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멸치1g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경주시 월성핵발전소 전체 부지 내 방사능계측을 위한 우물과 관련시설에서 관리 기준보다 18배 높은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MBC 보도에 핵공학자라는 사람의 단순계산식에 의해 소환된 멸치와 바나나는 영문도 모른 채 방사성물질로 하마평에 한동안 오르내렸다.

월성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연간 삼중수소 피폭량이 멸치 1g을 먹었을 때 섭취되는 칼륨의 양 0.3~0.6마이크로시버트(μSv)로 자연방사성물질 섭취 수준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핵공학자의 말에 원소주기율이 회자되고 멸치, 바나나의 칼륨(정확히 칼륨40)이 자연방사성물질임을 전 국민이 알게 되었다.

지난 1월 8일 월성핵발전소 삼중수소 관련 MBC보도는 관리기준 보다 18배가 넘는 고도의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가 나와서는 안 될 장소에서 발견되었고, 삼중수소 누출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아직 확인조차 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또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삼중수소 검출사실 또한 익명의 제보로 환경단체에 의해 외부로 알려져 10년간 쉬쉬해온 사실이 문제였음을 지적하는 보도였다.

멸치 핵공학자는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며 본질을 흐리는데는 성공한 듯하다. 월성1호기 영구폐쇄의 경제성 저평가라는 감사원 의견으로 탈핵정책을 뒤집으려 안간힘을 써 온 핵마피아계에게 월성핵발전소 소내에서 발견된 전국 평균치 900배 이상의 방사성물질 검출 보도는 악재였을 테니 말이다.

멸치 핵공학자의 말마따나 멸치와 바나나에 함유된 자연계 방사성 물질인 칼륨은 이온화되어 있는 물질로 체내로 들어오더라도 10여일 돌아다니다가 빠져나간다. 그러나 삼중수소의 인체 내 거동을 다룬 연구 유엔과학위원회 보고서(2016년)에 따르면 체내 유입된 삼중수소는 대개 98~100%정도가 배설되고 약0~2%가 인체의 조직과 결합하는데 이것이 바로 유기결합삼중수소이다.

반핵의사회 박찬호운영위원은 1월 20일자 탈핵신문 기고문에서 삼중수소가 인체 내의 유기물과 결합하는 순간, 우리는 붕괴가 발생하지 바라는 것 외에는 방사선 피폭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탄식한다. 내부피폭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과학자의 말과 글은 진실성과 성실성에 기반 해야 한다.
멸치 핵공학자의 말과 글은 비과학과 희화화로 흘렀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몸담은 과학계에 누를 끼쳤다.

전 원자력안전위원이며 의학자인 김익중 교수는 삼중수소는 인체에 들어오면 핵종전환을 일으키는 위험한 방사성물질이라고 단언한다.

고무줄처럼 나라와 시기에 따라 줄었다 늘었다하는 기준치도 믿을 수 없지만 방사능물질 양에 정비례해서 인체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 팩트다.

방사성물질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무시해도 좋거나 자연계에 있어서 인체에 무해한 것이 아니다. 기준치는 핵마피아들의 정치적 용어일 뿐 방사선 노출 0과 2~3이 받는 영향은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내부피폭으로 이어질 때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배가되니 말이다.

월성핵발전소 인근주민들 100%가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어 충격을 받은 주민들은 6년이 넘도록 이주대책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집 걸러 암, 백혈병 환자가 발생해도 원인을 주민 스스로 밝히라며 정부와 한수원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2020년 6월 23일 한수원에서 작성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 보고서에 덕(?)에 기준치 타령을 하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민간조사단을 꾸려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더 큰 걱정은 지금도 쉬쉬하며 존재하는 ‘위험’이다.
언제까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핵발전소 안전문제를 내부고발이라는 우연에 기댈 것인가? 고양이가 언제 스스로 방울을 달던가 말이다.

핵발전소는 오늘도 요행을 바라며 돌아간다.
삼중수소가 지하수로, 토양으로 스며들지 않았기만을 바랄뿐이다.
하루살이 같은 하루를 살아낸다.

 

이태옥 원불교환경연대 사업단장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자연도 인간도, 우주도...

한낱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꾼다.

에코아나키스트가 꿈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통일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