자리에 모여 통일을 협의하자

 

학생들의 영웅적 항쟁과 시민의 궐기로 성취한 사월민주혁명의 일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교수협회는 사월혁명에 있어 독재자 이승만의 하야를 불가피하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된 4.25 대학교수단 데모를 기념하고 북한의 교수, 학자, 문인, 예술가 여러분에게 이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가 한마음으로 염원하던 민족의 해방을 맞아 벅찬 감격 속에 함께 손을 잡고 조국의 번영을 위하여 일 할 것을 맹서하던 17년 전 그날을 회상하고, 끊어진 국토위에 나뉘어 서서 같은 조국의 하늘을 우러르며 소식조차 서로 전하지 못하게 된 그동안의 경과를 생각하면 오늘 우리가 보내는 이 글은 말로써 다 하지 못할 깊은 감회를 자아내는 바 있다.

우리는 이제 그대들에 앞서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몇가지 빼앗겼던 기본권리를 완전히 탈환함으로써 자유항쟁의 빛나는 전통을 과시했을 뿐만 아니라 민심을 배반하는 자는 마침내 망하고 만다는 진리를 역사앞에 또 한 번 증명하였다.

우리는 통일의 기본정신이 민족주체의식의 확립에 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믿고 있었거니와 현하 더욱 긴급해진 이 통일의 과업에 대해서 우리들의 진심을 토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스스로 다행하고 흔쾌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대들과 만나 통일을 위하여 논의하고 싶은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피차간의 우리 현실은 이러한 의욕의 실현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그대들 집권자의 지극히 일방적인 허장성세의 선전공세 앞에서도 그것이 그대들 전체의 의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대들 지식인의 양식에 호소하게 된 것은 통일을 위한 기본적인 방향과 성의에 있어 우리와 그대들이 그다지 다를 것이 없으리라는 것을 우리가 믿고 있기 때문이요. 우리에게 공동으로 주어진 정세는 매우 달라져서 우리의 은인자중도 이 이상 더 참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는 그렇게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그대들과 한자리에 모여 통일을 협의하기 위하여 그 공동의 광장을 마련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준비로서 우리는 다음 몇가지를 제의한다. 이는 우리의 사월혁명이 그대들에게도 큰 자극과 반성과 격려와 전기를 주었으리라고 믿는 까닭이다.


일, 우리는 발표의 자유, 비판의 자유, 반항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어떠한 자유의 이론도 진정한 자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독재정권 아래서도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항거하여 싸워왔다.
 
그대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이러한 자유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그대들의 정권에 대 한 비판과 공격을 발표함으로써 북한에도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실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이곳에는 사월혁명 이후 현정부가 반대하는 중립론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와 같이 그대들에게도 비판의 자유가 없는 한, 김일성 정권이 견지하는 정책과 다른 방법으로서의 통일을 위한 공동토의의 바탕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으로 우리는 안다.


이, 외세에 의하여 분단되었다 해서 외래의 이데올로기에 맹종하고 외국세력에만 의존하고 현재의 상태만을 고집하는 통일은 공염불이요, 통일을 위한 남북의 협상은 비가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족주체의식의 견지로서 시의에 적절한 기?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만이 통일을 위한 정도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들이 진실로 통일에 대한 성의가 있다면 오늘날 소련 위성국 중에서도 가장 소련 추종적인 김일성 정권이 표면상으로만 양군철퇴에 의한 남북자주통일을 선전하는 그 양두구육의 정체를 그대들이 먼저 폭로해야 할 것이다.


삼, 우리는 여하한 독재주의도 이를 부인한다. 민권에 의한 정권교체의 자유를 거부하고 선택의 자유를 거부하는 일절의 강권을 배격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승만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독재자의 재?두를 감시하고 그와 항쟁할 것이다.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 자유를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또 하나 남은 김일성독재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남북협상할 기틀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가 이승만을 내쫓은 것같이 그대들도 김일성을 타도한 다음 민족의 자주통일을 논의하자.

이상 우리가 요망하는 바 세가지 기본문제에 대한 그대들의 궐기항쟁이 성취되기를 기대성원하며 하루바삐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흉금을 터놓고 통일을 토의할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북한 지식인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북한 지식인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민족일보 이미지]
북한 지식인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민족일보 이미지]

 

北韓 知識人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韓國敎授協會는 二十五日 下午 「北韓 知識人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發表하였다.

 四.一九革命 當時 젊은 學生들의 總蹶起에 뒤이어 李獨裁政權을 決定的으로 退陣시키는 契機를 만들었던 革命的 大學敎授들의 모임인 同敎授協會는 四.一九 一周를 맞아 「또 하나의 獨裁者마저 打倒하여 참다운 民族自主勢力에 依한 統一을 이룩하자」고 北韓 知識人들에게 呼訴한 것이다. 

韓國敎授協會는 同「메시지」를 滿場一致로 決議 採擇하고 議長 趙潤濟, 副議長 鄭錫海, 李相設 敎授 이름으로 公表한 것인데 그 全文은 다음과 같다.

韓國敎授協會

 

=南北知識人의 共同廣場마련=

또 하나의 獨裁者 물리쳐

한자리에 모여 統一을 協議하자

 

學生들의 英雄的 抗爭과 市民의 蹶起로 成就한 四月民主革命의 一周年을 맞이하여 韓國敎授協會는 四月革命에 있어 獨裁者 李承晩의 下野를 不可避하게 한 決定的 契機가 된 四.二五 大學敎授團데모를 記念하고 北韓의 敎授, 學者, 文人, 藝術家 여러분에게 이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가 한마음으로 念願하던 民族의 解放을 맞아 벅찬 感激속에 함께 손을 잡고 祖國의 繁榮을 爲하여 일 할 것을 盟誓하던 十七年前 그날을 回想하고, 끊어진 國土위에 나뉘어 서서 같은 祖國의 하늘을 우러르며 소식조차 서로 傳하지 못하게 된 그동안의 經過를 생각하면 오늘 우리가 보내는 이 글은 말로써 다 하지 못할 깊은 感懷를 자아내는 바 있다.

우리는 이제 그대들에 앞서 獨裁政權을 打倒하고 몇가지 빼앗겼던 基本權利를 完全히 奪還함으로써 自由抗爭의 빛나는 傳統을 誇示했을 뿐만 아니라 民心을 背反하는 者는 마침내 망하고 만다는 眞理를 歷史앞에 또 한 번 證明하였다.

우리는 統一의 基本精神이 民族主體意識의 確立에 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믿고 있었거니와 現下 더욱 緊急해진 이 統一의 課業에 대해서 우리들의 眞心을 吐露할 수 있는 機會를 가지게 된 것을 스스로 多幸하고 欣快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대들과 만나 統一을 爲하여 論議하고 싶은 表情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彼此間의 우리 現實은 이러한 意慾의 實現을 想像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 事實이다. 우리는 그대들 執權者의 지극히 一方的인 虛張聲勢의 宣傳攻勢앞에서도 그것이 그대들 全體의 意思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沈黙으로 一貫해왔던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대들 知識人의 良識에 呼訴하게 된 것은 統一을 爲한 基本的인 方向과 誠意에 있어 우리와 그대들이 그다지 다를 것이 없으리라는 것을 우리가 믿고 있기 때문이요. 우리에게 共同으로 주어진 情勢는 매우 달라져서 우리의 隱忍自重도 이 以上 더 참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機會는 그렇게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그대들과 한자리에 모여 統一을 協議하기 爲하여 그 共同의 廣場을 마련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準備로서 우리는 다음 몇가지를 提議한다. 이는 우리의 四月革命이 그대들에게도 큰 刺戟과 反省과 激勵와 轉機를 주었으리라고 믿는 까닭이다.


一,우리는 發表의 自由, 批判의 自由, 反抗의 自由가 保障되지 않는 어떠한 自由의 理論도 眞正한 自由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獨裁政權 아래서도 政府를 批判하고 政府의 不當한 處事에 抗拒하여 싸워왔다.

그대들이 말하는 民主主義가 이러한 自由를 志向하는 것이라면 그대들의 政權에 對 한 批判과 攻擊을 發表함으로써 北韓에도 言論의 自由가 있다는 實例를 먼저 보여줘야한다. 이곳에는 四月革命 以後 現政府가 反對하는 中立論도 活潑히 論議되고 있다.

이와같이 그대들에게도 批判의 自由가 없는 恨, 金日成 政權이 堅持하는 政策과 다른 方法으로서의 統一을 爲한 共同討議의 바탕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으로 우리는 안다.


二, 外勢에 依하여 分斷되었다해서 外來의 이데올로기에 盲從하고 外國勢力에만 依存하고 現在의 狀態만을 固執하는 統一은 空念佛이요, 統一을 爲한 南北의 協商은 比可望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民族主體意識의 堅持로서 時宜에 適切한 機?한 方案을 摸索하는 것만이 統一을 爲한 正道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들이 眞實로 統一에 對한 誠意가 있다면 오늘날 蘇聯衛星國中에서도 가장 蘇聯追從的인 金日成 政權이 表面上으로만 兩軍撤退에 依한 南北自主統一을 宣傳하는 그 羊頭狗肉의 正體를 그대들이 먼저 暴露해야 할 것이다.


三, 우리는 如何한 獨裁主義도 이를 否認한다. 民權에 依한 政權交替의 自由를 拒否하고 選擇의 自由를 拒否하는 一切의 强權을 排擊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李承晩獨裁政權을 打倒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獨裁者의 再?頭를 監視하고 그와 抗爭할 것이다.

우리의 權利를 爲해서, 自由를 爲해서, 民族을 爲해서, 民主主義를 爲해서는 또 하나 남은 金日成獨裁政權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南北協商할 기틀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가 李承晩을 내쫓은 것같이 그대들도 金日成을 打倒한 다음 民族의 自主統一을 論議하자.

以上 우리가 要望하는 바 세가지 基本問題에 對한 그대들의 蹶起抗爭이 成就되기를 期待聲援하며 하루바삐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 흉금을 터놓고 統一을 討議할 날이 오기를 苦待한다.

[민족일보] 1961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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