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득표율 48.56%(1639만 4815표)로, 득표율 47.83%(1614만 7738표)에 그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로 물리쳤다.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내기에 앞서 대선전에서 펼쳐진 두 후보의 행태들, 특히 윤 후보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거친 말투가 향후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 투영될까봐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총칼 없는 전쟁이라 불리는 선거전에 임한 윤 당선인의 언행은 흡사 ‘한국판 트럼프’의 재림과도 같았다. 윤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앞세워 젠더갈라치기를 했으며, 선거기간 내내 막말 행진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집값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올라간 것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 “40년 50년 전에 철 지난 좌파 혁명 이론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소위 말해서 비즈니스 공동체”, 민주당을 향해서는 “민주화를 위장한 좌파혁명 이념에 빠져 있는 운동권 패거리 집단”,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하던 짓을 하는 전체주의 정당” 그리고 이른바 586세대를 향해서는 ‘586 이념패거리들’, 언론노조를 향해서는 ‘말도 안 되는 허위 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하는 집단’이라고 부르는 등 셀 수 없이 많다.

윤 당선인은 이 모든 막말이 선거전에서 지지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라 항변할 수 있지만 심해도 너무 심했다. 또한 다른 후보들도 막말을 하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 수위와 빈도에서 너무 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막말은 세력 간, 세대 간 증오의 감정을 키워 필연적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과 대립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윤 당선인이 당선 소감에서 “이제 경쟁은 끝났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통합의 의지를 밝히면서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낮춘 점이다. 이재명 후보도 패배 승복 연설에서 “당선인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승자인 윤 당선인은 패배자의 부탁을 받아들이길 권유한다.

선거가 끝나고 승패가 가려진 지금 우리가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통합을 이뤄야만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분단 상황에서 변함없이 민족화해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대북선제타격’, ‘멸공’, ‘사드 추가 배치’, ‘유사시 자위대 한반도 진출 용인’ 등 대결적이고 호전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심지어 ‘주적은 북한’이라고도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국민들이 불안하면 현 정권을 지지할 것이라는 그 계산으로 김정은이가 저렇게 쏘는 것이다. 제게 정부를 맡겨주면 저런 버르장머리도 정신 확 들게 하겠다”는 등 근거 없는 불안감과 자신감도 드러냈다.

모두가 북한을 비롯해 주변국들을 긴장시키는 발언들로서 불필요하게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하나 명확히 할 게 있다. 압박과 제재만으로는 북한을 굴복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시도해 봤으나 실패한 방책일 뿐이다. 민족화해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 민족화해의 여러 형태인, 김대중 정부 때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 때의 평화번영정책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이어가야 한다. 윤 당선인은 선거전에서 갈가리 찢겨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민족화해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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