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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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
‎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
‎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
‎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남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 랠프 월도 에머슨

 

시골에 살 때였다. 개 목사리를 풀어 준 적이 있다. 개는 무서운 속도로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자유를 찾아 어디로 갔을까?

오후에 개집으로 가보자 개가 목사리 옆에 다리를 쭉 뻗고 누워 곤히 자고 있다. 참으로 안락해 보였다.

익숙한 집 냄새에 그는 엄마 품처럼 편안했을 것이다. 개를 깨워 목사리를 채워 주려하자 그는 순순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사람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이 싫어 집을 나가지만 조만간 돌아온다. “집만큼 편한 데가 없어. 집 나가면 개고생이야.”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실현된 근대민주주의. 얼마나 오랜 인류의 소망이었나? 우리는 힘겹게 얻은 자유와 평등을 잘 누리고 있을까?

우리는 다시 자신을 옭아매던 사슬이 그리운 건 아닐까?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공적으로는 자유와 평등이 구현되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향유하지 못하고, 사적으로 부자유와 불평등을 향해 나아간다고 말한다.

‘엔(n)번방’은 우리의 ‘노예’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왜 그런 변태에 열광하는 걸까?

우리들 마음에 사디즘(가학증)과 마조히즘(피학증)이 있기 때문이다. 엔(n)번방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마음이 성숙한 사람은 성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미성숙한 사람은 성과 사랑을 지배하고 복종해야 한다.

일본의 오시마 나기사가 감독한 영화 ‘감각의 제국’에서는 극한의 가학증과 피학증적인 성과 사랑이 나온다.

1936년의 엽기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일본제국주의가 일본인들을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로 만들었을 것이다.

남자들은 술을 몇 잔 마시면 호형호제 사이가 된다. 지배하고 복종해야 남자들의 세계에 질서가 잡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주인과 노예의 사슬을 끊고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에머슨은 말했다. “사람이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남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는 ‘우리가 남다른 사람이 되어야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남다른 사람이 되는 것, 얼마나 힘든 일인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걸 우리는 익히 알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삼라만상 다 남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오랫동안 남같이 살아오다 30대 중반부터는 남다르게 살았다. 처음에는 엄청난 정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내 몸도 점점 강해졌다. 정이 스스로 지쳐 나가떨어지게 되었다. 시선 이백은 ‘하늘이 나를 세상에 보냈을 때는 필히 쓸모가 있겠거늘...... .’하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만일 내가 그 개의 목사리를 오랫동안 풀어놓았다면, 그 개는 남다른 본능을 회복해 갔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소중한 가치를 잘 지켜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먼저 남다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 랠프 월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부분

 

남다른 사람이 되면, 우리는 누구나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거나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고석근 시인 약력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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