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 북한 방문을 마치고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창당준비위원장은 14일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분위기를 전하며 `대화하기 편한 상대`라고 평가했다.

귀환 전날인 13일 저녁 7시께 김 위원장이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방문, 1시간의 단독 면담에 이어 2시간동안 일행과 만찬을 함께 한 박 위원장은 김 위원장에 대한 인물평을 이같이 요약했다.

박 위원장은 `내가 제안한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시원시원하게 이런 문제는 이렇고 저런 문제는 저렇다고 답했다`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박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전한 대화록은 김 위원장의 스타일을 엿볼 수있는 대목이 더러 있다.

이산가족 정례 면회소를 만들자는 제안에 김 위원장은 `조금씩 만나서 몇사람이나 만나겠는가. 면회소 설치를 적극 추진하겠다. 육로관광길의 적당한 장소에 면회소를 설치하면 된다`고 즉각 답변했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회창(李會昌)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결구도가 될 연말 대선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정치인의 지지도 변화에 대해 내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면서 `(우리 정치에) 관심이 대단히 많았다`고 전했다.

또 만찬에서 북측 참석자중 한명이 박 위원장에게 `대선에 나올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은 동해안 철도 연결에도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정례 면회소 설치의 전제 조건으로 `철도 사업을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답방에 대해선 `적절한 시기에 약속을 꼭 지켜 답방하겠다`고 말했고, 금강산댐 남북 공동조사단 구성도 확실한 약속을 받아냈다고 박 위원장은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밖에 6.25 전쟁 당시 행방불명된 국군의 생사 확인과 남북한 철도연결을 위해 유럽국가들을 포함한 컨소시엄 구성, 9월초 북한 축구국가대표단 초청 등에도 혼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면담과 만찬에선 특히 박, 김 위원장의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김일성(金日成) 전 주석간 일화를 놓고서도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김 위원장이 일화를 소개한 쪽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7.4 남북공동성명 발표전 당시 북한 박성철 부수상이 남한을 방문, 박 전 대통령에게 남북한이 군병력을 각각 8만명 감축할 것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담배를 한대 피운 뒤 `8만명을 줄이고 나면 북한은 다시 8만명을 모으기 위해 호루라기 하나만 불면 되나 우리는 꽹과리를 치고 해도 8만명을 다시 모을 수 없다`고 했다는 것.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남북한 체제가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그런 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었는 지...`라고 감탄했다고 박 위원장이 전했다.

박 위원장은 `북측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나라를 굉장히 발전시킨 것을 평가하는 얘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청와대 습격사건인 `1.21 사건`에 대해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지른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다. 그 때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응분의 벌을 받았다`며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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