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일, 지난달 27일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의 의미를 규정하고 이달 중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남측에 압박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대남 담화를 통해 통신선 복원에 대해 “단절됐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시켜놓은 것 뿐”이라고 그 의미를 제한하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면서도 “나는 분명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사실상 남측더러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시키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김 부부장의 대남 메시지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는 이 발판이 된 7.27 통신선 복원의 의미를 살펴야 합니다.

지난해 6월 9일 북측이 대북전단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연락 채널을 끊은 지 거의 14개월 만에 전격 복원된 남북 통신선은 사실 연결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선(線)이 연결됐다는 것은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물리적 연결’만이 아니라 ‘정치적 함의’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통신선 복원은 남측의 지속적인 요구를 북측이 받아들였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가 그렇듯이 이번 복원의 경우도 북측의 의도가 중요합니다.

김 부부장의 대남 담화는 선차적인 통신선 복원 이후 북측 의도의 일부가 일찍 나온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직설적인 화법이기에 남측에 부담감을 주는 것입니다. 게다가 언제부턴가 남측에서 ‘김여정 하명(下命)’이라는 말이 나도는 판에 이번에도 김 부부장이 ‘훈련 중단’을 콕 찍었으니 남측이 난감해졌습니다. 남측은 김 부부장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더라도 훈련 중단을 위해 묘책을 짜내야 할 판이었는데, 미리 치고 나오니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분명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남북 대화 재개와 북미 관계 복원의 요체입니다. 그런데 남측이 훈련 중단을 위해 움직이자니 ‘김여정 하명’을 의식해야 하고, 하지 말자니 모처럼 복원된 통신선으로부터 시작될 남북 관계 개선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를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대책이 있습니다. 김 부부장이 남측을 향해 훈련 중단을 요구한 모양이지만 사실은 미국 측을 의식한 것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북측의 남북 통신선 복원은 남측과의 관계 개선의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미 훈련 자체도 미국 주도임은 불문가지입니다. 따라서 김 부부장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는 미국을 향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남측의 역할이 무용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남측도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원하는 만큼 한미 훈련 중단을 원할 테니 그에 걸 맞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으며 실제로 트럼프 재임 시 훈련이 중단되거나 축소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지금 미국과의 대화 채널이 없기 때문에,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직방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에 남측을 향해 그것도 공개적인 담화를 통해 에돌려 미국 측에 촉구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순간 공은 미국 측에 떨어졌습니다. 마침 미국도 북한에 대화를 제안해 놓은 상태입니다.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을 한국과 합의 하에 결정한다고 항상 말해왔기에, 이번에도 그런 모양새를 취하면 됩니다. 즉, 미국이 주도해 한국과 합의해 중단한다고 하면 됩니다. 트럼프 때 몇 번이고 중단한 한미 훈련이니 이번에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미국도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미국이 스스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하는 것이 동맹국인 한국을 배려하고 일단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68주년인 7월 27일 오전 10시에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은, 그 역사적인 일시(日時)를 상기시키면서 이처럼 질기게도 미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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