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어떤 독자들은 통일 문제를 논의하는데 왠 뜬금없이 외국인 노동자냐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정한 통일의 길은 서로 다른 우리가 하나의 아름다운 화합의 길로 들어서는 데 있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우리 민족과 서로 문화와 풍습, 언어가 다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대접이나 함께 하는 길은 앞으로 50년 이상을 갈라져온 우리 민족이 통일의 길에 가는데 지극히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논어에 이런 글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군자는 화합하되 같지는 않고 소인은 같되 화합하지는 못한다) 소인배들이 그야말로 형식적 동일성이나 추구하면서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투는데 반해 군자는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되 화합할 줄 안다는 것이다. 통일의 길은 그런 측면에서 동이불화의 길이 아니라 화이부동의 길이다. 진정한 통일의 길은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감정적 동질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대등한 주체를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고 연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식민지와 6·25라는 내전을 겪고 개발독재 하에서 극단적 이기주의와 더불어 나를 중심으로 한 집단패거리문화가 발달해왔다. 지역주의, 족벌주의, 학벌주의 등등의 집단이기주의가 그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한 `나-우리`와 `나-우리 아닌 것` 사이에 지독한 차별과 판가름에다 집단이기주의이다.

과거에는 영남패권주의가 판을 쳐왔으며, 최근에는 호남특정출신과 학벌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내에도 서로 많은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기보다는 `나-우리 아닌 것`에 대해서 가차없이 짓밟고 눌러왔다. 인권대통령 치하에서 전 정권보다도 더 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되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해져 왔다. 비정규직들은 전체 노동자의 56% 가까이 차지하게 되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우리 사회 최하층에 있는 이들이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같은 민족이 아니란 이유로 이들에게는 인권도 노동3권도 없다. 연수생이라는 올가미에 묶여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욕설과 폭력에 시달리게 되며 여성의 경우에는 성폭행의 피해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가 대다수가 불법체류노동자가 되고 만다.

이미 우리 사회는 30여만 명에 달하는 이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많은 3D업종의 중소기업은 이들이 없이는 정상적 운영이 어려울 지경이며 안산 같은 공단지역은 외국인 집단거주지역까지 있게 되었다. 이들은 소수자이고 최하층에 있을지 몰라도 이미 우리 사회에서 엄연한 하나의 당당한 주체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르고 있다. 인권의 보루라던 명동성당마저 농성하던 이들의 천막을 신부까지 나서서 찢어버리고 말았다. 아마 힘없고 빽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나- 우리 아닌 것`이란 범주에 속했나 보다.
 
독일의 통일 이후에 많은 동독 사람들이 서독 사람들에게 하층민 취급을 당하고 이류국민 취급을 당했으며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그나마 사회적으로 건강한 서독이 그런 지경일진데 우리의 통일이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말해 무엇하랴?  우울하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나마 고난받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건강한 여러 단체와 모임들이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길, 그것은 한편으로 서로 다른 우리 겨레가 50년 이상 떨어져 대립하다 통일하는 과정을 준비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외세의 압제에서 시달린 한민족이 민족문화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자민족폐쇄주의에 빠지지 않고 인권을 중심으로 하는 아름다운 통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이들에게도 인권과 노동3권을 보장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긍정하고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북녘의 우리 동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체제와 물질적 풍요의 정도를 가지고 다투고 우월의식을 가지기보다 화합하고 함께 통일하는 길을 예비해야 할 것이다.

민족간의 반목과 대립을 부추기고 무력을 앞장세우는 것, 게다가 힘센 깡패 따위에게 빌붙어서 힘없는 자기 민족을 짓뭉개는 짓은 제발 그만두어야 한다. 대립과 적대의 틀들을 걷어치우고 화합과 협력의 길을 만들어나가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과 겨레로 바라보기, 그것이 통일의 진정한 길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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