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성노예(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우리 법원이 21일 각하 판결을 해 사실상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 우리 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 준 것과 정반대의 판결이 내려지자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민성철)는 이날 일본 제국의 성노예 강제 동원에 한 국가의 주권행위를 다른 나라에서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론’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대체적 권리 구제가 이뤄진 것임을 내세워 각하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고인이 된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것.

그러나 지난 1월 1차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12명에게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일본의 불법 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두 가지 다른 판결을 내린 셈이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이날 규탄 성명을 통해 “실로 참담하다”며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고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저버린 오늘의 판결을 역사는 부끄럽게 기록할 것이며 동북아 인권사를 후퇴시킨 민성철 재판장의 이름 또한 수치스럽게 기억될 것”이라고 강력 성토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항소하여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법원에 진실과 정의에 입각해 판단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고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군성노예제라는 반인도적 범죄행위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며, 올바른 역사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일본국에 면죄부를 준 이번 판결에 대해서 우리는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그 책임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떠넘기고 최후의 인권의 보루로서 사법부의 책임을 방기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은 “재판부가 굳이 2015한일합의를 대체적인 권리구제 수단으로 보고, 국가면제 법리 채택의 주요 근거로 제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제인권조약이나, 국가면제 이론에 도전하는 각 국가의 판결을 무시하고, 이미 내려진 결론에 짜 맞추기 위해 편향된 판결을 하였다”고 지적하고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것이 우리 헌법질서에 명백히 반함에도 그러한 법리를 재판규범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늘 나온 판결은 헌법의 요청사항에 반하고 시대적으로도 국제인권법의 발전에 부합하지 않은 판결로써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피해자들과 의논하여 빠른 시일 내에 항소 절차로 나아갈 것이고,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인권회복과 역사정의 실현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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