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선(통일뉴스 논설위원)


서해 꽃게잡이 어장에서 벌어진 남북해군간의 총격사건이었던 `서해교전`은 우리 민족의 비극적 분단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다가 민족화해와 협력 및 평화구축을 반대하는 반민족 세력이나, 민족적 위기상황에서도 이를 통해 자기 이익을 챙기고 또 정략적 기회로 활용하려는 정상배들은 때를 만난 듯 반통일적 발언을 토해냈다.

진상도 파악하지 않은 채 이번 `서해교전` 사태를 북의 `무력도발`, `의도적 도발`로 규정하고 `북한 지도부의 진상규명과 사과 및 재발방지 촉구`, `대북지원과 민간교류 중단`, `확전 각오`, `대북 보복`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진실을 왜곡하고 민족구성원 다수의 자주적 통일열망을 잠재우려는 수구 언론들은 이들 수구 정상배들의 의중을 대변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북미관계의 경직, 남북관계의 긴장, 진상규명 및 책임소재 공방으로 인하여 남한 내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서해교전` 이후 남한 사회의 분위기는 반통일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을 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안은 찾기 힘든 형편이다. 그 동안 냉전시대에는 어떤 냉전적 사태가 발생하면 `서해교전` 직후와 같이 반통일적 상황으로 떠들썩하다가 미봉책으로 얼버무려지곤 하면서 같은 성격의 비극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 모두는 명실공히 민족화해의 시대를 맞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그 해법은 냉전시대와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이제 차분히 비극적 상황의 재발방지를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그것을 실천하는 결의를 보여야 할 때다. 

`서해교전` 이후 1주일 동안 보도된 각종 자료들을 종합해볼 때, 이번 사태의 원인은 현상적으로 단순한 북의 선제공격이 아니라 `북방한계선` 문제와 `꽃게잡이철의 어장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같은 결론은 이해 당사자들의 다음과 같은 발언들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서해교전은 연평도 주변 어장에서 꽃게잡이를 하던 남쪽 어선들이 허용된 어장을 이탈하자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면서 빚어진 것"(당국자)
 
"어민들이 어장에서 순순히 조업하느니 며칠동안 조업금지의 제재를 가하는 벌칙딱지를 받더라도 어장을 벗어나려 한다. 이에 따라 이곳에 나가있는 고속정들은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북한 함선보다 오히려 우리 어선에 정신이 팔릴 정도다"(군 관계자)
 
"어업 경계선을 넘어 조업하면 엄청난 양의 꽃게를 잡을 수 있어 어민들이 자주 어업통제선을 이탈했다. 우리 어민의 이탈조업이 북한 해군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어민)
 
이렇게 보았을 때, 남에서는 북에 대해 `명백한 군사정전협정 위반`, `의도적 도발` 이라거나, 북에서는 남에 대해 `정전협정과 관련 없는 북방한계선의 일방적 주장 탓`, `남조선 군의 선제공격에 따른 불가피한 자위 조처`라는 남북간의 공방에서 나타나듯 남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무력충돌이라는 현상만으로 `북의 일방적 도발`을 전제로 하여 `강경대응`이니 `교전수칙 개정` 등으로는 결코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꽃게잡이철의 어장 실정과 북방한계선의 성격 등을 감안할 때 "북에서는 남이 영해를 침범하기 때문에 쏘는 것이고, 남에서는 북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했기 때문에 쏘는 것"으로 `어느 한쪽이 먼저 도발했느냐`의 공방으로 해결책을 쉽게 찾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것은 `서해교전` 사태의 진실도 아니다.

이에 앞으로도 현재의 상황이 계속되는 한 재발할 수밖에 없는 `서해교전`을 예방하기 위하여 우선 다음 두 가지 문제를 남북 당국은 합의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북방한계선` 문제를 해결하여 크고 작은 분쟁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여야 한다. 국제법적으로도 `분쟁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는 `북방한계선` 문제는 이미 1999년의 `연평교전` 때도 북측에 의해 제기됐었고, 앞으로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서해교전`은 또 재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료에 의하면 북방한계선은 "남과 북 또는 북·미간에 전혀 합의한 적이 없는 미군의 작전통제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과 북은 1992년 9월 발효시킨 남북합의서의 `제2장 남북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10조에서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북측은 1999년에도 북방한계선 철회, 남쪽 함정 철수, 영해침범 및 군사도발 중지, 새 해상경계선 획정을 위한 회담 개최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남측의 의지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북방한계선 문제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선례들을 되살려 북방한계선 문제를 매듭짓지 않는 한 `서해교전`의 재발을 방지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남북 당국은 `남북공동 꽃게잡이 어로작업장`을 합의 설치하여 남과 북의 어민들 생계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 동안 어민들의 월선조업은 해군 당국과의 암묵적 약속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것은 "군 당국의 잦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선들이 어업통제선을 넘어 조업했다"라든가, "허가구역 안에는 꽃게가 없고 당국의 단속은 더 심해지고……"라는 현장 어민들의 증언이나 탄식이 입증해 주고 있다.

그래서 꽃게잡이철이 되면 서해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때로는 이번과 같은 `우발적 충돌`이 야기되며, 확전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위험요인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 꽃게잡이 어로작업장` 설치는 우선 쌍방 어민들의 생계문제를 보장해 줄 수 있고, 또한 `우발적 충돌`이나 분쟁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북방한계선` 문제와 `남북공동 꽃게잡이 어로작업장` 설치를 남북 당국간에 합의할 수 있다면 이는 7.4 남북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과 같은 남북합의 정신에도 완벽히 부합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민족화해와 평화적 통일이라는 민족적 숙망을 성취할 수 있는 튼튼한 디딤돌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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