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 기자(bhsuh@tongilnews.com)


북-미 관계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당국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이미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즈>는 27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 행정부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인식은 전폭적으로(vastly more positive) 개선되었다고 논평하였다.

신문은 김위원장은 현재 공산경제를 대체할 대안을 고려중이며 스웨덴식 경제모델이 마음에 든다고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밝혔으며, 미사일의 개발·수출 문제에서 강경노선을 유지하는 한 미국과의 관계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한편 최근 북한의 전략적 변화의 핵심에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과 이에 따른 화해가 자리잡고 있다고 <뉴욕타임즈>는 평가했다.

<파이낼셜 타임즈>도 같은 날 보도에서 올브라이트 장관은 "평양체류시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화해를 변함없이 지지하고 있다고 말해 크게 고무되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으로 한국과의 화해협력 추진을 정체시킬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이라고 논평하였다.

이 신문은 또 북한이 한·미·일을 서로 경쟁시켜 더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일이 없도록 더욱 긴밀히 공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27일, 김정일 위원장이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서울방문 등 김대중 대통령과의 합의를 반드시 지킨다"고 말했다고 보도하였다. 이것은 김 위원장이 일련의 관계개선으로 북한의 이익을 계속 추구하기 위해서는 한국 등 3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또 김정일 위원장이 "현재 남북관계가 정체되기 쉬운 것도 우리가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신경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남북대화는 계속 추진해 나간다"고 밝혔다고 보도하였다.

김정일 위원장의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상관성에 대한 외신들의 이같은 보도는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 조치를 취했으며, 따라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위축될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하는 근거로 판단된다.

외신들을 통해 볼 때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 일각의 이같은 우려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가 남북관계 개선 없이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체제안전 및 실리 추구도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은 동면의 양면처럼 상호의존관계를 가지며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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