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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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
‎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
‎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
‎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처럼 창조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뒤를 너무 돌아보면 안 된다. 당신이 지금까지 무얼 했든지, 당신이 누구였든지 간에 그 모든 걸 내던질 자세가 되어야 한다.                       - 스티브 잡스

 

대학 2학년 때 지도교수님이 과대표를 하라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와, 드디어 반장을 해보는구나!’하고 소리쳤다.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반장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속으로 울분을 삭였다.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고 나를 천대하는구나.’

그런데 쉬워보이던 과대표 역할이 내게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반장을 도맡아했다는 한 학우가 나를 도와주어 과대표 역할을 무난히 해낼 수 있었다.

그때 ‘리더’는 타고난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을 팔로워로 만드는 재주, 타고나지 않고는 너무나 버거운 역할이구나!’

그런데 우리는 이미 타고날 때, 재주 여하에 관계없이 리더와 팔로워의 운명을 타고나는 게 아닌가?

한평생 누구는 리더로 살아야 하고, 누구는 팔로워로 살아야 하니 다들 사는 게 너무나 힘들 것이다.

석기 시대의 원시사회는 달랐다. 다들 평등하게 살았다. 리더인 추장은 권력과 재력이 없었다. 그는 부족을 돌보아야하는 명예직이었다.

그들은 리더와 팔로워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역할을 분담하며 살았다.

아이들 노는 걸 보면 그렇다. 어떤 놀이를 할 때, 그 놀이를 잘 하는 이아가 리더가 되지만 그 놀이가 끝나면 그 아이의 리더 역할도 끝났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에 시골로 이사를 가 시골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했다. 아이들은 항상 신이 났다. 리더와 팔로워를 번갈아하는 아이들은 다 신난다.

이렇게 지상낙원을 이룬 아이들 세계에 잘난 서울 아이가 이사 온 적이 있다. 그 아이는 값비싼 게임기를 갖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그 아이의 팔로워가 되었다. 아이들은 묵묵히 게임만 했다. 아이들은 시들시들 시들어갔다.

돌도끼를 사용하는 호주의 원주민들에게 유럽 문명인들이 쇠도끼를 선물로 주었더니, 아름답던 원주민 사회의 질서가 한순간에 깨졌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는 지상낙원들이 많다. 소수 민족들이다. 노자가 말한 ‘나라가 작고 국민이 적은 사회’다.

인류는 농경을 시작하면서, 계급사회가 되었다. 출신 성분이 그의 운명이 되는 사회, 이때부터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리더와 팔로워의 길을 가야 했다.

사람은 타고난 재능을 활짝 꽃 피울 때 가장 행복하다. 타고난 리더가 아닌 리더들은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그들은 리더를 그만둘 수도 없다. 그를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이 그를 계속 리더의 길을 가게 한다. 그는 한평생 스트레스 속에 살아간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쾌락의 바다에 빠져 살아야 한다.

리더의 기질을 타고난 팔로워들은 한평생을 울분 속에 보내게 될 것이다. 중죄를 저지르거나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이 시대의 영웅이다. 그는 말했다. “예술가처럼 창조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뒤를 너무 돌아보면 안 된다. 당신이 지금까지 무얼 했든지, 당신이 누구였든지 간에 그 모든 걸 내던질 자세가 되어야 한다.”

그는 예술가들 조직 같은 회사를 만들려고 했다. 각자 알아서 모든 재능을 발휘하는 조직만큼 강한 조직은 없다. 조직원들이 평등할 때만이 가능하다.

이 시대의 조직들은 크게 보면 각자 알아서 하는 조직으로 가고 있다. 많은 조직들이 택하는 팀제가 그것이다.

가장 멋진 팀제를 하는 동물은 개미다. 개미는 각자 알아서 집을 짓는다. 리더도 없고 설계도도 없다. 본능의 부름대로 행동한다.

인간에게도 그런 부름이 있다. 우리가 영혼의 부름대로 행동하면 멋진 신세계를 지상에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사회는 신분사회다. 각자 알아서 하는 팀제를 운영하기가 힘들다. 개미들은 서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기에 전체의 의사를 통일할 수 있다.

인간사회는 신분 사회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 각자가 예술가가 되어 살아가는 조직, 잡스의 꿈은 당장에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이상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아름다운 인간의 길을 걸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나는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나는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 《인디언 유트족의 시》 부분

 

우리가 하나가 되어 함께 걸어가는 세상은 ‘오래된 미래’다.

 

 

고석근 시인 약력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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