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희(서울 월곡초등학교 교사)


"눈이 왜 내리는 지 아세요?"

이 여름에 갑자기 눈 얘기는 왜?

한 5, 6년 전쯤에 통일운동 하는 김창수 씨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남북한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취지의 강의를 하면서 영화 `가위손`을 보기로 들었다. 아름답고 예쁘고 슬픈 사랑이야기로 기억하는 내게 그의 말은 무척 신선했다.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가위손의 순수한 행동은 이해받지 못했다. 서로의 차이를 몰랐고 함께 살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남과 북이 바로 가위손과 마을 사람들처럼 서로의 차이를 모르고, 따라서 서로 이해하지 못해 공존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가위손은 그녀의 동생을 구하고 다쳤는지 살피려고 동생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 순간 가위손은 동생의 얼굴에 상처를 남겼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해치려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가위손 스스로도 그의 손이 다른 사람에겐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몰랐다. 그는 지금도 홀로 성에서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얼음조각을 만들며 눈을 내리고 있다.
 
눈이 내리는 원인에 대한 낭만적이고 예쁜 동화로만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통일을 이야기하는데 쓰다니! 절실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가 보다.
 
그 뒤로 마침 교육부 지원금을 받고 통일모임 선생님들과 연구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다. 평화교육 연구하는 후배가 제안하여 `차이와 차별`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했다. 통일의 준비과정이나 통일 이후에도 상대방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살려는 자세가 없는 한 통일은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로 다가올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도 작은 차이를 인정하지 못해 갈등을 한다. 하물며 다른 체제 속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남북이 통일이 되었다고 갑자기 민족의 정이 철철 넘쳐나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의 예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상당한 준비를 했다고 알려진 독일도 통일 후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하물며 상대를 적대적으로 대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
 
모든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월드컵 기간 동안 우리는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난 축구에 관심도 없고 `도대체 저 재미없는 걸 뭐 하러 보나`,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붉은 악마를 위시한 수많은 관중들이 `AGAIN 1966`이라는 카드섹션을 펼쳐 보였을 때 상당히 놀랐다. 아무리 축구에 국한된 것이라 해도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공공연하게 응원의 내용으로 잡힌 것도 그렇고. 또 전에는 북한의 집단체조와 카드섹션 등을 보면서 억지로 동원된 광적인 행동이라고 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리가 그런 행동을 하면서, 보면서 감동을 하다니! 게다가 광주에서는 단일기가 등장하고, 구호도 `오! PEACE KOREA`라고 외치려 했다니!
 
이제는 같은 행동, 같은 사실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리틀 엔젤스 어린이들이 웃으면서 노래하는 것은 귀엽고, 북한 어린이들의 같은 행동은 억지로 훈련된 가식적인 행동이라며 비난하지 말자.

우리가 사투리를 쓰면 잘 못 알아들으면서도 특색있다고 하고 북한 말은 너무 못 알아들으니 이질화되어 큰 일 났다고 하지 말자. 그렇게 많은 돈 들여서 남의 나라 말은 잘 배우는데, 우리의 반쪽인 북한 말 좀 배우면 안 되는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정작 그런 마음이 전혀 없이 눈에 불을 켜고 꼬투리를 잡아내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그대 진정 통일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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