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의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축구가 막 끝날 즈음인 지난달 29일 오전 북방한계선(NLL)
남쪽 연평도 부근에서 발생한 남북한 해군 사이의 교전은 우리를 당혹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세계 4강과 붉은 악마, 길거리 응원 등 월드컵에서의 열광과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그 모든 것들을 한방에 날려보내겠다는 듯이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된 것이다. 열탕에서 급
냉탕에 빠진 격이다. 그리하여 급기야는 2일 한편에서는 서해교전의 진상과 공방, 책임론이
계속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광화문에서 `월드컵 성공 국민대축제 대∼한민국`이 열리는
기이한 두 가지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과 같았던 월드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절제되겠지만 문제는 서해교전이다. 먼
저, 우리는 다른 모든 것은 제쳐놓더라도 이번 서해교전과 그로 인한 불행한 사태의 정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건 발단에 대한 주장이 남북한 정부당국에서 서로 상반되
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놓고 남측은 `북한의 기습공격에 의한 무력 도발`
로 규정하고 있으며, 북한은 `남측의 선제공격에 따른 자위적 조치`라고 공식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연평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우리 어선의 월선으로 발생한 우
발적 사고`라는 증언이 잇따르는 등 남측 군 당국의 발표와 차이가 나고 있다. 따라서 군 당
국은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들이 더 나오고 만에 하나 사태가 달리 전개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의 진상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리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본다

순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심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를 `북한의 무력 도발`로 당연
시하고는 이를 빌미로 해 마치 전쟁불사까지 외치며 떠드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다. 우리
군에 피해가 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아군측의 피해에 대해 `아군이 당했
다`는 시각에서 왜 북측 경비정을 격추시키지 못했냐는 듯이 따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역으로 1999년 연평해전에서는 북측의 피해가 컸었다. 서로가 당했다거나 완승했다거나 하
는 식으로 보면 이러한 형태의 교전은 늘 발생할 소지가 많다. 그 연장선에서 교전규칙 개
정 얘기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는 그 발상부터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선제공격을 가
능케 하기 위해 교전규칙을 수정한다는 것은 무력충돌 방지에 그 목적이 있는 교전규칙의
본래 취지에 어긋날 뿐 아이라 자칫 확전을 부를 소지가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남북한
공멸을 의미할 뿐이다.

사실, 서해교전이 벌어진 지역은 남북 대치지역 가운데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지역에는 남북한의 해군기지가 즐비하며 미사일과
해안포로 무장되어 있어, 육상의 비무장지대보다 더 긴장된 `분쟁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리고 국가운영과 전쟁수행 등은 냉철한 이성에 의해 판단해야지 흥분한 상태이거나 보복
심리로 나서면 대사를 그르치기 십상인 법이다. 더구나 상대는 같은 민족이다. 외세에 의해
분단된 채 지금 일정한 순간 남북이 대치해 있지만 결국엔 한 형제이자 통일의 파트너인 것
이다.

따라서 지금 서해교전과 그로 인한 불행한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일상으로 돌아
가 평상심을 되찾는 것이다. 그리하여 상황적으로는 서해교전 이전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
이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가져온 햇볕정책은 유지돼야 하며, 평화사업인 금강산관광을 향
한 유람선은 떠 다녀야 하고, 기왕에 약속한 남북간 교류도 진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 들어 사실상 처음 열릴 예정인 북미대화도 당연히 진행되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
만 일상으로 돌아가 평상심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에 확연히 드러났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정전협정에 의한 준전시상태임을 잊지 않고 또 북방한계선(NLL)이 남
측만의 주장으로서 국제법상으로 효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이러한 상황
들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해군 전사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부상자들이 조속한 시일에 쾌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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