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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의 조지 부시 2세의 승리로 끝나면서 향후 미국의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정책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반도는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이후 급격한 질서 재편기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 대북강경정책을 주장해온 부시의 당선으로 적지 않은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또한 대선과 동시에 실시된 상하원 선거에서도 우위를 유지할 것이 확실해 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되었다.

외교문제가 미국 국내 현안보다 대선국면에서 이슈화되지 못하고 부시 역시 구체적인 외교정책을 밝히지 않아 차기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부시와 공화당은 그 동안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고, 최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급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 부시와 공화당의 이러한 대북정책 비판이 대선과 상하원 선거를 앞둔 시기에 표를 의식한 선거용인데다가 마땅한 정책적인 대안이 없어 한반도 정책에 대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한반도 정책은 미국의 외교정책의 전체에서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국대의 이철기 교수(국제관계학과)는 "공화당 내에 94년 제네바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페리 프로세스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법인데, 부시 당선자와 공화당이 힘에 의한 해결을 시도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김대중 정부의 확고한 대북화해협력 의지이다.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한반도의 화해 기류를 차기 미국 정부도 쉽게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한다.

미중관계 전문가인 정재호 교수(서울대 외교학과)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하여 부시 시대의 미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레이건이 대선 공약으로 수교한 지 1년도 안된 중국과 단교하고 대만과 복교하겠다고 했으나,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부시의 강경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강한 군대, 강한 미군`을 내세우고 있는 공화당의 성향을 감안할 때 미중관계가 갈등 관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이것이 한반도에 갖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지만 부시의 당선과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 의석 유지는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권 교체기에 접어든 미국은 북미관계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하고 94년 제네바 합의이후 이렇다할 약속 이행을 하지 않은 미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불신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김대중 정부의 온건노선과 차기 미국 정부의 강경노선이 부딪칠 경우 한미관계도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특히 군산복합체와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는 공화당 정부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강행할 경우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는 냉전시대로 뒷걸음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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