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장관은 선상에서 '조강! 평화의 꿈이 오고가는 곳, 겨레의 삶이 다시 살아나리라'라는 문구를 적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인영 장관은 선상에서 '조강! 평화의 꿈이 오고가는 곳, 겨레의 삶이 다시 살아나리라'라는 문구를 적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강화대교 3km를 북상해 한강하구 중립수역인 조강(祖江) 입구까지 민간선박이 자유 항행하는 '2021 평화의 물길열기 염하수로 항행' 행사가 13일 오전 진행됐다.

김포시 대명항을 출발한 40톤급 선박은 염하(鹽河)수로를 거쳐 강화대교 위 중립수역 500미터 앞까지 왕복 32km를 3시간에 걸쳐 항행했다.

남북은 2018년 9월 19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고 같은 해 11월 5일에서 12월 9일까지 공동 수로조사를 진행함으로써 민간선박 항행을 위한 토대는 마련했지만 본격적인 항행을 위해 보다 정밀한 수로조사 등이 필요한 상황.

이번 시범항행을 계기로 육지의 DMZ 평화둘레길과 같은 서해 한강하구 평화의 물길이 열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인영 장관은 탑승에 앞서 김포 함상공원 운봉함 선상에서 열린 기념식 인사말을 통해 "이곳 한강하구는 말 그대로 공동구역, 중립수역으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대북제재의 유연한 적용을 모색하는 등 남북 협력을 구상해 나가는 데 있어 새로운 접근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열린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한강하구에서의 협력을 포함한 그동안의 남북간의 합의 사항을 더욱 다각적으로 이행하는 길로 함께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지난 4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만큼 이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촉구했다.

앞으로의 구상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도 군사적인 긴장이 엄존하는 곳이기 때문에 9.19 군사합의의 연장선에서 남북이 만나 추가로 남은 과제들을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서 한강하구가 좀 더 평화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만들고 더 발전시켜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포 함상공원 운봉함 선상에서 열린 기념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포 함상공원 운봉함 선상에서 열린 기념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번 시범항행 중에는 정현채 김포시사 편찬위원과 이시우 사진가가 조강, 염하수로, 손돌목, 정전협정과 한강하구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로 한국전쟁 이후 잊혀진 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한강하구를 일컫는 조강(祖江)은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이 만나 다시 서해로 빠지는 중심에 있는 중립수역을 말한다. 

김포에서 조강에 이르는 염하(鹽河)수로는 강처럼 보이지만 '소금강'이라는 뜻과 같이 사실은 바다이다.

병인양요때 프랑스인들이 이곳까지 들어와 전투를 벌인 후 자기들의 지도에 표현한 것을 이듬해 일본이 강화도조약을 맺으면서 프랑스지도의 표현을 빌어다 쓴 것이라고 한다.

구 강화대교 아래 있는 초소를 기준으로 어로한계선이 설정되어 있고 어촌계에 소속된 허가받은 고깃배들이 새우와 물고기 등을 잡고 있다.

강화쪽으로는 보이지 않는 철조망이 김포쪽으로는 바닷가를 따라 쭉 펼쳐져 있다.

정전협정 13조 1항에는 정전 3개월 이내에 모든 지뢰, 철조망, 폭발물을 제거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 철조망은 1968년 12월 24일 문산지역에 처음으로 미군들이 설치했다가 1970년부터 한강하구에 만들어졌다. 베트남전쟁 중 북위 17도선을 관리하기 위한 미국의 발상에 의해 그저 한꺼번에 적용되어 버린 것. 정전협정 위반이고 한국의 의지도 아니었다.

앞으로 민간선박들이 자유항행을 할 수 있게 되면 우선 김포쪽에 설치된 철조망을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깃배 외에 유람선이 제1순위이고 준설선, 남북교역에 이용될 화물선도 공동수역을 누비게 되는 게 이들의 희망이다.

정현채 편찬위원은 "전라도와 제주도, 평택, 일본에서 마포로 통하던 삼남수로의 역할을 했던 이곳에서 매월 한번씩 물길을 열어서 오늘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상 해설하는 이시우 사진가. 뒷편 구 강화대교 아래 초소를 기점으로 어로한계선이 정해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선상 해설하는 이시우 사진가. 뒷편 구 강화대교 아래 초소를 기점으로 어로한계선이 정해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시우 작가는 정전협정 1조5항에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것 처럼 한강하구는 민간선박의 항해가 허용된 곳이라고 하면서 9.19 군사합의 이행을 위한 법률 제정을 통해 정전협정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전협정은 우리가 서명주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따르고 협조해 온 과정이었지만 70여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현실과 잘 맞지 않는 상황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상상을 하면서 법적 뒷받침을 해 나가야 할 상황이라는 것.

정전협정 부속합의서에 따르면, 한강하구에는 부표를 띄울 수 없고 선박간 연락통신을 할 수 없으며, 물건을 이동시킬 수도 없고, 사람이 옮겨 타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지난 9.19군사합의에 따라 수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빨간색 부표를 띄워 남북이 만나고 통신하고 물건도, 사람도 옮겨다닌 사례를 꼽았다.

유엔사가 한강하구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다보니 그동안 어쩔 수 없이 따르긴 했지만 남북이 합의하니까 실제로 교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9.19 합의문과 군사합의서는 다른 합의와 달리 국무회의 비준을 받아 발효되었으니 앞으로 한강하구법 등 합의 이행을 위한 법률을 실질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빨간 부표가 떠 있는 조강 중립수역. 새들이 건너편 북녘 산하로 거리낌없이 날아다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빨간 부표가 떠 있는 조강 중립수역. 새들이 건너편 북녘 산하로 거리낌없이 날아다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앞서 남북은 지난 2007년 10.4남북정상선언에서 한강하구의 공동이용을 합의했으나, 실질적 전기는 2018년 9.19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마련됐다.

남북은 9.19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김포반도 동북쪽 끝점으로부터 교동도 서남쪽 끝점까지, 북측의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로부터 황해남도 연안군 해남리까지 70km에 이르는 한강(임진강) 하구 수역'을 공동이용 수역으로 설정하고 공동운영을 위한 규칙과 교류협력 관련 군사적 보장 대책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항행에는 74인승 선박 1척(40톤급)에 이인영 통일부장관, 김만기 국방부 정책실장, 장하영 김포시장과 시의회 의장, 박상혁·김주영 지역구 국회의원 등 49명의 인원이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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