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 기자(bhsuh@tongilnews.com)


지난 10월 말 북경에서 열린 제11차 북일수교협상이 공식적인 보도문 없이 끝났다. 이에따라 양측의 기본입장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못하였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의 관영 <노동신문>은 3일 필명기사를 통해, 일본당국이 식민통치에 대한 북한의 사죄 및 보상요구를 납치의혹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을 비난하고 나섰다.

신문은 일본당국이 이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이) 지난날의 죄과를 약화시키고 과거청산문제를 무한정 질질 끌며 우리에게서 그 어떤 양보를 얻어내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노동신문>은 일본이 식민통치에 대한 공식 사죄와 보상이 "일본의 과거청산에서 중핵적인 문제"라고 재차 강조하고, 대북 적대시정책의 중지를 덧붙여 요구하였다. 신문은 "일본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은 지난날의 침략력사를 되풀이하려는 사상에서부터 실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에 더해 신문은 "우리는 일본과 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있지만 그들이 한사코 과거청산을 회피하고 재침을 추구하는데 대해서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북경 수교협상이 끝난 직후에 나온 <노동신문>의 이같은 보도는 협상에서 양측이 서로의 기본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에서 진척을 보지 못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노동신문>의 위 기사를 볼 때, 북한은 일본이 주장하는 미사일 등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해 일본의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맞받아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당국은 북한에 식민통치에 대한 공식 사과를 전달할 용의가 있다는 보도(아사히신문, 10.31)가 있었음을 볼 때 앞으로 대북 보상(또는 배상) 방식 및 규모 문제가 중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과 직접적 교전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보상이 아닌 경제협력 방식의 대북지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자존심을 잃으면서까지 일본과 수교할 의사가 없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처럼, 대남·대미관계 개선을 하고 있는 북한이 일본 보다 급한 입장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경제재건에 일본의 자본 및 기술력이 크게 필요하고, 또 일본을 배제한 채 대남.대미 관계 개선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교협상에 일정한 이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의 보도 역시 이같은 점을 확인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북한이 수교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자존심`을 치켜 세워줄 수 있는 일본측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모리총리가 갖고 있는 정치적 지지기반과 대북강경여론을 헤쳐나가기에는 역부족인 낮은 지도력이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 북일 양측은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 수교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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