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식(통일뉴스 상임고문)


금년 들어서 한반도 정세 전망을 예측하는 상징적인 용어로서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이 위기설이란 북미간의 군사적 충돌까지를 예상하는 긴장이 매우 고조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가 있다. 이러한 위기설이 나오게 된 근거로서는 1994년 제네바에서 북미간에 합의한 기본합의서 내용이 실행될 수 없다는데 기초하고 있다. 

북한의 전력 손실 보상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여야

기본합의서 내용에 의하면 클린턴 대통령의 담보 서한에 따라 2003년까지 200만㎾ 발전 능력의 경수로 발전소를 북한에 제공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 내용의 실현이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적어도 4,5년 지연될 수밖에 없는 형편에 있다. 이렇게 경수로 건설이 지연된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지연된 만큼의 전력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은 경수로 발전소를 지원받는 대신에 핵 관련 시설뿐만 아니라 1,2년 내에 준공을 눈앞에 둔 50메가와트(5만㎾) 그리고 200메가와트(20만㎾)의 원자력발전소를 동결시킨 바 있다. 본래 북한은 이러한 두 개의 원자력 소형 발전소를 건설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200만㎾의 흑연감속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것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북미간에 합의한 경수로 건설이 지연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전력 손실을 감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간 북한은 경수로 발전소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손실에 대한 보상문제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이러한 북한의 요구는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며 그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져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경수로 건설 지연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 없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IAEA의 핵사찰이 먼저 실시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굴착 공사와 콘크리이트 타설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기본합의서에서는 `경수로 대상의 상당한 부분이 실현된 다음 그리고 주요 핵 관련 부분품들이 납입되기 전에 조선은 국제 원자력 기구와 자기의 핵물질 초기 보고서(1992)의 정확성 및 안전성 검증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고 그에 따라 기구가 필요하다고 간주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포함하여 기구와의 담보협정을 완전히 이행한다`라고 되어 있어 지금의 상황에서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인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북한에게 조기 핵사찰을 주장하는 근거로서는 남아공화국의 핵사찰이 3년간이라는 기간이 소요됐다는 것을 들고 있다. 미국의 일부 핵 전문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경수로 공사 진행상황으로 보아 2005년 중순경에 이르러 핵심 부품이 반입될 것이 예측됨으로 따라서 금년 가을부터 핵사찰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미국의 주장에 대해 남한 당국 또는 남북관계 연구가들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기본합의서의 내용에 따라 핵사찰의 조기 실시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 손실 보상문제가 우선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3년 위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은 핵사찰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며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때에는 기본합의서의 백지화는 물론 군사적 압력과 수단까지를 포함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측을 하고 있다.

경수로 발전소 건설 제공은 북미간에 정치적 정상화가 전제되어야

한편, 북한은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그중에서 다단계 로케트 시험발사를 2003년까지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며 2003년이라는 시한이 경수로 발전소 준공 및 제공 시한과 맞물려 있으며, 따라서 경수로 발전소 건설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다단계 로케트 시험발사가 재개될 것으로 예측이 된다.

이처럼 경수로 발전소 지연에 따르는 전력 손실 보상문제와 과거 핵 개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조기 사찰 요구, 또한 다단계 로케트 시험발사 재개 등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중요한 안보상황으로 부각됨으로써 한반도 위기라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의 내용이다.

지난 4월초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한 것도 바로 한반도 위기설을 남북이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특사 평양방문과 관련하여 남측에서는 `한반도 긴장조성을 사전예방`, 북측에서는 `최근 조성된 조선반도 정세와 민족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라는 표현으로 발표한 바 있다.

본래 북미 기본합의서는 북한의 핵 개발 동결 조건으로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 제공하며, 북미간에 정치 및 경제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을 합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경수로 발전소 건설 제공은 북미간에 정치적 정상화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러한 전제 없이 경수로 제공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합의한 것이다. 예컨대 경수로 발전소의 중요 부품이 반입되려면 북미관계가 지금과 같은 적대관계 하에서 가능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클린턴 시대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은 있었으나 기본합의서에 따라 경수로 건설과 북미간에 관계정상화라는 것을 동시에 병행시켜 이행해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된 것으로 볼 수가 있는데,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북미간의 관계가 적대적 관계로 후퇴했으며 따라서 관계정상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경수로 건설 제공이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봐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게 핵사찰 조기 시행을 선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게 핵사찰 조기 시행을 주장하기에 앞서 적어도 클린턴 시대의 북미관계에 바탕을 두고 관계개선을 선행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경수로 건설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다. 이럴 경우 2003년 시한부로 되어 있는 북한의 다단계 로케트 시험발사 문제도 원만하게 미국의 우려 없이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한반도 2003년 안보위기설`은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이 그 근원

이러한 것들을 감안할 때 한반도의 2003년 안보위기설은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에서 그 근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 주장하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사찰 조기 수용과 같은 일방적 요구를 북한이 수용해야 한다는 `북한비판론`이나 또는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인 무리한 요구에 대한 비판과 함께 북한의 `전쟁은 전쟁으로`라는 강경한 대응조치도 비판되어야 한다는, 양쪽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 즉 `양비론적인 논리`들은 모두가, 2003년의 안보위기설에 대한 본질을 잘못 이해하거나 또는 미국의 입장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경수로 건설 지원과 북미간의 정치적 관계개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발상에서 나온 논리라고 볼 수 있다.

요는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시대때 합의한 북미간의 합의서를 존중하고 그를 성실히 이행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2000년 10월12일에 합의한 공동코뮤니케의 정신에 따라 북미간에 관계개선을 추진하게 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는 미국이 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앞으로의 북미간의 대화는 어디까지나 상호 동등한 입장과 주권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추진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남북(우리 민족)은 지난번 남한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한 후 발표한 공동보도문 첫 조항인 `(남북은)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에 부합되게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긴장상태가 조성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하였다`라고 합의한 것처럼, 서로 단합.단결하여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서 비롯된 이른바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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