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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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
‎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
‎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
‎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
‎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북쪽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물고기의 이름은 ‘곤’이다. 곤의 둘레의 치수는 몇 천 리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그것은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은 ‘붕’이다. 붕의 등은 몇 천 리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로 컸다. 붕이 가슴에 바람을 가득 넣고 날 때, 그의 양 날개는 하늘에 걸린 구름 같았다. 그 새는 바다가 움직일 때 남쪽바다로 여행하려고 마음먹었다.〔......〕참새가 대붕이 나는 것을 비웃으며 말했다. “저 놈은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나는 뛰어서 위로 날며, 수십 길에 이르기 전에 숲 풀 사이에서 날개를 퍼덕거린다. 그것이 우리가 날 수 있는 가장 높은 것인데, 그는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 장자, 『장자』에서

 

코로나 19가 창궐하기 시작할 때 독일에 미술 공부하러 간 큰 아이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독일은 선진국 아냐? 국가 브랜드 1등이라는데, 잘 막아내겠지.’

그러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독일...... 서구의 ‘선진국’들이 코로나 19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걸 보며 ‘헉! 아니 어찌 저럴 수 있는 거야?’ 경악했다.

큰 아이는 코로나 19 팬데믹 직전에, 전국적인 축제가 있었다고 했다. ‘아! 어릴 적부터 인문학을 철저히 공부한다는 그들이 공동체의 위기 앞에서 저리도 자기 절제를 못한단 말인가!’

그들은 규제하는 정부에 대항하여 데모까지 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나는 신음했다. ‘저게 자유란 말인가!’ ‘프랑스 대혁명의 자유가 저거란 말인가?’

장자의 소요유 편에는 대붕과 참새의 자유가 나온다.

대붕은 양 날개가 하늘에 걸린 구름 같이 크기 때문에 바다가 움직여야 남쪽바다로 날아갈 수 있다.

바다의 태풍을 기다리며 웅크려 있는 대붕을 보며 참새는 대붕을 비웃는다. “저 놈은 어디로 가려고 생각하는가? 나는 뛰어서 위로 날며, 수십 길에 이르기 전에 숲 풀 사이에서 날개를 퍼덕거린다.”

이 가지 저 가지 위를 포롱 포로롱 신나게 나는 참새로서는 몸집이 몇 천 리 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큰 대붕은 참으로 미련하고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누가 대자유를 누릴까? 이 세상을 소요하듯이 신명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언뜻 보면 참새가 자유로워 보인다.

그런데 우리 눈에 집, 직장, 술집, 피시방, 콜라텍, 룸싸롱, 동창회, 동호회, 산, 바다, 골프장, 관광지...... 들을 포록 포로록 쏘다니는 참새들이 행복해 보이는가?

참새는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간다. 자신의 몸만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에,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역사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심이 없다. 자신의 몸이 가는 곳이 그의 전 세계다.

대붕은 우주의 이치, 세상의 이치대로 살아간다. 바람에 몸을 실어 바람의 힘으로 멀리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 그때 그의 몸과 마음은 얼마나 깊은 평온을 느낄까? 우주와 하나가 된 몸과 마음. 물론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힘들다.

하지만 이치에 몸을 싣는 게 습관이 되면 그는 조금도 구속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세상사의 이치니까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죽음이 와도 그게 삼라만상의 이치니까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석가모니는 참새로 살다가 대자유를 위해 야밤에 왕궁을 탈출한다. 오랜 고행과 명상 끝에 새벽별을 보다 대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해탈, 무엇에도 걸림이 없는 대자유.

그는 너무나 깊은 행복감에 젖어 그대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일어나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그 당시의 절대 권력 브라만과 싸우며, 중생의 대자유를 위해 일생을 바친다.

참새의 삶은 어떤가? 행복에 겨워 쏘다니듯이 보이는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진정한 행복이 느껴지는가?

하늘(이치)에 순응하는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늘에 거역하는 힘들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프랑스 시민들의 자유는 절대 권력을 쥔 왕을 참수하면서 얻은 것이다.

지금의 절대 권력은 누구에게 있을까? 자본이다. 시민사회, 국가 위에 군림하는 거대한 세계적인 자본들.

자본의 따뜻한 품안에서 자유를 외치는 소위 선진국 시민들.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참새가 느끼는 허상의 자유다.

김수영 시인은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노고지리가 자유롭다고 노래하는 어느 시인을 질타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김수영,《푸른 하늘을》부분

 

자유는 우리를 구속하는 일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 시대의 절대 권력, 자본과 싸우지 않는 자유주의자들은 다 거짓이다.

자본이 코로나 19를 불러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들이 온존하는 한, 코로나 19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우리가 사라질 때까지 우리 앞에 나타날 테니까.

 

 

고석근 시인 약력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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