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경남대 초빙석좌교수)

 

문재인 정부의 말기에 문 정부가 지난 5년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오던 우호적인 대북정책과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모든 노력을 접고 대북 강경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일부 보수 논객들은 문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 혹은 유화적 대북정책이라고 싸잡아 비판하거나 비하에 대한 반응인지 모르겠지만 남북관계는 강대강 맞대응으로 치닫고 있어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듯하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 절대로 전쟁이 재발되는 일이 없어야 하며 남북 간 평화공존을 주장해온 필자에게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

미국이 북한에게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라고만 반복하고 있고 북한에게 대화의 테이블로 유인하는 인센티브는 없고 미국의 대북 무시 정책(benign neglect)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좌절감과 분노로 문 정부가 지난 5년간 추진해온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그나마 북한은 지난 3월 24일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지난 4년간 자발적으로 준수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를 파기하고 금지선을 넘자 문 정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규탄밖에 할 수 없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데 문 정부가 말기에 대북 강경정책으로 선회한 것은 유감스럽다. 이는 과연 북한 때문인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무시정책(benign neglect) 때문인가? 필자는 북한과 미국이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북 무시정책으로 남북관계는 이제 2018년 이전으로 회귀하였으니 너무 속이 상하고 안타깝다. 북미 간 최종 외교협상이 2019년 10월초 스웨던 회담에서 논의된 북핵 협상의 핵심쟁점들을 검토해 보면 북미 양측이 자기들 주장만 하고 상호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북미 간 합의에 실패하였다고 보인다.

문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보수논객들의 논리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 동안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위해 올인 해 온 문재인 정부의 노력과 헌신에 필자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4월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 훈시에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서 장관은 "현재 군은 사거리와 정확도, 위력이 대폭 향상된 다량․다종의 미사일을 보유해 북한의 그 어떤 표적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특히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서 장관은 조건부 대북 선제타격 능력을 밝힌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킬체인이라 불리는 선제타격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 전략적 타격체계는 과거 보수 정부 시절 추진됐던 '3축 체계' ['킬 체인'(Kill Chain) 체계, 미사일 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KMPR)] 개념이다. 문재인 정부의 서욱 국방부장관이 선제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욱 국방부장관의 4월 1일 대북 원점정밀타격 발언에 대해 북한의 첫 반응은 적대적이다. 4월 3일 대미/대남 총괄 노동당 중앙위 김여정 부부장과 박정천 당 비서의 적대적 '말 폭탄' 담화는 입에 담지 못할 폭력적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틀 후 4월 5일 김여정 부부장의 두 번째 담화는 대단히 유화적이라 이번 담화의 정책적 함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김여정 부부장의 두 번째 담화의 핵심부분을 간단히 요약한다.

첫째, 김여정 부부장은 "남조선은 주적 아냐, 그리고 남 향해 총 포탄 한발도 안 쏠 것... 같은 민족은 무력상대 아냐라고 언급하면서 남북 간 전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둘째, 북한은 대남 선제타격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김 부부장은 먼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셋째, 김 부부장은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남한이 대북 선제타격을 한다면 대결 시 핵 전투 무력(핵무기) 동원하여 남조선군 전멸 감수해야“ 한다면서 서욱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김 부부장 담화의 핵심요점은 ‘남한은 주적이 아니다. 북한은 선제타격을 하지 않겠다. 남북 간 전쟁을 반대한다’ 등이다. 그리고 만약 남한이 먼저 대북 선제타격을 한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조건부 핵무기 사용을 밝힌 점이다. 한반도 전쟁은 재래식 전쟁이 아닌 핵전쟁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이 ICBM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소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하지 못하게 핵전쟁의 억제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북한이 미국을 선제공격 한다면 자멸을 의미하기에 그런 자살행위를 할 수 있을까?

한반도 핵전쟁은 우리 한민족의 공멸이며 인류의 최고의 재앙이기에 핵무기 보유는 사용보다는 핵전쟁의 억제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전쟁 억제력의 실패는 전쟁을 의미하기에 북한과 미국이 강대강 맞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남북 간에도 강대강 맞대응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남과 북이 군사적 '무력시위'(도발)를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 남북 간 강대강 맞대응의 후과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는 적대적 작용과 반작용(action and reaction) 관계로 이어지고 강대강 맞대응 전략이 현명한 대응책인지 남북 최고 지도자는 심각하게 재고해 보길 바란다. 남북 간 강대강 맞대응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으로 몰아갈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대화만이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예방하는 바른 길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므로 남북미 3국은 향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포함하여 군사적 '무력시위' 혹은 군사적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남북미 3국이 함께 노력해 주길 기원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미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석좌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참여포럼(KAPAC)상임고문,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수상(2021), 경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수여(2019),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