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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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
‎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
‎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
‎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창시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하다. - 미하일 바흐친

 

요즘 토요 인문학반에서는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을 공부하고 있다. 한 회원이 탄식했다.

“그동안 제가 너무나 저 자신에게만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현대물리학에서는 삼라만상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잖아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그녀는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다. 그래서 그녀는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갑각류가 되어가지 않았을까? 속에는 여린 속살이 있지만 겉으로는 견고한 껍질로 자신을 버텨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갑옷 같은 껍질이 자신의 김옥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녀는 삼라만상을 관계망으로 보는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을 공부하며 자신의 껍질이 답답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러시아의 사상가 미하일 바흐친은 말했다. “나 자신을 창시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인간이 되어간다. 인간은 홀로 어떤 무엇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더불어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사회를 이뤄 살아왔기에 인류의 집단적 지혜가 개인의 무의식에 쌓여 있다.

하지만 인간이 남과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이 집단적 지혜가 깨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만나며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간다.

그런데 근대산업사회는 ‘개인’을 탄생시켰다. 가문, 소속을 벗어난 개인이 산업사회의 중심세력이 되었다.

근대물리학은 이런 사고를 뒷받침했다. 근대물리학의 아버지 뉴턴은 물질의 최소단위를 원자라고 했다.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질의 최소단위 원자가 인간 사회에서는 사회의 최소단위 개인이 되는 것이다.

뉴턴은 이 원자들이 모인 물질은 기계적인 운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원자는 기계적인 운동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존재일 뿐인 것이다.

산업사회의 정신적 세례를 받은 우리는 남과 더불어 살아가지 않고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인으로 살아간다. 타인들과 소통하지 않는 개인으로 살아가면 마음이 편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삶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아 우울, 권태 등 많은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개체가 되어버린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 어두운 그림자를 남에게 투사한다. 나쁜 사람, 나쁜 세상은 자신의 어두운 모습이 투영된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세상이 점점 무서워져 자신의 껍질 안으로 웅크려든다. 세상 속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그의 감정은 점점 메마르게 된다. 메마른 감정은 감상적이 되어 눈물을 쉽게 흘리는 드라마, 시들을 좋아하게 된다.

현대사회는 지식정보사회다. ‘산업사회의 인간’을 극복해야 한다. 자신을 발명하고 창조해야 한다.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 무수한 타인들과 만나며 변신해야 한다. 타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구성해가야 한다.

프랑스 사상가 미셸 푸코처럼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말라, 나에게 똑같이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하지도 말라”고 소리칠 수 있어야 한다.

 

창가에 악기 하나를 걸었네
빨간 부리가 창살을 쪼아대면
악기는 통째로 공명되었네
창살 하나하나가 건반이었네
악보는 없었네
〔......〕
소리는 악기 속에 갇혀
꿈을 조율하였네
아름다운 노래는 그때
탈옥을 꿈꾸는 자의 탄식이네
창가에 감옥 하나를 걸었네

                                                                                      - 조말선, 《새장》 부분

 

누구나 자신의 감옥에 갇혀있다. 하지만 그 감옥은 우리의 생각이 지어낸 감옥이어서 자신의 집이라고 착각한다.

 

 

고석근 시인 약력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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