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우편물에 첨부하여 우편요금을 납부하였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정부 또는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기관이 발행하는 증표”이고, 자유주의 국가들에서는 국가가 특정일을 홍보하거나 때로는 상업적 목적의 홍보용 우표들이 발행되고 있지만, 극단적 폐쇄상태 또는 미국이 주도하는 극심한 봉쇄 상황을 맞고 있는 북한의 경우에는 우표가 대외적으로는 중요한 외교채널이자 대내적으로는 일심단결을 추동하려는 목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북한에서 발행하는 우표도상(圖像)을 살펴보면 북한 당국의 의도를 상당부분 파악할 수가 있다. 북한의 우표는 외국의 우표수집가들이 상당한 호기심을 갖고 수집할 수 있을 정도의 독특한 디자인과 콘텐츠를 가지고 발행되고 있다.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의 극심한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자국의 목소리를 국외로 낼 수 있는 통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자국의 목소리를 국외로 낼 수 있는 합법적이며 공식적인 통로가 있으니 바로 “우표 발행”이다.

우표발행은 두 번째로 오래된 국제기구인 만국우편연합(UPU: Universal Postal Union)에 가입된 국가들만이 발행할 수 있으며 2018년 현재 192개 국가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회원국 192개 국가들이 발행한 우표가 부착된 우편물들은 만국우편연합 국제규정에 따라 회원국이 있는 전 세계에서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974년 북한도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하였기 때문에 북한우표가 부착된 우편물들은 현재 192개 회원국가 중 2개국(미국/대한민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배달되고 있다.

국제적 제재 없이 유통이 가능한 우표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북한에 우표는 “꼬마 외교관” 또는 “종이 보석”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시 하에 치밀하게 도안되고 있는 “선전화”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선전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북한은 국제적, 공식적, 합법적으로 자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우표전시회에 1959년 라이프찌히 국제도서예술전람회에 4종을 첫 출품한 이후 거의 매년 국가차원의 국제우표전람회/세계우표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반면에 대한민국의 경우 개인이 종종 참가하고 있는 경우는 있지만, 국가차원에서 참가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북한우표 도상(圖像)에는, 북한의 신년사, 공동사설, 당 대회의 중요 결정 사항들이 요약되어 구호로 나타난다. 북한에게 있어 우표발행은 대외적으로 외교관의 목소리를 내야하고, 대내적으로는 일심단결을 끌어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북한에서 매년 새해 첫 번째로 발행된 2017년~ 2022년까지의 지난 6년간의 “새해우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에서는 매년 새해 첫날에 “새해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 6년간의 “새해 우표” 도상(圖像)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북한의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에 걸친 6년간의 '새해 우표(좌상에서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안재영]
북한의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에 걸친 6년간의 '새해 우표(좌상에서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안재영]

2017년은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위기가 매우 높았던 한 해였다(한반도 전쟁위기가 위험고조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위기를 깊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을망정....

한반도 위기발생의 원인제공은 북한이 먼저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2017년에 수소탄급 핵탄두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한 성공도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니만큼).

1980년대 말 구 소련이 해체된 이후 지난 30년간 일극(一極)체제의 강대국임을 자만하던 미국입장에서 보자면 전 세계 최대 경제적 빈국중 하나에 불과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에서 자국의 전 국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조건을 모두 갖추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립과 봉쇄조치로 대외적으로 아무런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 이상 물러설 수도 그렇다고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는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2012년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후 2013년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식화 한 후 북한은 치밀하게 그 계획을 실천해 왔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새해우표를 보면, 〈과학기술전당〉이 “새해우표”의 도상(圖像)으로 전면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과학을 통해 2017년을 대 변혁의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새해우표 도상으로는, 북한의 맨하탄이라 불리는 “여명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2017년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갈 뻔한 상황을 맞기도 하였지만,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한 다양한 외교적 역량을 고려해 볼 때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2018년에는 인민들을 경제적으로 낫게 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새해 신년사를 통해 북한은 2018년 2월에 있을 “평창 동계올리픽”에 대해 “이번 대회를 통해 북남관계를 개선하는 뜻깊은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연설하였다. 그리고 2018년 4월에는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승리를 공식 선언한 후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을 채택하였다.

2019년 새해우표는 아마도 북한에서 발행된 우표 중 가장 자연스럽고 밝은 표정의 가족들이 등장한 우표도상을 볼 수 있다. 이런 도상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2019년에 대해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개선되어 인민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가겠다는 바람과 희망의 의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2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맛보기에는 성공해 가는 듯 보였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2019년 새해우표 도상은 ‘가장 행복한 가정’으로 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 관계는 단순하지 않으며 진솔하지만도 않기 때문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상시 발생하는 곳이다. 2019년 2월에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노딜((No Deal)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2020년 새해우표 도상은, 천리마를 탄, 노동자, 농민 인텔리가 함께 “자력갱생”의 깃발을 휘날리며, “과학기술전당” 위를 날아가고 있고, 하단에는, 북한의 공식 국수(國樹)인 소나무 위로 하얀 눈이 덮여있음을 볼 수가 있다. 국가적으로 눈이 내린 어려운 형국이지만 인민들의 일치단결로 자력갱생의 굳은 의지를 한 장의 우표도상(圖像)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2021년 새해우표의 도상(圖像)은, 사시사철 변함없는 국수(國樹)에 눈 덮임과 평양종 그리고 대형 시계바늘이다. 평양종은 1890년대까지 국가적 재난 발생 시 경보를 울리거나 시간을 알려주던 북한의 보물 1호이다. 이런 우표도상은 비록 현재는 눈 덮인 추운 겨울한파 중이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기 때문에 기다리며 인내하자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새해우표 도상은 예상외로 밝고 힘찬 어린아이들 셋이 연과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즐겁게 노는 모습이며, 놀고 있는 아이들 뒤편으로 여명거리가 보이고 어린아이들이 잡고 있는 방패연과 종이비행기에도 북한국기가 그려져 있고 한 아이는 북한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의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북한 최고 수재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 총장(현재, 명예총장)에 의하면, 남한에서 최고 수재들이 판사, 검사, 치과의사 등이 되고자 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북한에서는 최고 수재들이 과학 분야(물리/화학/공학/컴퓨터..)를 선택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상황이라고 하며 북한의 과학적 진보에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에서도 과학인재들에게 과학애국자라며 치켜세우면서 은하과학자거리(2013년 9월), 위성과학자주택지구(2014년 10월), 연풍과학자휴양소( 2014년 10월), 미래과학자거리(2015년 11월), 여명거리(2017년 4월)에 입주와 사용에 우선적으로 대우하고 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북한의 상황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남한의 무역의존도는 70%~ 90%를 넘나들고 있다. 한 나라의 국민경제에 국가 간의 교류가 절대적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유엔의 추가 제재로 인해 무역의존도가 거의 0%에 가깝다. 1995년부터 국제무역업을 업(業)으로 먹고 살고 있는 국제무역인의 시각에서 이런 현실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며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역으로 남한이나 미국에게 모든 국가들로부터 수출과 수입을 하지 못하도록 단 1년 만이라고 강제적으로 단절시킨다면 어떤 현상들이 나타날까?

북한의 과학 기술은 우리 생각보다 매우 발전되어 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과학적 토대는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남과 북이 경제/문화적 교류를 시작하고 남한이 러시아 극동지역의 풍부한 천연에너지를 가져다 시용하게 된다면 러시아 정부는 물론 중국정부도 상대적으로 경제적 발전이 뒤처져 있어 골치 아파하는 중국의 동북3성에 대한 경제적 발전에 남한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크게 활용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개혁개방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일정 정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돕는다는 생각이 아닌, 이제는 절대적으로 상부상조해야 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도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 소개 

안재영은 민통선 최북단 마을 파주 장마루에서 자랐다.
1987-89년 한국외대 독도탐사대 대원으로 독도 뗏목 탐사에 참가했으며,
2008년부터 예술마을 파주 헤이리에 “영토문화관 독도‘를 개관하여
무료로 운영 중이다.
1990년 한국외대를 졸업한 후 5년간의 무역회사근무 경험을 살려 자신의
무역회사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2019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석사를 졸업 후,
현재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에서 북한학 박사 5학기 중이다.
독도강연을 60여 차례 이상하고 있는 독도강사이자 평화 활동가이며,
현재, (사)헤이리 평화교류위원회 위원장 및 이사를 맡고 있다.
영토문화관 독도 관장(현) / 파주시청 평화협력과 교육위원(현)
저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독도야 말해줘”(2013년)와
“우표로 보는 북한 현대사”(2021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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