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단체가 주최한 올해 9월 1일 도쿄 요코아미초공원 98주기 추도식. 시민모임 '독립'의 추도문이 낭독되는 모습이다. [사진-시민모임 '독립' 제공]
일본 시민단체가 주최한 올해 9월 1일 도쿄 요코아미초공원 98주기 추도식. 시민모임 '독립'의 추도문이 낭독되는 모습이다. [사진-시민모임 '독립' 제공]

약 100년 전 일본 도쿄 일대에서 발생한 간토대지진 당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특별법 제정 국회청원운동이 시작된다.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비롯한 21명의 시민사회 원로들은 19일 성명을 발표해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특별법 제정운동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먼저 지난 9월 14일 여야 국회위원 60명이 발의한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발생일 9월 1일 국가추모일 지정 촉구 결의안'을 받아들여 정부가 조속히 추모일을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건의 진상공개와 공식사과에 대해 1945년 패망이후 일본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데, 한국정부의 무책임도 이에 못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6일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의 성명을 시작으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을 주도하고 있는 시민모임 독립(이사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에 따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당시 일제의 만행을 규탄한 항의공문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일본정부에 진상공개와 사과를 요구한 적이 없다.

국회에서는 지난 2014년 여야 의원 103명이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된 이후, 지금까지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9월 1일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일본시민단체 주도로 열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대해서도 한국정부와 국회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성명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희생된 조선인 중 남과 북이 따로 있지 않으므로 남북 당국은 공동으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상공개와 공식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재일 총련과 민단 및 일본 시민사회와도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정부에 대해서는 지난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권고대로 사건의 진상공개와 공식사과를 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앞서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지난 200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은 일본 정부가 유발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당시 고이즈미 총리에게 사죄와 진상규명을 권고했지만 거기서 그쳤다. 

이는 사건 발생 80년 만에 일본 공공단체가 자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실제 진상규명과 사죄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로들은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기가 되는 2023년을 앞두고 제노사이드(특정집단 대량학살) 범죄에 공소시효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조속한 추모일 지정과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청원 운동 △남과 북, 재일 동포단체, 양심적 일본 시민사회와 연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민모임 독립은 국회청원참여를 위한 영상콘텐츠 경진대회 '기억, 1923'을 유튜브에서 진행한 뒤 11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국회청원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성명서(전문)

우리는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발생일 9월 1일의 추모일 지정 촉구 국회 결의안 발의를 환영합니다. 아울러 진상규명특별법 제정운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합니다. 또한 일본 정부에 대한 진상공개와 공식사과 요구를 남북이 공동으로 제기할 것을 촉구합니다.

9월 14일, 60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9월 1일을 국가추모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2014년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여야의원 103명 명의로 발의되었다가 회기만료 자동 폐기된 이후,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국회가 2023년 100주기를 2년 앞두고 이 결의안을 발의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하지만 결의안에서 “이후 진상규명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언명한 대로 이번 발의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조속한 추모일 지정과 함께 정부차원의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돼야 합니다.

이에 지난 7월 26일 성명을 통해 진상규명과 추모 사업을 요구했던 우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국회청원운동에 나섭니다.

역사적 범죄를 외면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에 불과하며,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이 질곡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일본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일본은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가 권고한대로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고 공식사과 해야 합니다.

한 국가의 도덕적 권위는 과거 침략 역사를 부정하면서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학의 역사를 참회하고 피해국들에게 용서를 구할 때 세워집니다.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최근 일본 정부의 모습을 개탄하는 이유입니다.

분노로 규탄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웃나라 일본과의 선린호혜이며 평화에 입각한 동아시아 질서입니다. 은폐된 진실이 드러날 때, 역사의 앙금이 해소됩니다. 용서와 화해가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1923년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희망합니다.

남북한 정부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에게 요구합니다.

지난 9월 1일 북한 노동신문과 우리민족끼리, 조선인강제연행피해자·유가족협회는 각각 이 98년 전 조선인 학살사건을 “반드시 결산해야할 대학살범죄”라고 지적하는 입장을 냈습니다. 

우리는 우선 너무나 당연한 이런 북한의 반응을 환영합니다. 한편으로 1923년 임시정부 조소앙의 항의 공문 이래, 단 한 번의 입장도 낸 적이 없는 남한 정부의 무책임한 모습에 깊은 자괴감을 느낍니다.

또한 유감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진행된 추도행사와 입장표명이 분산 진행되어 응집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대로,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은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대로, 각각 추도행사를 진행했던 것이 단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남한 국회의 결의안 발의와 북한 반응도 각각 진행되었습니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희생된 조선인들 가운데 누가 남한 출신이고 누가 북한 출신이었습니까? 누가 조총련 소속이고 누가 거류민단 소속이었습니까?

100년이 다 되도록 아직 구천을 떠돌고 있는 희생 조선인들의 넋이 해원(解寃)하기를 바란다면, 살아있는 이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같은 동포로서 우리는 한 목소리로 일본정부에 사건의 진상공개와 공개사과를 요구해야 합니다. 진상규명 작업에 같이 나서야 합니다.

여기에 양심적인 일본시민사회와 함께 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2023년은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제노사이드 범죄에 공소시효가 없음을 확인하는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발생일 9월 1일의 추모일 지정 촉구 국회 결의안 발의를 적극 환영합니다. 조속한 추모일 지정과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 작업을 요구합니다.

1. 우리는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청원 운동에 나섭니다.

1. 우리는 남과 북, 조총련과 민단이 함께, 양심적 일본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2021년 10월 19일

(가나다순)
강우일 (주교/전 제주교구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성희 (김용중 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수옥 (우사 김규식연구회 회장)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
김정륙 (광복회 사무총장)
김학민 (오석 김혁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전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명  진 (평화의 길 이사장)
박만규 (흥사단 이사장)                                
서  승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송인동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윤석산 (동학역사문화선양회 이사장/한양대 명예교수)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임재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
장영달 (몽양 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지  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차영조 (독립유공자유족회 부회장)
채수일 (경동교회 담임목사/전 한신대학교 총장)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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