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이시우

 

목 차

1) 들어가며                        3) 이행법
   1. 요소와 관계                    1. 남북합의서와의 관계
   2. 순서                                2. 유엔사와의 관계

2) 남북합의서                     4) 유엔사관할권배제
  1. 이행법과의 관계               1. 남북합의서와의 관계
  2. 유엔사와의 관계               2. 이행법과의 관계

 

[자료사진 - 통일뉴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은 남북합의서와 이행법률, 유엔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 들어가며

1. 요소와 관계

2020년 10월 전해철의원에 의해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비무장지대법)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1989년 9월 11일 한국정부가 제안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비무장지대내 평화구역, 평화시를 천명하고 19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 제12조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문제’가 합의된 이래, 30년 만에 국내법안이 발의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9.19남북합의서의 비준·발효에 근거한 이행법률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비무장지대에 대한 평화적 이용을 하기 위해서는 유엔사의 관할권을 배제해야 한다.

유엔사관할권배제·남북합의서발효·이행법률제정 간에는 마치 사법개혁의 3대 필수조건인 공수처-검경수사권분리-검찰개혁 같은 필연적 연관관계가 존재한다. 이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모두 실패하고 3개 모두 성공해도 상호작용관계를 만들지 못하면 그때에도 실패한다. 각 요소의 자립성도 충족해야 하고 요소간의 관계성도 충족해야 한다. 닭이 중심이 되든, 달걀이 중심이 되든 알에서 병아리가 태어나려면 달걀 밖에서 쪼는 어미닭의 노력과 달걀 안에서 부화하는 알의 노력이 완벽히 합치될 때만 줄탁동기啐啄同機의 기적이 일어난다. 이 세 개의 요소 중 어떤 요소가 앞에 서고 뒤에 서든 각 요소의 자립성과 상호작용이 줄탁동기해야 한다는 점엔 변화가 없다.

보수적 국제법학자 제성호는 2006년 논문에서 비무장지대평화지대화를 위한 세가지 조건을 제시했다.1)

1. 유엔사-북한군조치
2. 남북한간의 조치
3. 국내법 제정

이는 비록 보수학자의 견해이지만 사태에 대한 거의 정확한 인식을 담고 있다. 또한 보수세력을 설득할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중 두 번째 조건인 9.19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가 비준·발효되었고 그 이행법률로 세 번째 조건인 「비무장지대의보전 및 평화적이용에관한법률」이 발의되었다. 제성호가 가칭으로 제시한 법률명이 「비무장지대의관리 및 평화적이용에관한법률」인데 공교롭게도 지금 발의된 법률명과 한 단어만 다르다. “관리”가 “보전”으로 바뀐 것이다. 이 법을 야당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세 개의 조건 중 첫 번째 조건인 유엔사문제만 남는다. 제성호는 유엔사-북한군간 조치를 강조했지만 북한군은 9.19합의 이후 과정에서 유엔사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에 이는 유엔사-남한정부간 조치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 조치란 곧 유엔사관할권배제이다. 제성호 역시 논문의 결론에서는 유엔사관할권의 한국정부로의 이양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엔사-북한군간 조치는 본질적으로 유엔사-남한정부간 조치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경의선철도·도로 연결사업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엔사는 구체적인 평화적 이용사업추진을 위한 대북협상권을 한국정부에 위임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남북한은 DMZ의 평화적 이용사업을 직접 협의·실천할 수 있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감안할 때 우리정부는 ‘일정한 지역과 목적사업’에 한해서는 북한군과의 협상권(DMZ 일부구역 개방 협상권)을 사전에 유엔사로부터 부분환수(이양)받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DMZ의 평화적 이용사업과 관련해서 상당범위의 대북협상권을 사전에 환수 받지 못할 경우에는 종전과 같이 건별로 유엔사와의 협의를 거쳐 DMZ내 일부구역개방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야 하며, 이에 관한 기본적 합의도출을 위한 대북협상을 유엔사측에 요청해야 한다. 이후에 다시 유엔사로부터 DMZ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세부적인 대북협상권을 위임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금 DMZ남측지역에 부설 혹은 건설되어 있는 경의선철도 및 관련 도로에서 한국정부가 행사하는 권한은 ‘관리권’(Administration)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러한 권한을 관할권(jurisdiction)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사가 우리측에게 관할권을 이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2)

유엔사관할권배제와 남북합의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지금은 시차가 발생했고 남북합의서와 그 이행법률을 이용하여 유엔사문제를 푸는 순서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중 어느 하나만 결여되어도 모두 작동을 정지하기에 각자는 서로를 향하여 상호작용하며 그를 통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하나하나의 조건이 제대로 충족되어 있어야 상호작용시 제대로 기능할 수 있기에 세 가지 요소의 자립조건을 우선 살펴보고, 다른 요소와의 상호작용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자.

2. 순서

이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방법에 대해 두 가지 경로를 참고할 수 있다. 첫째 경로는 1954년 38선 이북 지역에 대한 유엔사의 행정권이양 경로이다. 당시 이승만은 미국정부와의 협상과정과 동시에 수복지구조치법제정을 병행했고 또한 동시에 행정권을 넘어 주권환수캠페인을 국회와 언론을 통해 벌인바 있다. 무엇보다 38선 이북 지구로의 주민이주가 결론적으로 유엔사가 감당하기 힘든 행정수요의 폭발을 초래했다. 이 당시엔 남북합의서란 요소가 작동하지 않았다. 물론 이승만정권의 타협으로 행정권환수에 만족해야했지만 이같은 동시타결전략은 가능만하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둘째 경로는 7.4남북공동성명의 경로이다. 최초의 남북합의서가 채택되자 북한은 이를 동력으로 유엔회원국도 아닌 상황에서 몇 년 뒤 유엔사해체결의를 이끌어냈다. 이때는 남이나 북이나 남북합의서에 따른 국내이행법률을 마련하지 못했기에 이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의 경우엔 7.4남북공동성명처럼 남북합의서가 먼저 채택되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이행할 국내법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렇다면 남북합의서비준-국내법제정을 기반으로 유엔사관할권배제를 해결하는 순서가 적절한 경로가 될 것이다. 이 경우 남북합의서이행법률은 남북합의서의 법적지위를 공고히 하고, 유엔사관할권배제를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며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만들어내야 할 당위가 있다. 물론 국내법제정 전에 유엔으로 문제를 가져가 유엔사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경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기선 전자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2) 남북합의서

2018년 6월 7일 문대통령이 국회에 「판문점선언」의 비준동의를 촉구한 바 있다. 법의 안정성, 국민적 지지의 확보, 정치적 차원에서도 국회비준동의는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은 비용추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그 뒤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에 대해서 대통령은 국회비준동의를 요청하지 않았다. 「평양공동선언」은 합의문에 비준절차를 따로 명시하지 않았고 「군사합의서」는 ‘각자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그 문본을 교환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두 문서는 「남북합의서 24호」와 「남북합의서 25호」로 명명되어 2018년 10월 29일 마지막 공포절차인 대한민국전자관보 게재를 통해 효력이 발생했다.

한국헌법은 조약의 국내법적 효력(제6조1항),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하는 조약의 유형(제60조1항), 대통령의 조약체결비준권(제73조)등 3가지 조약관련규정을 두고 있다.3) 남북합의서비준은 국가간의 조약과 구별하여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 22조에 따라 “국회의 동의 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남북합의서는 ‘법령등 공포에 관한 법률’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공포”할 수 있기에 국회동의 대신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비준을 거쳐 공포한 것이다.

남북합의서비준에 따라 유엔사의 비무장지대·한강하구관할권을 배제하고 남북공동관할권을 수립할 수 있는 결정적 문서가 발효된 것이다. 이는 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부터 9.19남북합의서까지, 그 법적의미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발효되지 못한 남북합의서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4) 이를 근거로 우리는 비무장지대와 한강하구등에서 우리의 법적 관할권을 수립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되었다. 물론 정치적 결단이 가장 중요하지만 법적 형식으로 이러한 목적을 지향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중요한 점은 이 두 개의 9.19남북합의서가 국내법적 효력이 있음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논점을 살펴보자.

첫째 조약인가 아닌가의 여부이다.

‘국민의 힘’에서는 판문점선언을 비롯 이 두 개의 9.19남북합의서에 대해 한국헌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기에 조약체결능력이 없고, 따라서 조약이 아니라고 반론하고 있다. 북한헌법이 한국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한국헌법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것은 어쨌든 사실이다. 그러나 설령 국내법에 의해 북한의 국가성이 부정된다 해도, 그리하여 분단국이나 교전단체라 해도 비엔나조약법에 의하면 조약체결능력을 갖는데 문제가 없다.5)

북한은 국제법적으로 국가로 승인되어 조약체결능력을 갖고 있으며 국제법질서를 창설할 의사와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북은 쌍방관계를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민족내부의 특수관계로 합의했기에 조약 대신 남북합의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남북합의서의 비준발효절차는 남북관계발전법 21조에 규정하고 있어 법적효력을 갖는 근거를 충족한다. 절차의 충족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남북합의서란 명칭에도 불구하고 조약적 성격과 효력을 갖는다는 것에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이는 헌법6조1항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조건을 충족한다. 따라서 명칭이 조약이건 남북합의서건 국내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둘째, 법적효력이 인정된다면 어느 위계에 속하는가의 여부이다. 헌법6조는 조약만이 아니라 일반적 국제법규가 공포되어 발효되었다면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명시했을 뿐 그 위계를 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기존의 다수의견과 사법부·헌재의 판단은 이렇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의미는 국회의 동의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동의를 얻은 조약은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고, 동의를 얻지 않은 조약은 ‘명령’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6)

만약 국회동의 없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체결·공포하는 조약에 대하여 법률과 같은 효력을 부여하게 되면, 이는 곧 국회의 관여 없이 대통령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므로 헌법상 권력분립원칙과 국회입법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동의 없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체결·비준·공포한 조약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단독으로 제정할 수 있는 명령(법규명령, 혹은 시행령)과 같은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9.19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공포에 의한 발효가 명령이 아니라 법률적 효력을 가지려면 이 견해가 탄핵되어야 한다.

우선 조약을 명령으로까지 격하시켜 보는 견해는 우리나라가 이례적이다.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국제법에 근거한 조약을 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는 헌법보다는 하위이나 법률보다는 상위의 효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는 연방정부가 체결한 조약은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본다.7)

더구나 남북합의서에 적용되는 남북관계발전법제21조 제3항에서는 국회가 동의권을 가진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헌법 제60조 제1항과 같이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헌법 제60조 제1항의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경우 정부는 조약체결 전, 또는 조약체결과 동시에 국회의 동의를 얻거나 또는 국내의 관련법령을 미리 정비하고 국회동의 없이 조약을 체결하거나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단순히 기계적으로 국회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동의조약에 대해 법률이 아닌 명령의 효력만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왜냐하면 조약체결·비준 전에 관련법령을 정비(제・개정)했다면 조약비준에 의해 국회입법권이 제약될 수는 있지만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령으로서의 효력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조약체결의 전 과정과 관행을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약의 내용과 경중도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동의여부를 기준으로 조약효력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국내법적 효력의 차별은 국제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헌법에 근거하여 국회동의를 요하는 조약과 그렇지 않은 조약을 구분하고 있으나, 국제법적으로는 국회동의여부에 관계없이 체결·비준된 조약은 모두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공포시에도 조약이라는 단일의 형식으로 공포된다. 조약의 준거법인 비엔나조약법도 체결된 조약에 대하여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어디에도 국내에서의 절차에 따라 법률이나 명령으로 효력을 달리한다는 규정은 없다.

또한 입법적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국회동의를 거쳐 조약을 비준·발효한 이후에 지엽적인 사항을 국회동의 없이 개정하는 경우, 조약 내에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부분과 명령의 효력을 가지는 부분이 병존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제법적으로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은 국내의 헌법과 충돌하지 않는 한 국내법적으로도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야 한다.

국제법상 조약은 국제법 주체간의 권리・의무관계 창설에 관한 합의라고 볼 수 있으므로 국회의 동의여하를 떠나 모두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9.19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가 법률로서의 효력을 갖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심지어 판문점선언이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비준·공포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국제법상의 실례로서, 1972년에 동・서독 간에 국회비동의 조약으로 기본조약을 체결하였으나, 양국에서는 법률로서의 지위를 갖고 시행된 적이 있다. 결국 국회의 동의는 법적효력의 정당성의 근거로서 작동할 뿐 조약자체의 효력을 증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9.19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는 명령이 아닌 법률의 효력을 갖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셋째는 국회동의 시기 여부이다.

남북합의서의 국회동의 시기와 관련하여 헌법 제60조 및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제3항에서는 국회동의를 언급하고 있을 뿐 그 시기에 대해서는 특정하고 있지 않다.8) 판문점선언의 경우, 서명과 함께 비준을 거쳐 발효되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보면, 서명 후 비준 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복잡한 남북관계의 정세와 국가안보상 기밀의 유지가 요구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약발효 이후의 사후동의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헌법상 조약체결권은 근본적으로 내각에 일임되어 있는데, 내각의 사무범위를 열거한 제73조는 3항에서 ‘조약의 체결’을 그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단지, 사전에, 시의에 따라서는 사후에 국회의 승인을 거칠 것을 필요로 한다.’9)라고 국회의 승인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승인은 동의와 같은 표현으로 간주된다.10) 일본헌법은 체결만을 명시했을 뿐 비준을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천황의 공포로 발효된다. 그런데 국회체결동의 시기를 체결이후로도 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사후동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사후동의제도가 있다. 미국은 국회비준동의를 조건으로 하는 조약과 행정부협정을 구분하고 있다.11) 예를들면 오바마행정부는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파리협정과 이란의 핵동결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을 행정부협정으로 분류함으로써 국회비준동의절차를 우회하였다. 이같은 상황을 견제하기 위해 미의회는 1972년 8월 22일 “조약 외 국제협정에 대해 체결60일 이내에 국회송부를 요구하는 법”(소위 케이스-자블로키 법 the Case-Zablocki Act)을 통과시켰다. 이에 의해 미 국무부의 「Circular 175」는 발효 후 60일 이내에 국회로 송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12) 국회사후동의절차인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도 조약이 발효된 이후에 국회의 동의를 받은 사례가 있다.13) 국회비준동의가 절실히 필요하다면 비준·공포 후에 받아도 법적하자가 없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의 실천이 긴급하고 절실하다면 국회사후동의절차도 가능한 것이다. 다만 여당이 의결정족수 과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이 어느 때보다 국회비준동의를 얻을 수 있는 적기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1. 이행법률과의 관계

이러한 결론에 비추어 9.19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는 국내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의 성격을 갖고 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그렇다면 신법·특별법우선의 원칙에 의거하여 비무장지대·한강하구에 대한 유엔사의 관할권을 배제하고 남북공동관할권과 한국관할권을 재정립할 수 있다. 9.19남북합의서는 비무장지대법·한강하구법·서해5도법만이 아닌 많은 이행법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모두를 아우르는 기본법과 분야별 집행법까지 신속히 제정·개정되어야 한다. 집행법률에 이어 시행령과 지방정부조례까지 구체화되면 이 지역에 대한 법적관할권과 주권이 회복된다. 이는 행정수요의 증가와 폭발을 초래할 것이며 군사조직인 유엔사가 이를 감당할 순 없게 된다.

2. 유엔사와의 관계

정부여당과 진보언론, 진보인사 일부는 비무장지대통과와 관련하여 유엔사의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자는 정도의 대안만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비무장지대 일부 혹은 전부에 대한 유엔사관할권을 배제·환수받아야 한다. 현 정부는 9.19남북합의서발효를 통해 유엔사관할권을 배제·환수로 나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정전협정은 한국이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입장에서는 아무런 법적의무를 창출하지 않는다. 한국에 있어 정전협정은 부존재하는 것이다.14) 그럼에도 정전협정을 준수해온 것은 정전체제를 관리할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19남북군사합의서비준을 통해 남북정전협정 성격을 갖는 법적 문서를 갖게 되었다. 불성립했을 뿐만 아니라 무효화된 북미정전협정과 달리 남북군사합의서는 신법이고 법률적 효력을 갖게 되었기에 기존의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우리는 9.19남북합의서라는 법전을 들고 유엔사관할권을 배제·환수해야한다.
 

3) 이행법

현재 비무장지대법안이 국회계류중이다. 서해5도지원법개정안은 통과·발효되었고 한강하구법은 법안마련 중이다. 이중 발의된 비무장지대법을 중심으로 남북합의서이행법에 대해 검토해보자.

첫째, 이 법은 비무장지대에 대해 유엔사의 관할권주장을 직접 부정하진 않았지만 그 대신 한국의 법적관할권을 수립함으로서 주권을 확인하는 효과를 갖는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북측비무장지대법을 특별히 따로 제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권의 제약이 특별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한의 입장에서는 주권의 제약을 넘어 침해가 존재하는 지역이기에 특별법의 창설·제정이 요구된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이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정한 합의가 존재해 왔다. 따라서 남북한의 법제정요구를 비교추론해 보면 이 법의 제정목적이 뚜렷해진다.

김태헌 검사는 그의 논문에서 비무장지대 출입시 불이익이나 피해가 발생하여도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논증한 적이 있다. 그 중 정부가 비무장지대에 대한 입법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입법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고 한바 있다.15)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려면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비무장지대법을 발의함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자임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전향적인 조치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다른 법률에의 우선성을 규정하여 기본법적 성격을 확실히 한 점이나, 비무장지대평화이용위원회에 의결권까지 부여함으로서 통일부장관의 자문기구적 성격을 극복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진전이다.

둘째, 그러나 이 법안은 비무장지대 전체에 대한 남한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흠결이 있다. 이장희는 비무장지대를 통치(imperium)는 군사정전위가, 영유(dominium)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하는 지역이라고 한바 있다.16) 그러나 9.19남북합의서의 발효로 이제 통치의 주체는 군사정전위가 아닌 남북군사공동위원회로 대체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쌍방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 따라서 북측비무장지대를 북이 관할하는 지역으로, 남측비무장지대를 남이 관할하는 지역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9.19남북합의서 이행을 위해 남북이 합의·협력하는 협치(Coimperium)공간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도 아니면 명칭은 비무장지대라고 표기하지만 사실상으로는 남측비무장지대라고 정의하거나 또는 북과의 협력을 전제하지 않는 경우는 남측비무장지대를 의미한다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북측의 관할권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셈이 되어 오히려 갈등을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비무장지대규정이 이 법안의 가장 큰 오류이다.

셋째, 이러한 문제점이 보완된다면, 그리하여 남북공동관할권이 전제된다면 비무장지대법안과 한강하구법안을 병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남북공동관할권을 전제하면 비무장지대와 한강하구는 관리구역의 차이에 불과해진다. 그럼에도 한강하구의 특성에 대해서는 고찰이 필요하다.

자연과 인간이 관계 맺는 형태에 따라 대지와 하천의 속성이 다르게 규정될 필요는 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산맥이 아닌 산경에 의거해 제작되었는데 산은 사람의 생활과 문화를 가르고 강은 모은다는 사상에 기반하고 있었다. 헤겔에 의하면 ‘하천은 근세에 있어서는 자연적 경계를 이루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하천은 결코 자연적 경계가 아니고 그것은 해양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인간을 결합시키는 것’17)이라고 한다. 헤겔은 여기서 산업과 상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산업은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영리를 초월하여 토지라든가 시민적 생활의 제한된 범위에 고착하지 않고 개척·모험의 요소를 드러내기에 이른다. 그렇게 하여 산업은 더 나아가서 이 결합의 최대의 매개인 해양에 의해 먼 나라들을 교통시키고 계약발생의 법률관계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교통 안에 동시에 최대의 문화매개가 발견되고 상업은 그 세계사적 의의를 발견하는 것이다.

물방아를 돌리기 위하여 끊임없이 수류를 이용하는 것은 일정량의 물을 점유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량의 자연력적 기초, 즉 수류 그 자체를 점유하려고 하는 것이다.18) 강을 배타적 점유대상으로 하여 일방이 댐을 세우는 순간 수류의 흐름자체가 소멸된다. 그 점에서 평화의 댐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된다. 피히테의 자연법이론은 공동관할권, 공동주권의 원리를 설명하는 원리를 마련해준다.

“농민은 그의 토지 그 자체, 즉 ‘실체’에 대해서는 권리를 가지지 않고 오직 토지생산물의 ‘우유성偶有性’에 대한 권리를 가질 뿐이다. 그러므로 자기의 가축을 위하여 목초를 먹일 권리를 가지는 경우 이외에는 자기가 수확한 후에 그 토지에서 타인이 가축에게 풀을 먹이는 것을 금할 권리는 없다”19)

경제적 권리의 연장으로서 주권을 대입해 보면 강은 주권간의 분리보다는 결합의 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육지의 비무장지대보다 남북공동관할권, 연합주권, 연방주권의 발전가능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넷째, 단계의 설정

비무장지대법은 정전협정과 평화협정, 통일조약의 단계를 명시적으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법률의 명칭에서 보듯 비무장지대는 정전협정의 규정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평화지대로 그 명칭이 변화될 것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법은 현 단계의 한계와 미래지향적 당위를 구분하여 정전협정단계에서 평화협정을 준비하는 성격을 내용으로 해야할 것이다. 비무장지대 남북공동관할권은 쌍방의 영역관할권을 인정하고 협치를 발전시켜, 평화협정에 의해 평화지대로 바뀔 시 연합적 주권을 형성하고, 통일조약체결에 의해 연방주권을 형성하는 과도기적, 이행적 공동관할권이 되어야 할 것이다.

1. 남북합의서와의 관계

이행법률은 「판문점선언」 국회비준동의를 생략하는 적극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민의 힘은 남북합의서가 국회동의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의를 거부하기에 여당은 두 가지 방향으로 대응해왔다. 국회동의대상이 된다는 입증20)과 국회비동의대상이라는 입증이다. 대통령이 판문점선언의 국회비준동의를 약속했을 때는 전자를, 9.19남북합의서를 국회동의 없이 비준·공포했을 때는 후자의 논리를 내세웠다.

남북관계발전법 21조에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할 남북합의서를 두 가지 경우만 열거하고 있다. 중대한 재정부담과 입법사항이다. 일반조약에 대해서는 헌법60조에서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 일곱 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즉 판문점선언의 국회비준동의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만을 통과하면 되는 것이다. ‘재정부담’에 대해 살펴보면 ‘10.4 남북정상공동선언’의 국회비준여부가 문제될 당시, 법제처는 10·4선언은 국가나 국민에 대한 재정부담의 여부, 규모 및 방법을 확정할 수 없고, 입법사항의 여부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회동의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하였다. 그러나 그해 10·4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총리회담합의서 등 3개 합의서에 대해서는 사업내용이 확정적이고 통일부가 소요재원 2200억원을 반영해 국회심의의뢰 중이었으므로 남북관계발전법 21조3항에 따른 ‘중대한 재정적 부담’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 하였다.21)

또 앞서 언급한 ‘입법사항’문제가 있다.

이 두 조건이 충족되어야 국회비준동의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거꾸로 역이용할 수도 있다. 서해5도법개정에 이어 비무장지대법·한강하구법등을 먼저 제정하는 것이다. 남북합의서발효를 전제로 이들 법률이 제정되는 것임이 명확하게 드러난 상태에서 국회가 법률안을 의결하면 여하튼 법률은 확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된다. 그럼 이미 입법이 이루어진 상태이고 재정도 법률에 분산되어 부담된 상태이므로 국회가 판문점선언비준동의를 위한 조건이 충족된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국회동의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하여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게 된다. 재정부담과 입법사항이 모두 충족되어 국회비준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 및 관행에 따라, 정부는 조약의 체결·비준 추진단계에서 관련 법률의 제정·개정이 이루어지도록 한 후 국회동의 절차없이 단독으로 조약을 체결·비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비준 후 입법이 아니라 입법 후 비준으로 국회동의절차를 생략하는 방법이라 하겠다. 참고로 관련 법률을 미리 제정하여 국회동의를 받지 않고 조약을 체결·비준한 대표적 사례는 「오존층 보호를 위한 비엔나 협약」(조약 제1089호, 1992. 5. 27. 발효) 및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조약 제1090호 1992. 5. 27. 발효)등이 있다.

이를 위해 법안 전문이나 6조 2항 4목. ‘남북간 협력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판문점선언」이행을 위한 사항’이라고 수정하면 판문점선언비준을 전제하기에 이 법률의 통과를 통해 「판문점선언」비준동의절차를 생략하는 조건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법률에 비준을 포함하는 조항을 둠으로서 차후에 국회비준동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유엔사와의 관계

이 법안은 유엔사가 주장하는 관할권에 대해 병존·경쟁·충돌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 예상된다. 유엔사관할권에 대한 대립물이 생겼다는 것은 모순이 객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발전의 조건이다. 이 법안 제15조 ① ‘정부는…비무장지대를 출입하거나 물품·장비의 반입·출입이 필요한 경우, 관련절차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관계기관은 유엔사를 의미하므로 “하여야 한다”로 의무화하면 정부의 책임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유엔사를 허가주체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엔사관할권을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이 최선이나 이를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할 수 있다”로 하여 의무가 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4) 유엔사관할권배제

정부와 여당은 비무장지대통과문제에 대해 정전협정의 군사적 성격을 강조하며 비군사적활동에 대해서는 허가할 것과,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신고제는 새로운 대안이 아니라 이미 2002년부터 남북관리구역에 대해 유엔사가 상황에 따라 실시해온 제도이다. 이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취소될 수 있는 제도임이 입증되었다. 새로운 대안이 아니라 낡은 관행인 것이다. 이에 제성호를 비롯 일각에서는 유엔사의 관할권이양을 주장한다.

그러나 유엔사의 한국영토일부에 대한 관할권은 부존재한다. 1950년 10월12일 언커크준비위결정인 38선이북지역에 대한 유엔사로의 통치권위임결정은 유엔헌장상 법적근거가 없어 불성립하며 설사 위임을 인정한다 해도 그것은 언커크가 한국에 도착한 11월 26일까지의 임시적 위임에 불과했다.22)

다음으로 정전협정에 근거하여 유엔사가 비무장지대·한강하구·서해5도에 대한 관할권주장을 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전협정을 체결한 적이 없기에 법이 불성립한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유엔사에 비무장지대관할권을 이양하거나 위임해 준 적이 없다.23)

따라서 유엔사관할권은 이양·환수의 대상이 아니라 배제·금지의 대상이다. 70여년간 유엔사가 관할권을 행사해 와서 우리가 그것에 익숙해졌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유엔사관할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마치 기상청에서 날마다 ‘해뜨는 시각’을 예보하는 것이 제도화되어 익숙해 졌기에 해는 지구를 돌며 뜨고 지고를 반복한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믿는다고 해서, 모든 제도가 그런 믿음을 불편없이 뒷받침한다고 해서 지동설이 부정되진 않는다.

하지만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상식의 오류도 수용할 수 있기에 배제든 이양이든 무슨 말을 써도 비무장지대·한강하구·서해5도에 한국관할권을 재정립하면 된다. 관할권배제는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부분에서 전체로 확대될 수도 있고, 일시에 일괄하여 정립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전자의 길을 따라 쉬운 지역부터 어려운 지역으로 유엔사관할권을 배제 또는 중지시키고 관할권을 정립한다면 그 순서는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첫째, 유엔사관할권이 실효적으로 배제된 지역:

유엔사의 관할권주장지역 중 이미 한국정부에 의해 실효적으로 관할권이 정립되어 전시나 위기시가 아니고서는 유엔사도 관할권주장을 다시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우선 38선 이북(경기연천-강원양양 이북)지역이다. 점령통치권을 주장하는 유엔사로부터 행정권만을 이양받고 잔여주권이 이양되지 않았지만 지금 유엔사는 이 지역에 점령통치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

다음으로는 서해5도 지역이다. 서해5도의 인접해면이 아닌 섬 부분에 대해서는 정전협정에 의해 유엔사의 군사통제하에 있다. 군사통제란 점령을 상정하지만 이 지역 역시 유엔사관할권이 실질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대신 한국관할권이 실효적으로 정립되어 있다. 이들 실효적 배제지역에 대해 한국정부가 법 형식적으로 배제를 선언하거나 환수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둘째, 유엔사관할권과 한국주권이 충돌하는 지역:

한국국민이 거주하거나 이동하는 지역임에도 유엔사관할권이 작용하고 있는 지역으로 한국주권과 갈등·충돌하는 지역이다. 우선 비무장지대 내 유일한 거주지역인 대성동마을이 이에 속한다. 대성동에 대한 유엔사규정은 한국주권을 제약하며 1962년 박정희정부에 의해 행정권을 이양받으려던 시도가 실패한 지역이다. 그러나 주민민원의 증가로 유엔사규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완화되었다. 이는 거주민의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유엔사의 내부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다음으로 군인들이 근무하는 GP초소가 있다. 이들의 가장 심각한 갈등은 합참교전규칙과 유엔사교전규칙의 충돌이다. 유엔사교전규칙을 배제하고 합참교전규칙을 정립함으로서 정전시작전통제권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9.19남북군사합의서가 정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당당한 주체가 될 수 있다.

또 다음으로 거주하진 않지만 관광, 견학 목적으로 수많은 내외국민이 출입·이동하는 안보견학장(전망대)과 남북간 육지통로인 경의선·동해선 남북관리구역이 있다. 고성, 양구, 철원, 파주등의 전망대는 정전협정 지도상으로는 비무장지대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유엔사안보견학장운영규정과 이를 집행하는 군, 위탁경영하는 지방정부에 의해 운영된다. 유엔사가 현장을 통제·장악할 수도, 할 능력도 없기에 한국 행정력이 실효적으로 관철되고 있지만 유엔사규정에 의해 유엔사관할권의 지배를 받고 있다.

남북관리구역에 대해서는 유엔사의 촘촘한 관리규정과 인력배치가 이루어져 있다. 남북관리구역 통과시 유엔사와의 충돌이 잦은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민원증가를 이유로 유엔사관할권의 배제를 선언하거나 협상을 통해 포기나 양보를 이끌어내 환수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부에서 판문점견학 신청기간을 보름에서 3일로 단축시키는 양보를 이끌어낸 바 있는데 이같은 시도를 끝없이 실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유엔사관할권이 주권을 실효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지역:

위 지역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무장지대·한강하구지역이다. 이곳은 사람의 거주는 물론 이동도 없는 곳이다. 행정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유엔사가 통치부담없이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미래의 계획이지만 이들 비무장지대일부지역이 될 평화지대, 평화공원, 평화시 건설이나 한강하구 내 무인도인 유도의 평화섬 건설, 한강하구 저조선과 강안사이 100m공간의 항구·포구 건설등은 유엔사관할권과 한국주권의 충돌이 예견되는 곳이다. 미래의 행정수요증가로 인한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한국의 법적관할권이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1. 남북합의서와의 관계

9.19군사합의서는 남북정전협정의 성격을 갖고 있다. 북미정전협정에 대해서는 한국정부의 법적의무가 불성립하는 것과 달리 9.19남북군사합의서는 비준되어 국내법적효력을 갖게 됨으로서 유엔사의 허구적관할권행사를 배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물론 남북합의서와 유엔사를 갈등관계로만 볼 필요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계기로 75년 유엔사해체결의까지 진행된 역사에서 보듯이 관점에 따라 남북합의서는 국제적으로 유엔사의 존립근거를 부정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임은 사실이다.

2. 이행법과의 관계

비무장지대법·한강하구법·서해5도법등 해당지역을 총괄하는 기본법이 제정·개정되면 그를 세부적으로 집행할 지역별·분야별 집행법과 지방정부조례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지역구분의 순서에 따라 대성동마을법, 안보견학장법, 합참교전규칙, 한강하구 평화섬 조례, 한강하구 갯벌의 평화적 이용 조례 등 구체적 요구를 앞세워 다양한 집행법이 만들어진다면 한국의 법적 관할권은 견고하게 확대될 것이다. 이 단계에서 유엔사는 유엔사규정의 개정 등으로 대응하며 연명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법과 유엔사규정이 병존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모호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세부적 집행법의 확대와 더불어 기본법의 전면실행을 위한 유엔사와의 일괄타결이 병행추진되어야 한다.

전작권 환수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94년 이미 환수받은 정전시작전권에 불과한 정전협정관리업무를 아직도 이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1954년 38선이북행정권이양 당시와 비교하면, 미국에 원조를 구걸하기 위해 유엔사의 최종적관할권환수를 포기할 필요도 없고, 유엔총회에서 유엔사해체결의가 통과되어 외교적 명분도 뚜렷하며, 평작권에 이어 전작권 환수 중에 있으며, 유엔사 자신이 주권침해라고 인식할 만한 행동을 해왔기에 유엔사의 약점이 누적된 상황이다. 이는 우리정부가 신고제-유엔사관할권배제-유엔사정전시작전권환수-유엔사해체에 이르는 폭넓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승만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자부심과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

미국에게 9.19남북합의서를 제시하면서 북미정전협정을 대체할 신협정의 창설을 통보하고, 비무장지대법·한강하구법을 제시하면서 한국주권의 재정립을 통보하며 유엔사관할권 배제선언이나 환수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의 조례를 제시하면서 지방자치권의 재정립을 통보하며 유엔사관할권 배제선언이나 환수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직능단체 등의 비무장지대·한강하구에 대한 행정수요가 폭발하면 유엔사가 이를 감당할 수 없기에 유엔사관할권 배제·환수는 가속화될 것이다. 54년 행정권이양시 이승만정부가 사용했던 경로를 응용하는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비무장지대법·한강하구법은 이러한 요소를 충족시킴으로서 남북합의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유엔사관할권을 배제·환수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내용이 수정·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 가지 요소가 자립성을 충족하고 상호작용할 때만 비무장지대와 한강하구에서의 주권이 재정립될 수 있다. 남북합의서법적지위의 공고화 - 국내이행법률 제·개정 – 유엔사관할권배제·환수는 삼위일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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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성호, 「DMZ의 평화적 이용에 따른 법적문제」, 『法曹』Vol.55 No.11, (법조협회 2006)

2) 제성호, 「DMZ의 평화적 이용에 따른 법적문제」, 『法曹』Vol.55 No.11, (법조협회 2006), p.155

3) 최서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살펴본 ‘4.27판문점선언’의 법적성격」, 『法學硏究』Vol.22 No.1, (인하대학교법학연구소 2019), p.633

4) 1971년 9월 29일 ‘남북적십자회담 제2차 예비회담 합의사항’을 시작으로 하여, 2018년 12월 14일까지 체결된 남북합의서와 공동보도문은 모두 258개(남북합의서 168개, 공동보도문 90개)에 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는 남북합의서 중 8개의 합의서만을 ‘주요남북합의서’로 구별해놓고 있다.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체결된 4개의 경협합의서(4대 남북경협합의서)는 ‘조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4대 남북경협합의서의 경우에는 2000년 12월 16일 제4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서명되어 2003년 6월 30일 ‘국회의 동의’를 받아, 같은 해 8월 20일 남북 간 발표통지문을 교환함으로써 정식으로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북한도 2002년 7월 2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4개의 경협합의서에 대한 채택결정을 내렸다.(이효원, 『통일법의 이해』, (박영사, 2018), pp.105-106; 김소연, 「남북합의서의 법적 성격과 효력-기존 남북합의서의 분석과 이에 기초한 향후 남북 간 합의의 발전방향」, 公法硏究』Vol.47 No.4, (한국공법학회 2019), pp.145, 160)

5) 제성호는 남한이 북한과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국제법상 북한을 ‘교전단체에 준하는 지방적 사실상의 정권’ 또는 ‘분단국 구성체’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역시 조약체결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한이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국제법상 조약체결권자인 북한과는 조약체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성호, 「남북합의서에 대한 국내법적 효력부여 문제」, 『법조』통권 제571호, (법조협회, 2004. 4), pp.64-68

6) 서울고등법원 2006. 7. 27. 선고 2006토1 판결. 헌재 2001. 9. 27. 선고 2000헌바20 결정. 헌재 2001. 3. 21. 선고 99헌마139 등 결정, 헌재 2013. 11. 28. 선고 2012헌마166 결정, 대법원 1986. 7. 22. 선고 82다카1372 판결,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다30184 판결 등이 같은 취지이다.

7) 김유철, 「조약체결·이행 절차에 관한 의회-행정부 간 권한확보 경쟁-조약유형의 분류 및 국회동의권행사에 대한 비교연구를 중심으로」, 『21세기정치학회보』Vol.29 No.1, (21세기정치학회, 2019), pp.52-60 참조 

8) 관행은 서명 후 비준 전 동의이다. ‘국가의 기속적 동의의 표시가 비준행위로써 완료되는 조약의 경우에는 국회의 동의는 서명 후 비준 전에 행하게 되며, 서명만을 요하는 조약의 경우에는 그 체결에 대한 사후동의의 성격이 되겠습니다(후자의 경우에는 대개 그 조약에 국내절차 완료 사실을 당사국간 서로 통보함으로써 당해 조약이 발효된다는 조항이 있음).’ 『알기 쉬운 조약업무』, (외교통상부, 2006), p.38

9) 「일본국헌법」, (세계법제정보센터, 법제처 법령정보관리원) (http://world.moleg.go.kr 2021년 5월 24일 검색) 

10) 다자조약의 경우 승인을 동의가 아닌 비준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승인은 주로 다자조약에 대한 국가의 기속적 동의 표시의 한 방법으로 비교적 근래에 와서 일반화된 개념입니다. 조약의 원서명자로서 수락이나 승인을 행하는 경우와 조약의 원서명자가 아닌 국가가 수락이나 승인을 행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 데, “수락의 조건하에” 또는 “승인의 조건하에” 서명한 후 행하는 전자의 경우는 “비준” 그리고 해당 조약 채택시 서명을 하지 않았던 국가가 후에 행하는 수락이나 승인은 “가입”과 각각 동일한 의미와 효과를 지닙니다.’ 『알기 쉬운 조약업무』, (외교통상부, 2006), pp.80-81

11) 미국이 대외적으로 맺는 국제협정은 1.조약 2.의회행정협정 3.순수 행정협정 또는 조약 위임에 따른 행정협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중 조약과 의회행정협정은 의회의 승인절차를 거치게 된다. 먼저 조약은 헌법 제2조 2절 2항에 따라 상원 2/3 이상의 동의로 체결된 국제협정을 의미한다. 의회행정부협정의 경우 협상체결 등의 신속한 진행 등 여러 사정이 인정되어 양원의 단순과반수에 의한 사전·사후 동의 등 간소화된 동의절차만을 밟는 행정협정을 일컫는다.

12) 그러나 대통령이 이러한 공개가 미국의 국익에 손상을 입힌다고 판단할 경우 의회에 송부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상원외교위원회 및 하원국제관계위원회에는 적절한 기밀엄수조치와 함께 송부되어야 하며, 이러한 조치는 대통령의 고지에 의해서만 해제될 수 있다. 김용훈, 「대통령의 조약체결권한에 대한 국회의 바람직한 권한 행사를 위한 법제 전략-미국의 경험을 중심으로」, 『法學硏究』 Vol.26 No.3, (경상대학교법학연구소, 2018), p.54

13) 정인섭, 『신국제법강의-이론과 사례』, (박영사, 2017), p.386

14) 이시우, 「유엔사와 정전협정의 법적지위 부존재 (2)」, (통일뉴스, 2021,1,21), 참조.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002

15) 김태헌, 「유엔사의 DMZ와 MDL통과허가권에 대한 법적 검토」, 『통일과 법률』제39호, (2019년 8월), p.82

16) 이장희, 「세계화와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법적 기본문제」, 『사회과학논총』제10집, (1995), p.221

17) 헤겔, 이동춘 역, 『법의 철학』(후편), (서울: 박영사, 1979 초판), p.129

18) 헤겔, 이동춘 역, 『법의 철학』(전편), (서울: 박영사, 1983 중판), p.167

19) 피히테, 『자연법의 기초』 (Grundlage des Naturreschts nach Prinz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6), 19절 A

20) 이에 관한 대표적 논자로는 이장희, 「남북기본합의서의 법적성격과 실천방안」, 『국제법학회논총』제43권, (대한국제법학회, 1998), pp.233-235

21) 최서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살펴본 ‘4.27판문점선언’의 법적성격」, 『法學硏究』Vol.22 No.1, (인하대학교법학연구소 2019), p.633

22) 이시우, 「유엔사와 정전협정의 법적지위 부존재 (1)」, (통일뉴스, 2021,1,20), 참조.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989

23) 1954년 11월 17일 한미합의의사록 2항에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유엔사에 이양한다고 했으나 이는 군사분야 작전권이지 한국영토일부인 비무장지대에 대한 법적관할권이나, 주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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