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오(명덕고등학교 교사)


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통일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개 경제적인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북한은 못 살잖아요", " 왜 우리도 어려운데 북한 퍼주기 해요", "하나가 되면 더 가난해 진다고 하는데 그것이 싫어요", "지금도 괜찮은데 통일해서 무엇해요"

아이들이 스스로 경제적인 문제를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어렴풋이 들어서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설명을 하며 이것이 통일교육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에 대한 두터운, 너무 두터운 벽을 느끼곤 하였다.

Ⅱ.
요즘 수업시간에는 위정척사와 개화사상 그리고 동학사상을 가르친다. 아이들과 함께 강의식 수업방식을 자유토론식 수업으로 바꿔 우리를 들뜨게 하고 있는 월드컵의 상황과 함께 맞추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민족 자주성을 장점으로, 봉건의 한계를 가진 위정척사를 한 축, 그 반대축에 실용성·현실성을 장점으로 사대의 한계를 가진 개화사상을, 이 두 축의 통일로서 인간존중, 만민평등사상에 기반한 반봉건, 반제국주의의 동학이라는 구도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에다가 현재의 축구상황을 연결해 보자고 하니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위정척사(단점) :  학연·지연 구조, 낙후된 축구 시설, 폐쇄적인 축구행정
개화사상(단점) :  현실과 동떨어진 훈련 체계, 알맹이 없는 모방, 서구문화에 대한 피해의식
동학사상(장점) :  폭넓은 선수 기용, 일관성 있는 체력향상 , 초지일관한 훈련,
          현실에 대한 정확한 문제해결 능력, 선수들간의 끈끈한 관계 유지
 
기가 나서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자신의 의견을 쏟아 낸다.  답답하기만 했던 모습을 벗어나 완전히 바뀐 상태로 다가온 축구를 서로 색다른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끄럽지만 즐거운 수업시간도 다 있구나! 흔하지 않은 수업 분위기에 새삼 놀란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 자! 그러면 통일문제를 한번 위에 적용시켜 볼까요?"
일단 기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아이들의 입담은 그칠 줄 모른다.

위정척사     :  수구주의, 반공주의, 봉건주의, 폐쇄주의,
개화사상     :  분단주의, 이기주의, 긴장조성, 사대주의,
동학사상     :  동포주의, 평화주의, 박애주의, 평등주의,

아이들의 지적은 참 신선하고 날카롭다.  


새로운 가능성.
아이들이 살아나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 있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한다. 마음껏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면서 축제 분위기를 맛보고 있다.  48년만의 1승, 역시 16강의 의미도 없다.  이제는 우승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나의 사고를 한창 뛰어 넘어 간다. 정말로 결승에 나간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경기를 본다. 우리가 부족하다는 피해의식은 애시당초 없고 자신감만이 남아 있다. 그러한 분위기가 상승되어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워 주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참가하여 축구 경기를 할 때마다 이미 마음속으로 패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경기를 보았다. 이미 진 게임이라는 고정된 가치관속에서 꺼져가는 촛불과 같은 심정으로 일말의 선전만을 기대하면서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역시 1승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떠들고.....

왜 몰랐을까?
자신감은 "절대 안된다"에서 "하면 된다"의 신화를 만들 수 있음을.
혼연일체 일심동체의 모습은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또한  빨간 셔츠를 보면서 빨갱이를 생각하는, 일단 피해의식을 가지고 보는 나와는 한참 다르다. 그래서 미래는 희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불만스러운 것은 기존의 가치관으로 따라오지 않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오히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하나됨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 아닐까?
 
신명과 파격, 아우성과 하나됨의 축제.
다름의 차이와 함께 같은 것으로의 동질감을 갖는 것, 붉은 색깔의 미학을 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념의 허구를 다시금 깊이 느껴볼 수 있었다.  
그렇다.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통일은 안된다에서 된다의 자신감으로
통일은 한참 있어야 된다에서 지금 바로 된다의 긍정으로
통일은 우리겨레의 소원이라는 확신감으로
여기서 남북한의 하나됨을 그려본다.

오~ 필승 코리아
오~ 하나 코리아
오~ 통일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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