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남북한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문제와 관련한 실무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철도성 김광수 참모장(제1부상)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은 1일 평양에서 알렉산드르 첼코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한 러시아 교통부 대표단과 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운수상설분과 4차회의를 갖고 의정서를 조인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 회의에서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의 철도부 대변인이 첼코 차관 방북에 앞서 그가 북한 관계자와 경의선 철도 복원 지원문제와 함께 러시아가 서울과 원산을 연결하는 경원선 복원에도 관심을 갖고 있으며 경의선 철도 복원에서 일부 구간도 지원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 이같은 관측의 근거이다.

북한도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경원선과 TSR의 연결문제에 일단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지난 9월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경원선 복원사업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도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직전인 94년 6월 말 벨기에 노동당 중앙위원장과 가진 담화는 남북 종단철도와 TSR 등 대륙횡단철도의 연결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김 주석은 당시 `…신의주와 개성 사이의 철길을 한 선 더 건설하여 복선으로 만들고 남조선으로 들어가는 중국상품을 날라다주기만 하여도 거기에서 1년에 4억달러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초보적으로 계산해 본데 의하면 우리가 러시아나 중국 흑룡강성에서 수출하는 물자를 두만강역에서 넘겨받아 동해안에 있는 철길로 날라다주면 거기에서도 10억달러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고 밝혔다.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된 경의선 철도를 복원하고 화물수송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북한이 연간 1억4천800만달러 정도의 수입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경원선 철도의 복원도 북한에게 상당한 수입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나선지역의 경제무역지대의 개발이 더욱 활성화되고 연해주와 연계, 동해안을 관광지화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와는 달리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7월 평양을 방문, 김 위원장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으나 구체적인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경원선 철도 복원과 관련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의선 철도와 함께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각종 대규모 공사에 군병력을 투입,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부터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에 군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총비서가 지난 8월 방북한 언론사 사장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경의선 철도 복원 문제와 관련해 `남측이 먼저 착공하세요. 그러면 즉시 우리도 착공하겠습니다.…우리는 38 분계선에 있는 2개 사단 3만5천명을 빼내서 즉시 착공하겠습니다`라고 밝혔듯이 북한은 상당한 군병력을 공사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적극성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에 이어 경원선 철도의 단절된 북측 15㎞ 구간(군사분계선∼평강)을 복원하는 공사에 또다시 많은 군병력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합200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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