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업이 남측 기업을 상대로 밀린 무역대금을 갚으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 소송을 기각했다. 북측의 위임을 받은 소송신청인 김한신 G한신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5.24조치로 인해 남북 기업이 공동으로 겪는 고통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 기업이 남측기업을 상대로 밀린 무역대금을 갚으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6일 이 소송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김춘수 부장판사는 6일 오전 북한의 대남 민간경협 담당 기구인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과 명지총회사가 남측 한0실업, 한0화학공업, 성0에프앤씨 등 4개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물품 대금 납부 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기각결정을 내렸다.

북측 대남기구와 기업이 한국 법원에 제기한 사상 초유의 재판은 여러 쟁점이 있었으나 재판부는 판결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민경련의 위임을 받아 소송을 신청한 김한신 (주)G-한신 대표는 이날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서 원고측에게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기각 결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북측 위임자와 접촉이 중단된 상황이어서 자료 제출이 쉽지 않았다"며,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대금지급을 받지 못했다는 북측 입장과 중개인인 중국기업을 통해 이미 대금을 지급했다는 남측 기업의 입장이 엇갈린다는 것.

북측 민경련 산하 명지총회사는 지난 2010년 한0실업 등과 맺은 북한산 아연 공급계약에 따라 아연 2,600여t(약 600만달러, 67억원)을 공급했으나 이중 53억원의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2019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가족경영을 하고 있는 한0실업 등 피고측은 중개인인 중국기업을 통해 이미 대금을 지급했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피고는 대금지급을 다 했다고 주장하는데, 민경련이 원하는 계좌로 송금을 해야 했지만 중개인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을 했다고 주장해 평행선을 긋고 있다. 민경련은 대금을 받지 않았으니 배달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고측이 처음에는 5.24조치 때문에 직접 송금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중개인을 통해 보냈다는 주장을 했다며, 말이 안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당시에도 5.24이전에 받은 물건에 대한 송금은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북측기업에 대금을 직접 보낼 수 있었고 당연히 유엔제재 사안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소송신청인을 통해 제출을 요청한 서류도 이같은 정황을 명확히 입증하라는 것이었으나 북측과 접촉 불발로 서류제출이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민경련이 지정한 계좌를 통해 물건 대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법적 판단이 분명해질 수 있는 일인데, 그걸 못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김 대표는 2010년 이미 아연이 한국에 도착한 상태에서 5.24조치가 발표되어 대금송금이 지연되었으며, 이후 10년동안 남북간 접촉이 안되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부 열린 공간에서 북측으로부터 위임을 받게 된 것이라고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또 "남북간에 상사분쟁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관계도 10년간 중단되다 보니 법적 소송외에 다른 해결방법을 찾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 5.24조치로 인해 남과 북의 기업들이 이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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