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에 대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이미 4월초 임동원 특사의 평양방문으로 남북대화에 물꼬가 트이면서 한반도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더니 최근 북일, 북미간에 관계개선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불과 두세달전 한반도의 분위기를 되돌아본다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먼저, 북한과 일본과의 관계개선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적십자사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행방불명자 조사실시 및 결과 대일 통보 ▲일본의 북한인 행불자  조사 및 결과 대북 통보 ▲올 여름 북한 거주 일본인 처의 고향방문 ▲6월께 차기 적십자 회담개최 등 4개항에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에 이은 북일관계 개선이 그동안 단절된 양국의 국교수교 회담으로 나아갈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흐름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한반도 문제의 중심축인 북미간에도 곧 5월중에 대화가 재개될 것이 명확해졌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북-미대화 재개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짤막한 대북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은 유엔 상주대표부를 통해 DPRK가 미국과 회담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미국 국무부에 통보해 왔다. 미국은 앞으로 며칠 안에 그 시기와 기타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토록 노력한다. 2001년 6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계획과 수출, 제네바 기본 합의 이행, 재래식 군사력, 기타 다른 관심분야 등에 관한 미국의 광범위한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해 전제조건 없는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짧은 성명 안에는 `자존심 강한` 부시 (행정부)의 기존 입장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즉 ▲지난 4월초 임동원 특사가 방북후 북한의 미국과의 대화용의 표명 전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이 직접 제의해올 것을 요구하며 유보해 왔는데 그게 충족되었으며 ▲또한 미국은 지난해 6월 6일 부시 대통령이 대북대화 3대의제로 제시한 `핵, 미사일, 재래식무기`를 이번에도 `잊지 않고` 그대로 강조한 것이다. 어쨌든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 대사의 5월 중 방북이 이뤄진다면 이는 2000년 11월 북미간의 미사일회담 이후 18개월만의 대화이자 부시 행정부 들어 실질적인 첫 공식대면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북미간의 대화재개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편으로, 무엇보다 양국의 대화재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부시 행정부 들어 양국은 대화는커녕, 특히 9.11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악의 축` 발언 등 대북강경정책으로 인해 한반도가 전쟁분위기에까지 갔던 것을 상기한다면 양국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는 것 자체로 한반도 정세에 안정성을 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2003년 한반도 위기론`이 말해주듯 양국은 서로 풀어야 할 과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서로 만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싸움을 해 왔다면 지금부터는 직접 몸을 부딪히며 샅바싸움을 하는 단계로 넘어온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잠재되어 있던 불안정성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아무튼 양국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양국의 대화의제와 요구는 그간 대화단절 과정에서 명확히 제시되어 왔다. 미국은 위 성명에서도 재차 강조하고 있듯이 미사일, 핵, 재래식 무기감축 등을 제시해 왔고, 이에 대해 북한 역시 줄곧 클린턴 행정부 시기 말에 합의한 북미공동코뮤니케 수준에서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힘과 힘이 부딪칠 때는 자신의 입장과 요구를 완강히 주장할 수 있지만 대화란 어차피 상대편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양국이 다소의 입장변화를 통해 대화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즉 미국은 북한이 도저히 받기 어려운 3대의제를 고집하지 말아야 하는 유연성을 보여야 하며, 북한 역시 클린턴 시절 이뤄진 합의 수준에 미련을 갖지 말고 부시 행정부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한편, 북미대화 재개와 관련 ▲조만간 있을 미국의 연례 테러지원국 발표에서 북한이 올해도 포함될 것이 확실해 이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지 ▲김정일 위원장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이것이 플러스 요인이 될지, 이들 사안들이 양국 관계개선에 주요 변수로 될 공산이 크다.

이처럼 4월초 임동원 특사의 방북에 따른 남북대화 재개에 이어 4월말 동시에 이루어진 북한과 미.일과의 관계개선의 흐름은 각국을 위해서나 한반도의 정세를 위해서나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제 재개되는 북미, 북일대화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과거의 무수한 예에서도 보듯 전혀 속단이나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한반도 분위기의 돌변이 임 특사의 방북과 남북대화 재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남북이 한반도 문제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첫 신호일 수 있다. 모처럼 한반도에 불기 시작한 대화의 훈풍이 북한과 미.일과의 관계개선의 종착역인 국교정상화로 가는 장정의 단초가 되고 남한이 이에 일정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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