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평화네트워크 자문위원)


`동맹`인가, `종속`인가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물 새듯 엄청난 국부가 미국무기에 흘러가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이제 무기도입, 특히 미국으로부터 직구매하는 살상무기들이 국가안보를 증진한다는데 대해 의심의 눈길을 준다.

몇몇 네티즌이 이 문제에 대한 필자의 주장에 격한 반론을 보내왔으므로 오늘은 길더라도 세심하게 이 문제를 짚고 가자.

일본에서 생산되는 한 근에 40만원 하는 돼지고기는 몹시 비싼 사료를 먹고 하루종일 어떠한 움직임도 하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놓은 돼지로부터 나온다. 이렇게 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지방분이 근육 곳곳에 골고루 퍼진다. 한국군의 현실이 바로 그렇다.

미국으로부터 비싼 무기로 사육되고 진짜 필요한 군사기능은 `비효율`이라는 지방분 때문에 제대로 크지도 못했다. 미국의 군수업체에 요리하기 좋은 한국군은 정상적 기능이 갖춰진 현대화된 선진군이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길들여지고 중독되어 잉여물자를 처분하기 좋은 한국군이다.

먼저 정보와 탄약에 있어서의 대미 종속이 초래한 오늘의 국방 현실에서 미국제 무기도입은 어쩔 수 없다는 사고방식이 문제다.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 그렇게 미국 없이 기본전력의 유지조차 불가능한 국방이라면 북한에 비해 2배의 군비를 지출하고 있는 한국군이 지난 30년 간 `기본병기의 국산화`로부터 시작한 자주국방 정책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것이 지방질로 뭉쳐진 한국군의 비효율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탄약문제의 경우, 이번 F-X사업에서 F-15K가 많이 쓸 수 있다는 탄약은 기총사격 수준의 재래식 탄약에 불과하며, 이 때문에 탄약을 근거로 `상호운용성`을 내세워 미국제 전투기를 선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난 호에서 지적한 바 있다.

물론 필자는 탄약 전문가가 아니고 군 출신도 아니기 때문에 무장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면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이 나왔느냐하면, 필자와 똑같은 주장을 공군 `F-X시험평가단`이 국방부에 보고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년 초로 기억하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국방부가 전투기 해외시험평가 및 결과 보고서 작성에 공군의 자율성을 대폭 인정했을 때다. F-15K에 대한 국방부의 외압이 본격적으로 행사된 시점은 그 이후인 작년 5월부터다.

당시 공군 시험평가단은 국방부에 "F-15K용으로만 쓸 수 있는 주한미군의 전쟁비축탄(WRSA)은 (기총사격 수준의) 일반탄약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요지로 보고했다. 이 때문에 공군 시험평가 결과 보고서에서도 무장능력의 경우 F-15K는 보통+, 라팔의 경우 우수-로 평가되었다.

만일 미군의 전쟁비축탄이 전투기에 있어서 `임무의 결정적 요소`로 평가되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 리 없지 않은가. 또한 기총탄종 외에 "나머지 일반폭탄은 F-15K, 유럽기종 모두 장착 가능하다"는 보고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국제 탄약을 쓸 수 있는 F-15K전투기가 무장에서 우수하다는 국방부 주장은 매우 궁색한 것이다.

문제는 F-15K전투기가 더 많이 쓸 수 있다는 미군의 전쟁비축탄이 `제공권 장악`이나 `핵심목표 타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바로 필자 주장의 요체다. 말하자면 이 미군탄약 15종이 바로 F-15K의 `지방분`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또 하나, MLRS(다연장로켓)의 경우를 보자. 애초 이 사업은 중기국방계획에도 없던 사업임에도 윤용남씨가 육군 총장 시절에 미국 화력시범을 보고 나서 독단적으로, 불법적으로 예산에 반영시킨 사업이다. 멀리는 이진삼 육군 총장 시절에 군 소요에 반영되어 있었으나 성능상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중기국방계획에서 삭제되었다.

`사막의 비`라는 이 무기가 그처럼 중요한 무기라면 기존에 이미 구경이 좁은 다연장로켓을 국산화하여 운용한 경험이 있는 한국군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227mm 다연장로켓을 국산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육군 4성장군 한 명의 독단 때문에 이 무기가 `조기전력화`사업으로 둔갑하여 별안간 나타나더니, 미국에서 직구매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 때문에 9억불 어치의 탄약 구매는 불가피해졌다.


미국 탄약이 교체한 한국형 전차 주포
  
또 하나 본인에게 쏟아진 반론 중에 한국형 전차 주포개량사업, 즉 K-1전차의 주포를 105mm에서 120mm로 교체하는 것이 미국 120mm 전차포 탄약구매를 위한 것이라는 게 허위주장이라는 것이다.

실상을 보자. 120mm 잉여포탄이 미국 내에서 발생한 것은 1995년, 미 국방부가 120mm 포탄의 탄심이 `감손 우라늄`으로 되어있던 것을 `텅스텐 합금`으로 교체하면서, 120mm 포탄이 해외수출 금지목록에서 해제된 것이 그 계기다. 이 때문에 미국 내 2개 병기창에 120mm 포탄이 일제히 해외수출용으로 바뀌었으며, 이것은 클린턴 정부 당시 가장 많이 발생한 전쟁 잉여물자 중 하나다. 게다가 당시에는 유럽에서 대규모로 미군 기갑전력이 감축되면서 잉여물자의 규모는 더욱 늘어났다. 이것은 당시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므로 여기에서 자세히 설명할 여유는 없다.

다만 풍산금속에서 납품한다는 120mm 포탄 생산방식에 그 비밀이 있다. 풍산이 공급한다는 120mm 포탄은 순수 국산품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기술도입 생산` 방식으로 도입한 것이며, 그나마도 전량 풍산의 제품으로 포탄을 조달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풍산의 120mm 탄약 생산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처음에는 국방부가 미국에서 전량 수입하려고 하다가 국내업체의 납품 의사에 따라 마지못해 일부 조달을 허용해 준 것에 불과하다.

이런 것들이 바로 미국이 한국군을 사육하는 비결이다. 앞서 말한 전차포 개량사업은 한 때 군 내에서도 그 효용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어 애초 목표로 한 4백대가 아니라 190대로 대상물량이 축소되었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이 자리에서는 밝힐 수 없는 매우 집요한 정치권과 군에 대한 로비와 압력이 있었음을 밝혀둔다.


사육되는 한국군

그러면 미국 자산인 탄약이 없으면 일주일간 전쟁을 할 수 없는 한국군, 정보의 태반을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군이 과연 정상인가 따져보자.

한국 해군은 새로운 전술지휘통제체제(KNTDS)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공군은 제2MCRC라는 새로운 지휘통신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두 사업을 합하면 약 6억불∼7억불의 예산이 소요된다. 지난번 국방부가 CALS사업(자원관리정보화)를 하면서 엉뚱한 일로 헤매다 예산을 낭비한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 두 사업은 군의 정보화 수준을 높이는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허장성세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이 두 사업은 개발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중복되어 있다. 게다가 공군은 제1MCRC에서 이미 개발된 S/W 품목까지 또다시 개발품목에 중복시키다보니까, 제1MCRC를 추진한 것과 똑같은 규모의 예산이 제2MCRC에 소요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한다하더라도 공군의 요격개념을 탐지→식별→전파→타격한다는 순서로 볼 때 탐지와 식별에는 별다른 역할이 없이 전파기능을 충족시키는 정보체계다. 별도로 군사정보 수집자산 확보에 예산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해군의 KNTDS 역시 해군 C4I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된 요구만 충족시키는 개념이다. 무궁화 위성이 어떻고 KNTDS가 어떻고 하지만 이런 정보체계들이 새로 들어올 잠수함과 구축함의 성능을 100% 발휘하는데 충분한 기반체계가 될 수 없다. 물론 이것이 이 체계들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논리는 될 수 없겠으나, 무궁화 위성 하나 발사한 것 가지고 마치 원해 작전이 가능해진다고 말하는 것은 앞서 `미군 탄약 15종`과 다를 바 없는 논리라는 점이다.

이렇게 각군이 각자가 설계한 비전으로 정보체계를 구축한다 하지만 우리가 범 국방차원에서 통합 정보체계, 통합 정보전력의 마스터 플랜이랄까, 아니면 종합 기획서 같은 것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저 많은 무기들을 들여오면 썩 잘 써먹을 것 같지도 않다. 초현대식 무기를 들여와서 재래식으로 써먹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무기도입은 그리 급하지도 않으며, 나중에 기반과 환경이 갖춰지면 그때 가서 사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해군이 이번 구축함 사업에서 미사일 방어 기능까지 포함시켰다고 하는데, 한국 안보현실에서 그런 것 그리 급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로 인해 초래될 긴장 역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국은 이미 "한국에 MD무기가 배치되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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